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원희룡과 조국 박원순으로 보는 ‘개천학개론’
[시사텔링] 원희룡과 조국 박원순으로 보는 ‘개천학개론’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9.08.30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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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거진 현대판 음서제 논란
개천에서 살기도 용 나기도 어렵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현대판 음서제 시대에서 개천에서 용 나오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며 씁쓸해하는 목소리들도 적지 않다.ⓒ뉴시스
현대판 음서제 시대에서 개천에서 용 나오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며 씁쓸해하는 목소리들도 적지 않다.ⓒ뉴시스

 

전국 학력고사 수석, 서울대 법학 수석, 사법고시 수석. 이 모두를 섭렵한 원희룡 제주지사를 두고 스펙의 종결자라고 한다. 지난 18일 KBS 2TV 방송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를 통해 원 지사의 3관왕 타이틀이 알려졌다. 익히 유명한 얘기지만, 공중파를 타며 다시금 세간의 화제로 떠올랐다. 어릴 때 사고로 발가락 장애를 가진 원 지사는 전깃불도 안 들어오는 집에서 가난한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는 그는 영예로운 3관왕을 석권했다. 진짜 개천에서 용이 난 경우였다.

하지만 요즘 시대 학생이라면 어땠을까.
 

 

“신분상승 사다리 치워버리고 있다”
다시 되돌아보는 ‘현대판 음서제’ 

안녕하세요.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학부모 A입니다. 수시와 학종(학생종합기록부)은 어느덧 대입 입시 비리의 온상이 돼가고 있습니다. 과거 학력고사나 수능으로 학생을 선발하던 시절에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집안이 좋아도 자신의 실력으로만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요즘 논란이 되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부정입학 의혹은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현실 판을 보는 듯했습니다.

작년에는 숙명여대 쌍둥이 시험지 유출 사건이 있었습니다. 교직원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수차례 답안지를 유출한 후 자녀들에게 알려준 일이었습니다. 발각되지 않았다면 쌍둥이 자매는 내신 1등을 유지했을 것입니다. 학종 시대의 수혜자가 됐을 겁니다. 이 모두가 저를 비롯해 많은 학부모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겼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요구합니다. 학종 폐지, 정시 확대가 답이라고요. 알고 보면 학종은 금수저 전형, 왜 떨어졌는지도 모르는 깜깜이 전형입니다. 특정 학생 성적 밀어주기, 수백만 원에 호가하는 입시컨설팅을 받고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진학하는 부잣집 자녀들, 출발선부터 이미 다른 사회를 우리 자녀들은 어찌 살아야 합니까. 그런 자녀들을 바라보는 우리는 능력 없는 부모라 미안해야 합니까.

이는 지난 21일 “대입 입시비리의 온상인 수시를 폐지해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학부모의 주장을 참조해 재구성한 것이다. A씨는 글 말미에 “과정은 공정할 거라고 약속했던 정부는, 계속해서 신분상승의 사다리를 치워버리고 있다”며 “재벌도 손쓸 수 없는 시험, 학벌 지연도 어찌할 수없는 공정한 시험인 정시의 비중은 20%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또 “수시를 폐지하고 정시를 늘려 달라”며 “폐지가 힘들다면 정시80, 수시 20선을 맞춰 달라”고 청원했다.

앞서 직접 만난 학부모 중에는 학종이 ‘현대판 음서제’에 다름없다며 쓸쓸해한 바 있다. 입시생을 둔 학부모 B씨(남, 50대, 서울)는 지난해 10월 <시사오늘>과의 대화에서  “특권층의 자녀가 공부를 못해 학종이라는 제도를 강화하는 거라는, 하다못해 그런 얘기도 학부모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청년들이 불공정 논란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는 서울대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청년들이 불공정 논란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는 서울대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공정 평등 정의와 다른 현실
침묵 깨고 행동하기 까지

현대판 음서제로 치면 법조인 되는 유일한 길이 돼버린 로스쿨도 빠질 수 없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중 정부의 폐지 정책으로 한동안 방황하다, 겨우 마음을 잡고 공무원시험으로 방향을 튼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런 얘기를 전해 듣던 당시는 공공기관 고용세습 논란이 한창 불거지던 때였다.

서울시 산하의 서울시교통공사  친인척 채용비리를 비롯해 문재인 정부의 엽관제와 카르텔에 기반한 고용세습 논란은 국정감사 시기와 맞물려 만연화 된 문제로 대두됐다. 사회적 공분이 커지자  “우리 대학생이 취업하려면 공부 때려치우고 박원순 캠프에 들어가거나 다시 태어나서 민주노총조합으로 들어가야 합니까?”라는 학생 대자보도 나돌 정도였다.

