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칼럼>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투표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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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칼럼>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투표대란
  • 김동성 자유기고가
  • 승인 2011.08.2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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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고개 숙이지 않은 오세훈과 측근들의 읽을수 없는 장탄식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동성 자유기고가)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서울시는 이번 투표함 개함이 불발로 끝나면서 사실상 직격탄을 맞았다. 오세훈 시장의 26일 11시 즉각 사퇴 발표로 권영규 행정1부시장이 시장 권한대행으로 업무를 수행함에 따라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오는 10월 26일 치러지게 됐다. 이로 인해 향후 시정 공백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치권도 혼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때아닌 선거를 한번 더 해야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정국의 함수가 서울시장 공백과 무관치 않음에 따라 혼선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문제는 이처럼 정국에 결코 만만치 않은 숙제를 남겼다. 하지만 무엇보다, 전체 인구의 5천만명 중 5분의1이 몰려 사는 수도 서울의 행정력 손실은 그 중 가장 큰 과제다.
 
이번 개표 무산은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된 것으로, 주민투표가 한참 진행 중인 상황에서 오 시장은 대선 불출마 선언, 서울시장직 사퇴 선언 등의 방법으로 주민투표의 본질을 흐렸다. 또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해서인지 히든 카드를 두장씩이나 썼으나 결국 망신만 당한 꼴이 되고 말았다. 무리수를 둬 결국 자기 꾀에 빠진 셈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주민투표 결과에서 직격탄을 맞은 서울시는 그간 오 시장이 내세웠던 굵직굵직한 사업에 커다란 차질이 우려된다. 여기에는 '디자인 서울' 사업과 '한강 르네상스' 등, 제법 덩치가 큰 시정 계획이 포함돼 있다.
 
일반 재개발과 건설 사업은 별도의 위원회와 관련 부서의 로드맵으로 운영하면 그만이지만, 전직 시장의 철학이 담긴 이들 사업의 폐기는 또 다른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청계천으로 시작된 이른바 '서울 리모델링' 사업은 오세훈 시장의 핵심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오 시장이 지난 지방선거 당시 득표 전략으로 내건 것도 바로 이 '서울 리모델링의 완성'이다. 해를 거듭해 연임이 이뤄지면서 그의 철학은 고스란히 서울시의 주요 시정 과제가 됐다는 것. 시장직의 공석이 시정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확대될 여지가 다분한 대목이다.
 
주민투표 성적표를 받아 본 정치권의 입장도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한나라당으로선 졸지에 내년 선거의 최대 교두보로 여져진 수도권 사령부의 주인을 잃는 믿기 힘든 현실에 부딪혔다.
 
설령, 오 시장의 공백으로 보궐선거를 치른다고 해도, 이미 돌아선 민심에 대한 공포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외형적으로는 사실상 승자라고 할 수 있는 민주당도 껄끄럽긴 매한가지다. 내년 총선의 최대 격전지에서 시민들의 선택을 받았고, 적장(敵將)까지 쫓아내는 의외의 소득을 올렸지만, 앞에는 여전히 암담한 현실이 놓여 있다.
 
향후 서울 시정의 지휘봉을 누구에게 맡길 것이냐는 것. 여기에는 최소 4대 정파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것으로 점쳐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총선과 대선을 위한 '흥정거리'로 전락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여야 모두에게 각각 주어진 절망과 기회는 또 다른 표심의 심판을 받을 수도 있다. 패자는 겸허히, 패배의 원인을 살피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반면 승자는 지나친 정략적 해석과 이해에 빠져서는 곤란하다.
 
주민투표를 통해 드러난 준엄한 민심의 심판을 여야 모두가 다시한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그것이 하루라도 빨리 혼란에 빠진 '수도 서울'을 구하는 방법일 것이다. <월요시사 편집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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