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텔링] 손학규, 약속대로 사퇴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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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텔링] 손학규, 약속대로 사퇴했더라면?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09.22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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孫 버티기, 바른미래당 ‘불확실성’ 이어가
늘어나는 중도층에 ‘새로운 선택지’ 됐을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또 다시 재점화됐다. 손학규 대표가 내걸었던 "추석까지 당 지지율이 10%가 안 되면 물러나겠다"는 약속을 지키라는 당내 바른정당계의 요구가 빗발치면서다.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이 5% 전후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면서 예견된 수순이다. 그간 원칙을 고수하며 침묵하던 중진 정병국 의원까지 16일 손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만약 손 대표가 사퇴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어떤 미래 : 孫, 바른미래당의 난치병 '불확실성'에 도전하다

"저는 약속대로 대표직을 내려놓습니다. 제 사퇴를 계기로, 당이 화학적 결합을 넘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정당의 길을 갔으면 합니다."

손 대표가 퇴진과 함께 남긴 말이었다. 조국 태풍 속에서 손 대표의 사퇴는 큰 이슈가 되지 못 했다. 일각선 "지금도 늦은 것"이라는 핀잔이 나오긴 했다.

그러나 최소한 바른미래 당내에선, 새로운 희망과 함께 움직임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희망은 '당의 불확실성'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다. 

앞서 바른미래당의 그간 행보는 사실 정론에 가까웠다. 더불어민주당이 무리를 해 가며 정부를 옹호하고, 자유한국당이 극우에 가까운 행보를 하는 동안, 나름 여당·제1야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 애써왔다. 다만 지지율은 생각처럼 오르지 않았다. 그 가장 큰 원인으로는 '불확실성'이었다. 미래에 이 정당이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지난 4월 경남창원성산 재보선에 출마했던 바른미래당 이재환 후보는 "공약도 다른 후보에 비해 자신있고, 제가 여기서 미움받을 만한 사람은 아닙니다"라며 "다만 문제는 이 당이 언제까지 있을 지 몰라서 정을 못 주겠다는 거에요. 그래서 표 주고, 공개적으로 지지하기 꺼려진다는 분들이 많습니다"라고 토로한 바 있다.

실제로 바른미래당은 출범 이후, 끊임없이 일부 의원의 민주당 흡수설, 바른정당계를 중심으로 한 한국당 합병설에 시달려왔다. 손 대표 재임 시절에도 '호남 중심의 3지대'를 구상한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바른정당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었다. 당이 정체성을 떠나 존속마저 불안정하니 당연히 지지율이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손 대표는 결단을 통해 이 난치병에 도전했다. 손 대표의 퇴진은 곧 '호남중심전략'의 폐기로 이어졌다. 바른정당계 중진 정병국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며 화답했고, 바른미래당은 영호남 대신 수도권을 중심으로 서서히 대오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사태는 중도층과 부동층을 큰 숫자로 늘려 놨다. 그간 대안이 되지 못했던 바른미래당이,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들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원희룡·유승민·안철수 등 개혁 보수 인사들의 만남이 잦아지며, 새로운 형태의 보수 플랫폼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열쇠를 쥔 것은 한국당이 아닌 바른미래당이다.

#현재 : 바른미래당에 없는 미래

추석 전후로 정치권에선 다음과 같은 우스갯소리가 퍼졌다. 

"더불어민주당엔 민주가, 자유한국당엔 자유가, 정의당엔 정의가, 바른미래당엔 미래가 없다."

바른미래당으로선 언짢을 수 있지만 반박할만한 상황이 아니다. 하태경 최고위원 징계를 중심으로, 연일 손 대표와 바른정당계의 충돌이 관련 기사를 모두 장식하고 있다. 바른정당계는 점점 한국당과, 당권파는 민주평화당 탈당파인 대안정치연대와 가까워진다는 풍문이 들린다. 이대로는 분열 뿐이다. 바른미래당의 몰락은, 국민의당 이후 이어진 유력한 제3당의 붕괴 그리고 양당제로의 회귀 신호가 될 수 있다. 이대로라면 그 책임자로 가장 크게 지목받을 인사는 퇴진을 거부하고 당의 '불확실성'을 이어간 손 대표일 확률이 높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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