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의 휴게소 관리감독법] “비싸고 맛없는 휴게소 음식, 가격 정상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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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의 휴게소 관리감독법] “비싸고 맛없는 휴게소 음식, 가격 정상화하자”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9.16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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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톺아보기(28)>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 한국도로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 대표발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 가격이 지나치게 높고 품질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시사오늘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 가격이 지나치게 높고 품질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시사오늘

추석 명절을 맞아 들뜬 마음으로 고향길에 올랐던 박민재 씨(35)는 출발 두 시간 만에 좋은 기분을 망쳤다. 배도 채우고 휴식도 취할 겸 잠시 들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바가지 썼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메뉴판을 보자마자 비싼 가격에 놀랐던 박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주문한 음식을 받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집에서 대충 끓인 것보다 못한 라면 가격은 무려 5000원. 아이들을 위해 주문한 다른 메뉴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가격은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서울 명동이나 강남 못지않았지만, 음식의 질은 비교조차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박 씨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5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고속도로 휴게소도 우리 세금으로 지은 시설일 텐데, 일반 식당보다 더 비싸면서 품질은 최악인 게 이해가 안 된다”면서 “이런 폭리가 아직도 이슈가 안 된 게 이상할 지경”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의 높은 가격과 낮은 품질은 하루 이틀 지적된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좀처럼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운영 구조 탓이 컸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실에 따르면, 고속도로 휴게소 195곳 중 192곳이 민간업체에 위탁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권을 특정 업체에 넘기면, 그 업체가 개별 점포와 계약을 맺어 판매권을 주는 구조다.

이러다 보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물건을 파는 사업자는 한국도로공사와 운영권을 가진 민간업체 양쪽에 수수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가령 5000원 짜리 라면의 경우, 점포에서 2500원, 한국도로공사에 750원, 위탁 관리업체에 1750원이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진다. 수익의 절반가량이 수수료로 지불되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한국도로공사에 유료도로 휴게소 관리 감독 의무를 부여하는 ‘한국도로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한국도로공사에 유료도로 휴게소 관리 감독 의무를 부여하는 ‘한국도로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뉴시스

우원식, 고속도로 휴게소 관리·감독 법안 대표발의

다행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분노를 느낀 사람이 박 씨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추석 연휴 약 20여일 전인 지난 8월 22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한국도로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한국도로공사가 휴게소 운영업체에 대한 적정 수수료 책정 여부와 휴게소의 안전, 상품의 위생과 가격 등 운영 전반에 관한 실태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우 의원은 “고속도로 휴게소는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 운영되고 있으나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비싼 가격과 허술한 위생관리가 이용객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며 “지난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도 휴게소 상품의 높은 가격과 위생에 대한 문제가 수차례 제기됐고, 그 원인으로 휴게소 입점업체에 책정하는 과도한 수수료가 지목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라면 가격을 예로 들며 “업계 평균인 46~50% 정도의 수수료율을 적용한 A 휴게소의 라면 가격은 5000원인 데 비해, 수수료율이 39%로 업계 평균에 비해 현저히 낮은 B 휴게소는 라면을 3000원에 판매하고 있다”면서 “이처럼 휴게소 입점업체가 책정하는 과도한 수수료가 이용객에게까지 전가돼 국민들의 편의 추구라는 휴게소의 취지를 해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은 한국도로공사가 휴게소 운영업체의 입점업체에 대한 적정 수수료 책정 여부와 휴게소의 안전, 상품의 위생, 가격 등 운영 전반에 관한 실태를 점점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휴게소 이용에 관한 국민 편익과 운영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 의원의 법안은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를 겨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의 높은 가격이 인건비 때문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우 의원의 법안은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를 겨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의 높은 가격이 인건비 때문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높은 가격이 수수료 탓? ‘인건비 때문’ 반론도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도로공사는 유료도로에 설치·운영하는 휴게소나 주유소에 대한 운영자의 계약 사항과 안전관리, 위생관리, 입점 업체에 대한 적정 수수료 책정 여부 등을 관리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쉽게 말해, 공공기관인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 기업들이 폭리를 취하지는 않는지, 위생 관리는 잘 하고 있는지를 감시·감독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이 법안이 실질적인 가격 하락을 담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지 않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특성상, 단순 가격 비교만으로 운영 업체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결론을 도출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4일 <시사오늘>과 만난 모 휴게소 운영사 관계자는 “매출액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영업이익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건 아니다”라며 “공휴일이나 명절에도 운영을 해야 하고,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일반 사업장에 비해 인건비가 훨씬 높을 수밖에 없는 업종이라는 것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에서 인건비 확 올려놓고 물가 탓하시는 것은 머리와 꼬리가 맞지 않는 상황”이라며 “라면봉지는 권장소비자가가 있을지 몰라도 끓인 라면은 권장소비자가가 있을 수 없다. 여당이 라면은 어디서 팔더라도 김밥천국 가격으로 3000원이어야 한다는 발상으로 경제를 운영하지 않는 조직이기를 기대한다”고 썼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높은 가격은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높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11일 KBS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 “업체 쪽에서는 ‘다 떼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영업이익률이 낮다’ 이렇게 주장을 하는데 제가 몇몇 감사보고서를 확인해 보니 영업이익률이 10% 넘는 기업들이 꽤 있더라”면서 “일반적인 제조업체 같은 경우에는 영업이익률이 5% 넘기 쉽지 않다. (영업이익률이) 10% 넘는다는 얘기는 적지 않은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이고, 수수료를 전체적으로 인하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국가가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 가격까지 통제하려고 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휴게소 사업은 사실상 독점 영업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공적 통제를 전혀 하지 말고 경쟁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사실상 독과점에 가까운 고속도로 휴게소의 특성상, 국가의 인위적인 가격 통제가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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