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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 망했으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행하고 있는 이 말은 평범한 이야기를 '이과적'으로 분석할 경우 우스갯소리처럼 달린다. 예를 들어, 한 아이돌 그룹의 노래 중 '우린 마치 12시 30분의 시곗바늘처럼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잖아'라는 가사는, 180도가 되는 시분침에 빗대 '연인과의 갈등'을 극대화한 표현이다. 그런데 여기에 "실제로 12시 30분이면 시침이 1시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180도가 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자, 그 밑으로는 여지 없이 댓글이 달린다. '이과 망했으면.'문과는 언어와 사회영역, 이과는 수리와 과학영역으로 나눠지다 보니 교육과정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진다. '이과 망했으면'이라는 유행어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정치권에는 문과계 정치인들이 '일반적'이다. 법학, 정치학, 외교학 등 전공도 다양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민도 이과계 정치인은 '낯설어'하는 풍경도 나타난다. 대표적 사례가 안풍(安風)의 주역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다.신선한 정치 비전에 주목받은 안 의원은 한편으로는 '모호 화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지난 8월 "이과 성향 때문"이라는 설명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이과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80%, 90% 정도 확률이 돼야 그렇다고 얘기를 하고 그 전에는 불확실하다고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이와 함께 안 의원이 예로 든 것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다. 그는 "메르켈 총리는 이과 출신이어서 확실하지 않으면 이야기를 하지 않아 처음에는 답답하고 모호하다는 비난을 받았다"며 "이과 출신들은 비슷한 경로를 겪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정치 | 오지혜 기자 | 2015-12-23 1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