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정신도시, LG디스플레이 구조조정으로 ‘뒤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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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정신도시, LG디스플레이 구조조정으로 ‘뒤숭숭’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9.20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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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LCD산업단지 위축으로 요원해진 자족도시
OLED 사업재편으로 영향 적다는 낙관론도 나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LG 파주 LCD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산업단지 ⓒ LG디스플레이
LG 파주 LCD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산업단지 ⓒ LG디스플레이

문재인 정부의 3기 신도시 조성 방침으로 직격탄을 맞은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가 LG디스플레이 구조조정 영향으로 분위기가 한층 더 가라앉을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지속된 실적부진으로 지난해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 상시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과 사업구조 재편을 진행 중이다. 또한 LG그룹이 실적부진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한 한상범 부회장의 뒤를 이어 새로운 사령탑으로 재무통인 정호영 사장을 임명한 건 구조조정의 강도를 더 높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7일부터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경영환경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희망퇴직을 적극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근속 5년차 이상 생산직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사무직에 대한 희망퇴직도 추진할 전망이다. 또한 실적부진의 원인이 LCD 시장 붕괴에 있는 만큼, LCD 생산라인에도 조만간 메스를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타깃은 구미공장과 파주공장이다.

최근 파주 지역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파주공장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을 실시할 경우 지역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에서 핵심적인 자족기능 역할을 하는 파주LCD산업단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여지가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산단은 LG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LG그룹 계열사, 그리고 다수의 협력업체들로 구성돼 있으며, 노동자 수는 약 3만여 명에 이른다.

또한 현재 파주시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파주센트럴밸리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에도 찬물을 끼얹을 공산이 크다. 파주센트럴밸리는 47만㎡ 규모 부지에 1800억 원을 투입해 파주LCD산단의 협력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파주가 자족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포석이라며 많은 기대를 모은 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의 구조조정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그 여파는 노동자들의 주거지역인 운정신도시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역 부동산 관계자와 주민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지역을 떠나는 사람들이 발생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3기 신도시 악재에 이어 또다시 대형 악재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운정신도시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서울로 출퇴근 하는 주민들이 많지만 인근 파주출판단지와 파주LCD산단에서 생계를 꾸리는 주민들도 상당하다. 그런데 요즘 파주출판단지는 업황이 안 좋아서 몇몇 업체들이 철수한 것으로 알고 있고, 파주LCD산단에서도 LG디스플레이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아무래도 운정을 떠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GTX-A로 좋아지나 했더니 다시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파주LCD산단에서 근무하는 한 운정신도시 주민은 "사택에서 지내다가 돈을 모아서 얼마 전에 운정에 겨우 집을 마련했는데,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회사 분위기가 안 좋다. 아직 입주도 안 했는데 마음이 착잡하다"며 "본사가 파주공장에 일거리를 많이 줄일 거라는 소문도 돌고 있고, 다른 하청업체들은 사업정리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일자리가 사라지면 운정에서 살 이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운정신도시의 인구 증가율이 하락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이 같은 악재가 터졌다는 데에 있다. 파주시 통계에 따르면 운정1·2·3동 인구 증가율(전년 말 대비)은 2014년 12.49%, 2015년 8.82%, 2016년 3.61%, 2017년 6.43%, 2018년 14.38% 등 최근 5년 간 연평균 9.14%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인구 증가율은 지난 8월 기준(전년 말 대비) 3.17%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가운데 자족기능 위축으로 인구유입이 줄어들면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운정신도시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역을 외면하니까 기업도 지역을 외면하려는 게 아니냐. 그나마 유일하게 지역에서 자족기능 역할을 하는 파주LCD산단마저 흔들리면 운정신도시는 그야말로 베드타운이 될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대기업을 유치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운정을 자족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3기 신도시는 그 다음에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지역 일각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기존 LCD사업을 OLED사업으로 재편하는 과정인 데다, 최근 파주공장에 대규모 추가 투자를 단행한 만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느 정도 인력감축과 일부 협력업체들의 피해가 예상되지만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자체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OLED 시장 확대로 오히려 파주 지역경제가 전보다 더 활성화될 수도 있다"며 "진짜 문제는 중국 광저우공장이다. 광저우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국내 생산라인을 대폭 축소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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