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의 茶-Say] "단순한 삶이 좋다" …차와 떠나는 미니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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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의 茶-Say] "단순한 삶이 좋다" …차와 떠나는 미니멀 여행
  •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 승인 2019.08.30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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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나 지금 휴가 여행 중”

불과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묻는 안부인사에 대부분 돌아오는 대답이었다.

거침없이 쏟아내는 태양에 초록 잎이 그 광채를 뿜어내는 뜨거운 7, 8월을 감싸 안은 막바지 여름이다.

항공 또는 철도 티켓을 예매하고 숙소를 정해 어딘가로 떠나는 휴가 여행. 그래야만 여행의 맛이 나지 않는가.

하지만 필자는 복잡한 휴가 기간에 떠나는 여행은 피하는 편이라 오히려 한가하다. 또한 필자에게 여행은 차(茶)와 관련된 지역의 탐방이나 박람회 형식이 대부분이기도 하다.

요사이 미니멀이 대세이듯 필자 역시 일상에서 나름대로 방법으로 작은 여행을 만들어 대신한다.

텀블러에 따뜻한 차를 우려서 담고 집 밖을 나서며 라디오 음악채널에 주파수를 맞춘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심장이 간지러워지고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시야가 시원해지면서 필자의 ‘미니멀 여행’은 시작된다. 목적지가 없어도 가끔은 그 기분을 느끼기 위해 멀지않은 어느 곳으로 향하곤 한다.

가끔 외곽지역에 사는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서는 것이 필자에겐 일상에서의 미니멀 여행이다. 서울을 조금만 벗어나도 자연과 어우러진 분위기 좋은 장소들은 곳곳에 너무나 많다. 그러나 필자는 차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 어딜 가든 차 관련 요소와 장소를 찾아다니곤 한다.

며칠 전 친구를 만나러 용서고속도로를 내달려 짧은 시간 안에 도착한 용인 고기리.

카페 ‘피아체레’ 전경 ⓒ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카페 ‘피아체레’ 전경 ⓒ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좁은 외길로 구불구불 올라가면 주변은 온통 녹음이 우거지고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오로지 자연의 초록 품안에 안겨있는 듯한 모던한 현대식 건물 카페 ‘피아체레’

친구와 함께 들린 이 카페에는 다른 곳에는 없는 필자의 관심을 끌만한 특별한 공간이 있었다.

들어서는 입구는 정성스런 손길이 느껴지는 화분의 꽃들이 반기고, 깔끔한 잔디 마당의 흰 벤치는 포토존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방문 손님들이 외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든 공간 배치의 배려가 느껴졌다.

우리 일행은 여행 온 기분으로 사진을 찍어대며 카페에 들어서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실내 공간 역시 쓸데없이 크거나 복잡하지 않았고 요즘 대세인 루프탑까지 다른 아무것도 방해하지 않는 듯한 편안한 공간이었다.

우리는 창 쪽으로 자리를 잡아 우거진 녹음은 눈에 담고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은 카메라에 먼저 담았다.

이어지는 수다. 여자 몇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고 했던가.

퇴근 시간 복잡함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카페를 나서는 순간 아래층 통유리 창 너머로 보이는 아담하고 멋진 티 룸 공간을 발견했고, 내부를 보게 해달라는 나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여졌다.

티 룸의 규모와는 다르게 안에는 구석구석 각종 유명 티웨어와 커트러리 뿐만 아니라 색깔별 테이블클로스에 다양한 장식들까지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

필자는 자세히 살펴봤고 그 많은 티웨어들은 어디에 쓰일까 궁금했다. 그러나 그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았다.

티 룸 맞은편에는 스몰웨딩을 하거나 발표회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도 있었고, 여자 대표님이 파티플레너이며 음악가족이라 연주회와 같은 문화 소모임 또한 주기적으로 열린다고 했다.

그 많은 명품 티웨어와 커트러리의 사용처를 알 것 같았다. 결국 피아체레는 일반적인 카페라기보다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 손색이 없어 보였다.

카페 ‘피아체레’ 내부 ⓒ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카페 ‘피아체레’ 내부 ⓒ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필자는 알 수 있다.

차가 좋아서 마시다보니 주변 용품들을 모으게 되고 어느새 적지 않은 공간을 그것들이 차지하게 되면서 티 카페나 교육장 같은 나만의 문화놀이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돼 이러한 공간이 탄생됐을 것이라 짐작한다.

이렇듯 피아체레의 티 룸 역시 단순히 영업 목적보다 한 분야의 문화를 오랜 시간 좋아해 즐기다보니 마련된 공간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 자리를 쉽게 떠날 수 없어서 오랜 시간 머물며 서성거렸다. 특히 미리 예약만 하면 티 룸에서 주문한 음식을 제공받으며 독립적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미리 알았으면 우리 일행도 그 공간을 이용할 걸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서울에서 멀지 않고 조용하며 편안한 곳에서 차와 함께 또 하나의 특별한 기억이 만들어졌다.

오늘 하루 여행은 잔잔함보다는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눈이 바삐 움직이는 분주한 행복감을 맛보았다.

필자의 관심사를 누군가가 가득 채워준 하루였다. 하루 여행을 편하게 즐기길 원하는 주변인들에게 따로 또는 같이 가봄직한 장소다.

바삐 올라오는 길 위에서 카페 피아체레의 사계가 궁금해졌다.

가을 속 그 카페의 주변 초록은 어떤 색을 뱉어 낼까.

필자는 가을 한 가운데 그리고 눈 내리는 겨울 어느 날도 그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흐르는 계절과 함께 실려 갈 것이다. 모던한 분위기에 통 유리창 밖 풍경에 더디 흐르는 시간을 맡겨볼 것이다.

이렇듯 필자에게 여행은 큰 가방을 들고 멀리 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있는 곳에서 일하며 잠시 일상을 벗어나 쉬는 방법으로 여행을 대신한다.

오늘같이 우연히 보석 같은 장소를 찾는데서 소소한 기쁨을 맛보는 필자만의 미니멀 여행이다.

일상에서의 잠시 잠깐의 여행.

이제 필자는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긴 여행보다 순간 감동으로 찰나의 행복을 맛보고 잊어버릴지라도 소소하고 작은 여행이 더 편안해서 좋다.

일부러 기억을 하지 않아도 그저 새겨져있듯.

간혹 일상의 담소에서 문득 꺼내어 그곳을 소개하는 안내자가 되기도 하며 소소한 희열을 맛본다.

가끔 찾아오는 외로움이나 쓸쓸함 같은 여행의 금단증상에 이러한 얘깃거리 들은 아주 휼륭한 치료제다.

나이 탓인지 드러나지 않고 눈으로 즐기고 가슴으로 담으며 차 생활과 함께 잔잔하게 흐르고 싶은 것이다.

올라오는 길 아직 이 여름의 햇살은 찬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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