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하태경 징계 後… “안철수 복귀시점이 승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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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하태경 징계 後… “안철수 복귀시점이 승부처”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9.09.21 0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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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당권파 버티기에 속수무책
비당권파 10월 결단설도 들려오지만
광야로 나가기 힘든 이유와 변수들, 왜?
뾰족한 수 없지만, 결심 서둘러야 조언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바른미래당이 하태경 의원에 당원권 6개월 정지를 내린 후 다시금 내홍에 휩싸이고 있다.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는 의총을 열고 당권파의 징계는 원천무효이며 손학규 대표보러 철회하라고 하지만, 당권파는 어림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안팎으로 10월 바른미래당이 갈라서는 등 파란이 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국 정국을 맞고 잠잠했던 바른미래당, 어떻게 될까.ⓒ시사오늘(그래픽=김유종)
바른미래당이 하태경 의원에 당원권 6개월 정지를 내린 후 다시금 내홍에 휩싸이고 있다.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는 의총을 열고 당권파의 징계는 원천무효이며 손학규 대표보러 철회하라고 하지만, 당권파는 어림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안팎으로 10월 바른미래당이 갈라서는 등 파란이 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국 정국을 맞고 잠잠했던 바른미래당, 어떻게 될까.ⓒ시사오늘(그래픽=김유종)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광야로 나왔을 때다. 외롭고 힘든 여정을 시작하겠다며, 허허벌판에 홀홀단신 나선다고 했다.

2015년 12월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탈당 때이다. 문재인 당시 대표의 잇따른 선거 패배로 두 전현직 대표(안철수vs문재인) 간 갈등은 최고조였다. 이대로는 총선도, 정권교체도 어렵다는 게 안 전 대표의 생각이었다. 당의 변화를 위해 전당대회를 제안했다. 사실상의 ‘문재인 퇴진론’을 피력한 것이다.

문 대표는 이를 받지 않았다. 4‧29재보선의 4석 중 0석, 10‧28재보선의 22석 중 2석이라는 대참패의 기록을 연거푸 냈지만, 사퇴하지 않았다. 책임지고 사퇴하라, 당 안팎에서 가해지는 흔들기의 세기는 커져갔지만, 끝까지 버텼다. 그런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퇴진하라 한다고, 물러날 문 대표가 아니었다.

중대결심을 암시한 안 전 대표의 최후통첩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밀어내기와 버티기 싸움 끝에, 다 털어낸 쪽은 안 전 대표였다. 당을 탈당했고, 제3지대 빅텐트의 초석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듬해 20대 총선에서 39석을 얻고 제3당이 됐다. 광야에서 성공한 대약진이었다.

지난 18일 당 윤리위는 비당권파인 하태경 최고위원에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징계를 기습적으로 의결했다.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고 한 최고위에서의 발언이 손 대표에 대한 막말이라며, 당권파에서 윤리위에 회부했고, 한동안 잠잠하던 중 돌연 징계가 결정된 거였다. 하 최고위원이 거듭 허리 굽혀 사과했고, 그것으로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타이밍으로 보면 묘한 조치였다. 실상 이는 비당권파에 대한 경고, 나가라는 압박의 신호이기도 했다. 지난 4월 이언주 의원이 선거법 등의 패스트트랙 상정을 반대하자, 의총 표결에 앞서 윤리위는 이 의원의 막말 논란을 이유로 당원권 1년 정지 징계를 내린 바 있다. 그에 격분한 이 의원은 “패스트트랙 추인은 역사적 죄악”이라며 탈당했고 아직까지 무소속 신분으로 있다.

마찬가지로 하 최고위원의 징계 결정은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를 제압하기 위한 추석 이후 가해진 경고등으로 읽혀졌다. 이언주 의원 때의 징계가 패스트트랙을 통과시키기 위한 거였다면, 하 최고위원의 징계는 ‘손학규 퇴진 촉구’를 거세하기 위한 거라는 해석이다.

추석 연휴가 끝난 이후 당 중진인 정병국 의원을 시작으로 비당권파에서는 손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를 시나브로 제기하던 중이었다. 추석 때까지 당 지지율 10%를 만들지 못하면 물러나겠다는 공언을 책임지고 지키라는 촉구였다. 그러나 이를 분열을 가속화하고 자유한국당과의 보수연합을 꾀하기 위한 분탕 전략이라고 보는 당권파에서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 본보기로 다음날 곧장 하 최고위원의 당원 활동을 정지시킨 거였다.

비당권파로서는, 아무 손도 쓰지 못하고 당한 것만은 아니었다. 같은 날 오신환 원내대표를 비롯해 하태경, 권은희, 김수민, 이준석 최고위원 등 비당권파 5인도 안병원 윤리위원장에 대한 불신임 징계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또 이를 근거로 하 최고위에 대한 징계는 원천 무효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헌당규 해석차만 분분할 뿐, 징계 조치를 철회할만한 실질적 힘을 얻지는 못했다. 이후 긴급하게 유승민 오신환 지상욱 하태경 정운천 이동섭 신용현 김삼화 의원 등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 중심의 비당권파만 모인 긴급 의총에서도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못했다.

