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체할라”…대기업 빠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유찰 가능성도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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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체할라”…대기업 빠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유찰 가능성도 ‘솔솔’
  • 장대한 기자
  • 승인 2019.09.0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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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이 마감된 가운데, 참여 기업들의 인수 완주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뉴시스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이 마감된 가운데, 참여 기업들의 인수 완주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뉴시스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의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이번 인수전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3곳의 기업들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함으로써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첫 단추를 꿰기는 했지만, 해당 기업들의 자금 동원력과 이에 따른 완주 가능성을 좀처럼 가늠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매각 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은 이날 오후 2시를 기점으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마감했다. 예비입찰은 비공개로 진행된 탓에 정확한 확인이 어려우나, △애경그룹 △미래에셋-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사모펀드 KCGI 등 3개 기업이 개별적으로 예비입찰 참여 여부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흥행 불발을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3곳의 기업들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함에 따라 연내 매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9조6000억 원에 이르는 부채와 최대 2조 원에 육박할 인수가격 부담이 더해져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완주를 펼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론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특히 이들 기업들이 안정적인 자금 동원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만큼 향후 발을 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부각된다. 업계 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혀 온 애경그룹만 보더라도 전 계열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합쳐도 4000억 원 규모에 불과해 혼자 힘으로는 인수 자체가 버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경은 자회사 제주항공을 운영해 항공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데다 FSC 인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적극적인 의지를 표시하고는 있지만, 의욕만 앞서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전략적 투자자(SI)나 재무적 투자자(FI)를 찾았는지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른다.

물론 업계는 애경의 인수 완주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예비입찰 참여가 결코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애경이 예비입찰 이후 진행되는 적격 인수후보 리스트에 들기만 하면 아시아나항공 실사 참여를 통해 대형항공사의 운영 노하우와 내부 정보를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게 돼서다. 애경 측은 인수 협상 대상 후보군에 들 수 있도록 준비해 실사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사모펀드 KCGI의 경우에는 그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처지다. 항공업의 위기 극복을 돕기 위해 진지하게 이번 입찰에 나섰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토종 행동주의펀드를 표방한 투기 자본의 양면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장기적인 가치 제고보다는 단기 성과주의에 매몰돼 오히려 경영 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게 요지다.

더욱이 KCGI가 앞서 대한항공 경영권 참여를 위해 많은 실탄을 소비한 만큼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열세로 꼽힌다. 이미 많은 자금을 끌어다 썼다는 점은 인수전 완주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나마 막판에 인수전에 참여한 미래에셋대우-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아시아나 인수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한 HDC현대산업개발은 현금성 자산 규모가 1조2000억 원에 이르는 데다, 단기금융상품도 4542억 원 가량을 확보하고 있어 풍부한 유동성을 자랑한다.

다만 지속되는 항공 업황 악화와 아시아나항공이 안고 있는 대규모 부채를 감안할 때, 해당 컨소시엄이 실사 후에도 본 입찰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대기업들마저 등을 돌리며 발을 뺐다는 점은 아시나항공이 인수매물로써의 매력도가 낮음을 방증한다는 것이다.

결국 업계는 한일 관계 악화와 갈수록 높아지는 대내외적 경영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자기 사업을 꾸려나가기도 벅찬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속적인 자금 투입을 감내해야 하는 리스크가 따른다"며 "오히려 진정 관심있는 기업들은 유찰을 통한 매각가 다운을 노리며 때를 기다리는 것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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