그럼에도 청춘들의 분노는 장외 집회 등의 행동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사회 전체적으로 퍼진 기득권 카르텔에 의한 고용세습 논란이 만연한 현실 앞에서 청년들은 왜 분노하지 않는가. 왜 행동하지 않는가”라는 정치평론가의 의문도 보태져 왔다.

하지만 시나브로 변화가 감지된 것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20대 남성들의 지지율 하락세였다. 이를 두고 성 갈등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N포 세대 청년들이 느끼는 불공정 논란도 무시 못 할 요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그러다 올해, 조 후보자 자녀의 특혜 의혹을 계기로 학생들은 촛불을 들고 집단적으로 외침을 내기 시작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기대했던 문재인 정부의 약속이 해를 걸쳐 깨지는 것을 본 청년들의 실망이 서울대 고려대 부산대 집회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 자식은 다르다?
그들만의 교육 사다리

결과적으로 학종, 로스쿨, 고용세습으로 이어지는 ‘현대판 음서제’는 개천에서 용 나는 게 더욱 어려워지고 있음을 여실히 방증하고 있다. 또 그 허탈함이 집단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견해다.

한편으로 이는 같은 참여연대 출신의 시민운동을 함께해 온 두 정치인의 ‘개천론’과 맞물리며 현재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는 점에서 더욱 명암을 드리우고 있다.

과거 개천에서 용 날 필요 없다,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개천을 만들자던 조 후보자는 현재 딸 입시 편법 의혹 등에 휩싸여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나도록 해야죠”, 라고 강조했던 박 시장. 그러나 정작 시 산하 노조를 위한 편한 세상을 만들었을지는 몰라도, 일반 공시생들에게는 절망감을 안겼다는 지적이다.
 

현대판 음서제는 학종, 로스쿨에 이어 공공기관 고용세습으로 까지 번지고 있다. 한 청년이 현대판 음서제를 규탄하고 있다.ⓒ뉴시스
현대판 음서제는 학종, 로스쿨에 이어 공공기관 고용세습으로 까지 번지고 있다. 한 청년이 현대판 음서제를 규탄하고 있다.ⓒ뉴시스

 

여기에 최근에는 서울시의 조 후보자 아들에 대한 특혜 제공 의혹도 야당으로부터 나와 논란이 되는 중이다.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지난 27일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조 후보자의 아들이 서울시 운영의 청소년참여위원회 1차 서류면접에서 탈락 한 뒤 얼마 안 돼 극히 소수가 참여한 2차 추가 모집에 합격했다며 특혜 의혹을 꼬집었다.

또 5회 이상 회의 불참 시 해촉된다는 해당 위원회의 내부규정과 달리 조 후보자의 아들은 19차례 회의 중 15회를 빠졌음에도 박원순 시장으로부터 활동인증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미국 대학 진학 스펙에 필요한 뻥튀기 인증서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같은 날 해명자료를 통해 조 후보자 아들에 특혜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시는  “(1차 때) 총25명이 선정됐지만,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지 않고 사퇴해 추가모집을 실시한 것이고, 5회 이상 불참한 자는 해촉할 수 있다 등 4가지가 규정돼 있으나, 이는 청소년들의 참여를 장려하기 위한 것이지 반드시 해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뒤이어 “당시 5회 이상 불참한 위원은 아들을 포함해 총 7명이었지만 출석부족을 사유로 해촉한 사례는 한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조 후보자 경우 딸 특혜 논란 관련 지난 25일 종로구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서 “아이 문제에는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음을 겸허히 고백한다”며 “기존의 법과 제도를 따르는 것이 기득권 유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 전현직 고위공직자들의 자녀 학교 현황도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017년 월간조선 10월호에 따르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외고를 없애자고 주장하지만, 정작 자녀는 외고를 다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고위공직자 16명의 자녀가 다닌 학교를 분석한 결과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용산국제학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 자녀는 귀족 대안학교로 유명한 이우학교,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의 자녀는 경기외고, 김영록 농림부 장관의 자녀는 자사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 자녀는 서울 외고 등을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정작 진보진영은 ‘내 자식은 다르다’의 내로남불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었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 7월에도 지적된 가운데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의 전현직 고위공직자 상당수의 자녀가 특목고나 자사고, 해외 유학, 강남 8학군 출신인 것으로 드러나, 위선과 비애를 국민들에게 안기고 있다”며 “정부의 위선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교육 사다리’마저 걷어차는 위선은 더욱 참담하게만 다가온다”고 논평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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