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추석 10% 약속’과 출구전략… 퇴진파 연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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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추석 10% 약속’과 출구전략… 퇴진파 연대 ‘주목’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9.09.13 2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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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미진 여전, 퇴진 책임론 불붙나
자강론 중심 조국 퇴진 장외집회 이유는
퇴진파 한국당과의 교감, 정계개편 ‘촉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철회를 촉구하며 추석 연휴 기간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벌이고 있다.ⓒ뉴시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철회를 촉구하며 추석 연휴 기간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벌이고 있다.ⓒ뉴시스

 

5개월 전이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지난 4월 15일 국회에서 가진 최고위원회에서 “추석 때까지 당 지지율이 10%에 이르지 못하면 물러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하태경 이준석 권은희 최고위원의 회의 참석 보이콧 선언 등 4‧3재보선 창원성산 참패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지자 꺼낸 승부수였다.

5개월 후가 됐다. 13일 추석 당일인 현재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어떨까. 전날(12일)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1일 발표한 지지정당별 여론조사 결과 바른미래당은 6.7%인 것으로 집계됐다. 더불어민주당 33.7%, 자유한국당 22.7%, 정의당 9.4%에 이은 4위이다. 다음으로 민주평화당 1.0%, 우리공화당 0.6% 순이었다.

tbs와 YTN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 1503명을 대상으로 지난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실시한 9월 2주차 여론조사 결과 바른미래당에 대한 정당지지도는 5.2%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39.5%, 자유한국당 30.1%, 정의당 6.2%에 이은 4위이다. 뒤이어 민주평화당은 1.8%, 우리공화당 1.2%이다.

줄곧 4~6% 박스권 안을 벗어나지 못한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추석 연휴 기간에도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손 대표가 당초 약속한 10%에 이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때문에 ‘조국 정국’을 맞아 한동안 소강 국면이었던 바른미래당 내홍은 추석 이후 다시금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찍이 예상돼 왔듯 손 대표는 자진사퇴하는 대신 버티기 유지 모드를 고수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앞서 손 대표는 지난 7월 혁신위원회 파행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당 추석 지지율이 10%에 못 미쳐도 자진사퇴 않고 당이 자강하도록 지키겠다는 점을 시사한 바 있다.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가 있던 이달 1일에도 “저에겐 아직 당을 제대로 살려야 하겠다는 사명이 남아 있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해 왔다.

이로써 만인에 공언한 약속을 스스로 지킬 때가 왔다는 비당권파의 요구는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명분 면에서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동안 비당권파는 지도부 퇴진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으나, 스스로 밝힌 사퇴 조건의 날이 오기 전의 일이라, 힘을 받지 못한 바 있다. 이와 달리 손 대표가 선언한 ‘그날’이 옴에 따라 약속한 어음으로 치면 돌려받기 좋은 타이밍이 왔다는 관측이다.

실제 추석 연휴를 앞두고 퇴진파는 책임론 제기에 군불을 떼 왔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손 대표가 사퇴 약속을 번복해서는 안 된다며, 정치적 도의와 염치를 져버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상욱 의원도 지난달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날의 참담한 지지율 하락은 본인의 리더십 실종이 원인임에도 남탓으로 돌리면서 약속을 번복한 손 대표에 있다”며 “손학규 대표님 이제는 떠나셔도 된다”고 촉구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도 지난달 5일 국회에서 “국민들이 지지하지 않는 정당의 근거는 없다”며 “(손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이 승리하는 길”이라고 했다.

퇴진 기류 분위기를 의식한 듯 손 대표는 나름의 출구전략으로 ‘자강론에 기초한 당 자체 조국 퇴진 운동’으로 국면을 전환하는 모양새다. 추석 연휴 당 지지율이 발표된 당일(12일) 손 대표는 임재훈 사무총장 등 당권파와 지지 당원들과 함께 광화문으로 나가 촛불을 들고 ‘조국 임명 철회’ 집회를 가졌다. “조국이라는 폭탄을 제거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산다”며 장외 집회를 벌인 것이다. 앞으로도 매주 토요일 촛불집회를 통해 임명 철회를 촉구하겠다며 지속적 투쟁을 예고했다.

손 대표의 이 같은 독자 행보는 反조국 국민연대를 제안한 자유한국당과 달리 바른미래당 중심의 촛불집회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는 심산인 것으로 풀이된다. 손 대표는 지난 11일 최고위에서 국민연대를 제안한 황교안 대표를 향해 “국민의 심판을 받은 세력이 문재인 정권을 단죄한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며 함께 손잡을 일이 없음을 거듭 내비친 바 있다. 비록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에는 반대하지만 자신은 여전히 호남과 범여 지지층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손 대표의 당 중심 장외집회는 퇴진파에 대한 경고의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유승민 바른정당계와 이태규 의원 등 안철수계는‘조국 퇴진’이라는 공동 목표 속 한국당과의 연대를 긍정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쳐왔다. 그러나 손 대표로가 볼 때 이는 한국당과의 보수 통합을 위해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속셈이라는 기존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격으로 읽혀져 내심 쾌재를 부를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즉 한국당과 퇴진파와의 연대가 구체화 될수록 ‘당을 지키겠다’‘나갈 테면 나가라’는 발언이 탄력을 받게 됨에 따라 책임론에 맞서는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견해다.  

연대냐 vs자강이냐, 라는 ‘조국 철회’국면이 과연 ‘손학규 퇴진 내홍’과 당 분당 가속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지 또한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당 내 관계자는 최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추석 이후를 기점으로 치킨 게임의 끝도 얼마 남지 않았다. 머지않아 가닥이 날 것”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야권 인사는 “바른미래당 분당과 정계개편 시발점의 열쇠는 유승민 안철수 전 공동대표에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도 전했다. 손 대표는 물론 황교한 나경원 등 한국당도 ‘유승민 안철수’에 러브콜을 보내는 가운데 퇴진파의 집단 움직임 가능성은 이들 왕벌(대권주자)의 결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으로 가늠되고 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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