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窓] 갑부와 ‘통 큰’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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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窓] 갑부와 ‘통 큰’ 기부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8.29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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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워런 버핏은 자신이 보유한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의 약 85%를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이후 그 약속을 꾸준히 실천해오고 있는데, 버핏은 이번 기부를 포함해 그동안 보유지분의 45%를 기부했다. 금액으로 340억 달러(약 39조2870억원)에 이른다. ⓒ인터넷커뮤니티
워런 버핏은 자신이 보유한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의 약 85%를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이후 그 약속을 꾸준히 실천해오고 있는데, 버핏은 이번 기부를 포함해 그동안 보유지분의 45%를 기부했다. 금액으로 340억 달러(약 39조2870억원)에 이른다. ⓒ인터넷커뮤니티

80·90년대 홍콩 영화를 통해 잘 알려진 영화배우 주윤발은 큰 부를 가졌으면서도 평범한 소시민의 삶을 사는 사람이었다. 그가 호텔 식당이나 고급 리무진을 이용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사실은 정반대였다. 주윤발은 소시민들이 즐겨 찾는 허름한 만두집이나 지하철을 애용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지난해 말 전 재산 56억 홍콩달러(약 8100억원)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주윤발은 말한다. “그 돈은 내 것이 아닙니다. 잠시 보관하고 있는 것뿐이지요. 돈은 행복의 원천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 꿈은 행복하고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것은 돈을 얼마나 버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평화적인 사고방식을 유지하고, 걱정 없이 남은 인생을 살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지난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또 한번 ‘통 큰’ 기부를 했다. 규모는 주식 36억 달러(약 4조1598억원)어치다. 버핏이 기부하는 재단은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포함해 수잔 톰슨 버핏 재단, 셔우드 재단, 하워드 G.버핏 재단, 노보 재단 등이다. 이 가운데 빌&멜린다 게이츠 제단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멜린다가 설립한 재단이다. 

버핏은 자신이 보유한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의 약 85%를 이들 재단에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이후 그 약속을 꾸준히 실천해오고 있는데, 버핏은 이번 기부를 포함해 그동안 보유지분의 45%를 기부했다. 금액으로 340억 달러(약 39조2870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외국의 갑부들은 평소 사회공헌에 적극적이며, 거액을 기부하면서도 ‘꼼수’를 부리거나 생색을 내지 않는다. 그들은 하나같이 기부를 '부자의 덕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나라 재벌 회장들도 계기가 되면 ‘통 큰’ 기부에 나서곤 한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외국 갑부들의 기부와는 결이 사뭇 다르다. 

한때 재벌 회장들은 구속이라는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1조원 사재 출연이라는 ‘통 큰’ 기부를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물의를 빚으면 고개를 숙이고 ‘여론무마용 사재출연’을 약속했던 재벌 회장들이다.

기업들은 높은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갖은 묘수를 짜낸다. 재산을 생전에 싸게 증여하거나,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로 재산을 불려주고, 세금이 면제되는 소유 공익재단으로 지분을 돌리기도 한다. 위법은 아니라 해도, 당연해 보이지는 않는 행위다. 대기업 경영권을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넘기는 게 선진국에선 흔한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재벌 회장들의 자식사랑은 눈물겹다. 자신 한 몸 희생하더라도 피붙이에게 그룹 경영권을 물려주려 하기 때문이다. 회장의 기부 약속은 공익재단을 통해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돌려주겠다는 것인데, 본래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오너 일가를 위해 악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거액의 ‘통 큰 기부 약속’이 공익재단 출연으로 이어지고, 공익재단의 재산은 이후 자식에게 승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범부(凡夫)라도 약속은 지키려고 노력하게 마련인데, 재벌 회장들이 국민과 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니 그들을 탓할 수밖에 없다. 모 대기업 회장은 이미 출연했던 사회공헌기금을 중복해서 신규 출연에 포함시키는 등의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어떤 회장은 다른 곳에 기부를 하든지 신탁을 하는 게 차라리 나을 텐데 굳이 없는 공익재단을 만들어서 기부를 해 편법 상속 또는 증여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을 듣는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올바른 기부문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몇 년 전 딸이 태어났을 때 재산의 99%를 생전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약 52조원 규모다. “재산 대신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는 저커버그의 뜻은 세계인에게 깊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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