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빛좋은 개살구’ 돼버린 민주당 대권주자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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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빛좋은 개살구’ 돼버린 민주당 대권주자群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09.17 17: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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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주자 연이어 낙마·상처…풍요속의 빈곤
‘매 맞고 뜬’ 김경수·조국은 ‘신기루’ 지적도
여론조사 1위 이낙연, 한계론으로 여전히 물음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호프타임을 갖고 함께 맥주를 마시는 문재인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와 다른 경선 후보들. 최성 전 고양시장(맨 왼쪽),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에서 두 번째), 안희정 전 충남지사(맨 오른쪽). ⓒ뉴시스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호프타임을 갖고 함께 맥주를 마시는 문재인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와 다른 경선 후보들. 최성 전 고양시장(맨 왼쪽),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에서 두 번째), 안희정 전 충남지사(맨 오른쪽).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의 일명 ‘대권주자풀’이 줄어들고 있다. 후보군에 이름을 올려둔 이들은 많지만, 이들이 대선정국까지 완주가 가능할지는 물음표가 붙는다. 일각선 '빛좋은 개살구'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유력주자 연이어 낙마·상처…풍요속의 빈곤

민주당의 대권주자 누수는 지난 대선경선 2위에 올랐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충격적인 낙마가 시작이었다. 안 전 지사는 비서 성폭행혐의로 지난 9일 대법원에서 최종 징역형을 선고받으며 사실상 정계에서 퇴출된 상태다. 이어 대선경선 3위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다양한 소송에 휘말리면서 여의도에선 안희정, 이재명, 박원순, 김부겸(김경수)의 이름을 모아 '안이박김 살생부'라는 말도 등장했다.

친형과 관련된 허위사실공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던 이 지사도 1심에선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지난 6일 2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으며 당선무효 위기에 처했다. 이미 다양한 구설에 휘말리며 대권주자로서 상처를 입었던 이 지사는, 아예 정치생명이 위기에 처하며 상고로 배수진을 쳤다.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등이 여전히 여권의 대권주자 이름을 올리고 있고, 김경수 경남지사, 추미애 의원 등의 이름도 언급되지만 의미있는 지지율이 집계되지는 않고 있다. 여론조사에 이름을 올린 후보들은 많지만 이낙연 국무총리를 제외하면 모두 한 자릿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군소후보들이다. 언뜻 두터워 보이는 인재풀이지만 '빛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현 상태에서 민주당 내의 유력 대권 후보가 없다. 현역 의원으로는 김부겸 의원이 유일하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와 관련, 조심스럽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음은 16일 기자와 만난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가 들려준 이야기다.

"아직 대권후보가 드러나기 이르긴 하지만,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조국 법무부 장관 등 당 밖에 있는 분들이 대권후보의 상위권에 이름이 올라가는 것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우선 우리 당 자체의 지지가 높지 않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눈에 띌 만한 후보가 당내에 지금 없다는 말과도 같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도 청와대에 있으면서 뉴스에 좀 이름이 오르내렸다는 것만으로 대권후보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나. 야권에 비하면 선수층이 두껍다고들 말 하는데, 그 이야긴 거품이 좀 있다고 생각한다."

'매 맞고 뜬' 김경수·조국은 ‘신기루’ 지적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조국 법무부장관이 여당의 유력 대권후보로 올라선 것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장관 후보자가 된 뒤 쏟아져나온 의혹으로 언론 등의 집중 조명을 받은 조 장관은,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2위를 차지한 이 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 이어 3위로 급부상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코리아가 SBS의 의뢰로 전국 성인 남녀 1026명에게 9월9일~11일에 걸쳐 ‘내일 당장 대통령 선거를 한다면 어느 후보를 선택할지’에 대한 질문을 한 결과, 이 국무총리( 15.9%, 1위)와 황 대표(14.4%,2위)에 이어서 조 장관이 7%로 3위를 기록했다고 14일 발표됐다. 여권에서 이재명(5%), 박원순(4.5%), 김부겸(2.1%) 후보를 모두 제친 수치다.

이러한 조 후보의 급부상은 언론 등으로부터 검증받는 과정에서 집중조명을 받은 반사효과라는 풀이가 나온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 1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애초 문재인 대통령께서 조 장관을 지명할 당시 (조 장관은) 주식으로 말하면 미래에 희망주, 기대주 정도로 평가됐다"면서 "그런데 야당과 언론이 무려 두 달 가까이 (조 장관을) 키웠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 장관의 대권주자군 대열 합류는 허수(虛數)라는 평가가 여권 내부에서도 지적됐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사건'관련, 언론지상의 전면을 장식할 때 잠깐 대권주자 여론조사 후보군에 합류했던 것과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다음은 민주당 한 중진의원실의 핵심관계자가 1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설명한 내용이다.

"(조 장관의 대권주자 진입은)신기루에 가깝지 않을까요. 막말로 '매 맞고 뜬'거라는 이야긴데, 지금 대권주자군이 워낙에 흐릿해서 그런거지 본격 레이스가 시작되면 사라질 숫자라고 봅니다. 김(경수) 지사도 그랬잖아요. 대권은 (조 장관)본인도 관심이 없을 거라고 했고요. 지금 우리가 토론해야 할 진짜 문제는 조 장관이 갑자기 등장해 여권 2위를 하는 민주당의 현실입니다."

대권주자 1위 이낙연의 한계론

그나마 유일하게 민주당 대권주자 풀을 지키고 있는 인물이 있다면 이 총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쭉 총리직을 맡고 있는 안정감있는 행보와 함께, 수 개월 간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의 선두권을 줄곧 유지중이다.

하지만 이 총리를 여권의 대표주자로 내세우기엔 몇 가지 '한계론'이 제시된다. 문재인 정부와 사실상 동일시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의 피로감, 호남 주자라는 점, 상대적으로 고령의 나이(1952년생, 2019년 기준 68세) 등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총리가 강점이 많은 정치인인 것은 사실이지만, 대권주자로서 확장성에 의문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으로 '심판론'에 휩쓸리기 쉽다는 것이 가장 크다"면서 "지역주의가 많이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호남 주자라는 것도 확장성에 유리한 요소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본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의 보다 자세한 사항은 SBS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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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자 2019-09-18 00:33:18
민주당의 대권주자들에 대한 기사 잘 읽었습니다.
역시 이낙연 총리에 대한 기대감이 크네요.
70대 초반 대통령이 많은 나이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