손 대표 체제를 인정 않는 비대위 전환 등 경우의 수가 논의됐다고는 하나, 현실가능성으로 볼 때 관철시키기 어려워 달리 수가 없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비당권파로서는 손 대표와 당권파야말로 “당헌당규를 무시한 비민주적 꼼수”라는 입장이지만, 손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절차를 역행할 수 없다는 게 당 안팎 관계자들의 지적인 것이다. 더군다나 그럴 경우 비당권파를 대상으로 해당행위 징계, 출당 조치, 공천권 박탈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비대위 전환 또한 결코 쉽지 않다는 얘기였다.

수적으로 볼 때 비당권파 수가 더 많아 가능하다는 관점도 전해지지만, 당권파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놓고 있다는 입장이어서 그 또한 어림없다는 전언이다.

한 예로 당 내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20일 “수적으로 당권파가 열세일 수 있다는 것은 오판”이라며 “원래 바른미래당으로 오려다, 민주평화당에 남아있는 호남계 의원들이 상당수다. 여차하면 그들의 힘이 보태질 수 있다”고 전했다. 또 하 최고위원처럼 해당행위로 윤리위에 회부된 바 있는 이준석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등이 조만간 내려진다면, 최고위 구성도 당권파 우세로 가닥 나,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변수는 있다. 당내 호남 중진 의원들의 행보이다. 관련해 전직 당직자와 통화한 바에 따르면 그동안 박주선‧주승용‧김동철 의원 등은 손 대표 체제를 지지해왔다. 그러나 손 대표로는 총선이 어렵다고 판단해, 앞으로 대표 퇴진 쪽으로 무게 이동을 옮겨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비당권파의 희망사항일 수 있다는 견해다. 관련해 호남계 중진 의원 측은 통화에서 “손 대표의 리더십이 무너졌고, 기대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자칫하다가 바른정당 손으로 넘어가면 당이 한국당에 흡수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이는 당 내 호남계 의원들의 중론이라는 전언도 보태졌다. 바른정당계+안철수계에 힘을 실어줄리 만무하다는 얘기였다. 

딱 하나 남은 것은 ‘갈라서는 수밖에 없다’는 조언이 적지 않다. 당장 한국당의 러브콜도 없는데다, 원내교섭단체 소속으로서의 지위, 정당보조금 등 아쉬운 것 천지이지만 손 대표가 버티는 이상 당규상 퇴진 시킬 방도는 없는 이유에서다. 물론 “당권파가 나가란다고 나가는 게 말이 되느냐”는 분개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그 이유로 어떻게든 버티기 전략이 강구되고는 있지만, 나가는 타이밍조차 놓치면 더 어렵게 된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앞으로 전개될 여러 변수는 모두 예측불허의 것들이다. 이인영 나경원 오신환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 후 합의된 조국 법무부 장관 의혹 대상 국정조사를 비롯해 정경심 교수 구속 기소 여부 등 향후 윤석열 검찰의 수사 방향성도 정계개편에 여파를 줄 주요 변수 중 하나다. 조국 정국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와 황교안 대표의 결심에 따라 한국당 전원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정국상황이 안갯속이라 비당권파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현재 비당권파 안에서도 일부 의원들은 결단을 서두르자 등 반반으로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중이다. 그런가 하면 취재 중 “늦으면 11월에서 내년 1월” 혹은 “10월 중 결단이 날 것”이라는 일각의 귀띔도 있었다. 특히 10월 갈라설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예측도 나왔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런 담보나 보장 없이, 광야로 나가기는 웬만해서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바른정당계만 봐도 집(한국당)나와 춥고 배고프고 고생하고 있다는 푸념들이 진작부터 들려오고 있던 중이다. “이정도로 치졸할 줄 몰랐다”며 손 대표를 비판하고 있는 유승민 전 대표 역시 “고민하고 있다”고만 할 뿐 “선택 장애를 겪고 있다”는 한 취재원의 일침처럼 누구든 섣불리 결단하기 어려운 처지인 것이다. 

오죽하면 바른정당계는 아니지만, 비당권파 일원도 통화에서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란 말이 있지 않느냐”는 말로 당장 나가기 어렵다는 말을 내비쳤다. 그는 “나가서 죽느니 차라리 안에서 죽는 게 낫지 않겠냐”라는 말도 해왔다. 그만큼 결심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며, 더 두고 보고 보겠다는 의중이었다.

결국 “관건은 안철수 전 대표에 있다”는 시각도 전해지고 있다. <시사오늘>의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누가 더 초조하느냐가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승패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현재로서 비당권파의 선택지는 출구전략도, 답도 없는 막막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른미래당의 창업주인 안철수 전 대표가 문제를 해결하고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며 빠른 복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바른미래당 동향을 주시 중인 여의도 정가의 한 분석통도 “안철수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의 살길을 열어줄 마지막 퍼즐일 수 있다”며 “그렇다고 당장 복귀는 안 할 거다. 내년 1월 등 최대한 늦게 귀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가 하면 일련의 예견에 안철수 측근으로 알려진 김철근 동국대 겸임교수는 통화(20일)에서 “안 전 대표는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얹을 분이 아니다”며 “복귀 타이밍은 알 수 없지만 온다면 (비당권파가)살 방도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에 체류 중인 안 전 대표의 복귀 시점이 궁금한 가운데 안철수계 신용현 의원은 통화에서 "얼마 전 이태규 의원이 독일로 갔다 왔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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