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1314?’…편의점에 부는 ‘꼼수’ 바람
‘비밀번호 1314?’…편의점에 부는 ‘꼼수’ 바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9.19 17: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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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기간 1년·수습기간 3개월·1주 근로시간 14시간 계약 꼼수
3개월간 최저임금 90% 지급에 주휴수당 의무 없고 자유로운 해고도 가능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꼼수’가 늘어나고 있다. ⓒ뉴시스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꼼수’가 늘어나고 있다. ⓒ뉴시스

“계약기간 1년에 수습기간 3개월, 1주 근로시간은 14시간입니다.”

김민재 씨(22·가명)는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 아르바이트 계약서를 쓰러 갔다가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계약기간이 1년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편의점 아르바이트에게 3개월간의 수습기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씨가 ‘1314에 숨겨진 비밀(계약기간 1년 수습기간 3개월 근로시간 14시간)’을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이 편의점 점주는 수습기간 3개월 동안 김 씨에게 최저임금의 90%만을 지급했다. 당연히 주휴수당도 주지 않았다. 그리고 근무한지 두 달이 조금 지나자, 갑자기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고 통보했다. 고객들로부터 불친절하다는 항의가 자주 들어온다는 이유였다. 김 씨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마땅히 항의할 방법이 없었다. 이 모든 것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펼쳐진 일이었던 까닭이다.

우리 최저임금법 제5조 제2항은 ‘1년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수습 중에 있는 근로자로서 수습을 시작한 날부터 3개월 이내인 자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1항에 따른 최저임금액과 다른 금액으로 최저임금액을 정할 수 있다. 다만, 단순노무업무로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 직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제외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대통령령은 최저임금액에서 100분의 10을 뺀 금액을 ‘최저임금액과 다른 금액’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계약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하고 수습기간을 3개월로 정하는 경우 기업은 근로자들에게 수습기간 동안 최저임금의 90%에 해당하는 금액만 지급해도 무방하다. 예외적으로 단순노무업무 가운데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직종은 이 조항을 적용받지 않도록 하고 있으나, 고용노동부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단순노무업무가 아닌 판매업무종사직으로 분류한다. 계약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하고 수습기간을 설정하기만 하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3개월 동안 최저임금의 90%만 줘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또한 우리 근로기준법 제55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하면서도, 같은 법 제18조 제4항에 ‘4주 동안(4주 미만으로 근로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을 평균하여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제55조와 제60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정해뒀다. 제55조와 제60조는 유급휴일과 연차 유급휴가에 대한 규정이다. 즉, 4주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게는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심한 경우, 수습 기간 3개월이 끝나기 전에 아르바이트생을 해고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상시 5인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의 경우 별다른 제한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게 해뒀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에도 해고예고수당(최소 해고 30일 전에 예고를 해야 하고, 예고하지 않았을 경우 30일분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규정)은 줘야 하지만, 근로한 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이 규정도 적용되지 않는다. 즉, 5인 미만 근로자를 사용하는 소규모 편의점에서는 ‘계약기간 1년·수습기간 3개월·1주 근로시간 14시간’만 지키면 3개월 동안 최저임금의 90%만 주면서 수습기간 내에 자유로운 해고까지 가능한 셈이다.

실제로 <시사오늘>이 고용노동부에 문의한 결과, ‘계약기간 1년·수습기간 3개월·1주 근로시간 14시간’으로 계약한 근로자는 3개월간 최저임금 90%만 수령하고 주휴수당을 받지 못해도 문제 제기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덧붙여,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수습으로 근무한 근로자는 해고예고수당도 받을 수 없다. 이러다 보니 편의점 점주들이 모인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1314만 기억하라’는 글이 공공연히 공유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노무사는 1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작년에 법이 바뀌어서 단순노무직 종사자는 계약기간에 관계없이 무조건 최저임금을 다 주기로 했는데, 노동부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판매업무 종사자로 분류하면서 꼼수를 부릴 여지를 주고 있는 것”이라며 “사실상 노동부가 3개월 동안 최저임금 90%만 주고 적당할 때 해고하라고 권고하고 있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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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 2019-09-20 11:31:54
이것도 조국 장관님 말씀대로 합법인데 뭐가 문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