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텔링] 조국 논란으로 본 정치권과 청년층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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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텔링] 조국 논란으로 본 정치권과 청년층의 ‘거리’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09.01 19: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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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거나 이용하려고만 한다…여권 민낯에 실망"
여야 모두 자성할 기회…'청년세대' 분리말고 품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28일 오후 8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르코 광장에서 2차 촛불 집회가 열렸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논란은 태풍이 됐다. 정치권은 조 후보자를 옹호하는 진영과 강하게 반대하는 진영으로 나뉘어 '화력전'을 펼치는 중이다.

그런데 이들이 쏟아내는 단어들은 젊은 층에겐 공허해 보인다. 진보나 보수로 갈린 진영과 무관하게 청년층은 공감 대신 거부감을 갖는 중이다. 한 서울 시내 소재 대학생이 지난 달 31일 기자에게 들려준 이야기가 인상 깊다. 그는 "(정치권은) 우리를 가르치려고 하거나, 이용하려고만 합니다"라고 토로했다.

지난달 29일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발언은 이런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유 이사장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조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는 서울대 총학생회의 촛불집회에 대해 기성 정치권의 진영 논리로 보거나 청년들의 정서에 대한 왜곡성 발언을 해  ‘꼰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유 이사장은 해당 집회에 대해 “물 반, 고기 반”이라며 "왜냐하면 진짜 순수하게 집회하러 나온 대학생이 많은지, 얼마나 모이나 구경하러 온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이 많은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면서 "그냥 저는 뒤에서 한국당 패거리들의 손길이 어른어른하는 그런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발언도 문제였지만, 결정적 논란을 부른 것은 유 이사장이 덧붙인 "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들 그렇게 집회를 하냐"는 말이었다. 관련해 한 민주당의 30대 당원은 지난 달 30일 이를 "젊은 층에 대한 몰이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조 후보자 논란에 대한 그의 말이다.

"마스크 이야기 같은 건 최근 개인정보 등에 민감한 젊은 층의 생각을 전혀 짐작도 못하는 거죠. 야당들이야 원래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나마 '우리 편'인 줄 알았던 여당에서 그러니 젊은 층의 실망이 클 겁니다."

이러한 상황은 여권 뿐 아니라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의 정당들에게도 해당된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한 대학생(20대·남)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국 사퇴를 (야당과) 같이 말한다고 해서 젊은층이 한국당을 지지할 일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그들(한국당)은 우리를 이용하려고 하는 '꼰대'들로 여겨질 뿐"이라고 밝혔다.

정치권과 청년층의 괴리는 수 차례 나온 지적이다. 정치권은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청년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조국 사태'는 정치권과 청년 민심과의 거리감이 가시화된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다만 조국 사태를 계기로 '청년'에 대해 여야가 함께 고민해 봐야 할 문제로 부상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여권은 더이상 청년들이 '우리만의 지지층'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야권은 이런 사태에도 그들을 품을 수 없는 상황을 자성해야 하지 않을까.

청년비례대표 출신인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의 주장은 한 번 들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 달 26일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김 의원은 "청년의 문제는 특정 세대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라고 전제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여권도 야권도, 더 이상 청년을 '가르치고 이용하려'드는 타자(他者)로 보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상처와 실망이 난무하는 '조국 사태'에서 우리 정치권이 건질 만한 교훈이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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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자 2019-09-02 18:15:14
이 시대 어른다운 어른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