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통합 ‘NO’…이정희+유시민 통합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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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통합 ‘NO’…이정희+유시민 통합 가시화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9.05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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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진보대통합 찬성 54.1%…끝내 ‘부결’
조승수 사퇴…노회찬 심상정 정치행로 먹구름
진보신당 통합파 탈당 가능성 제기…명분은?
이정희-유시민, 대중적 진보정당 통합에 박차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최신형 기자]

“내년 총선 전까지 새 통합진보정당이 건설되지 못하면 총선에 불출마하겠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의 총선 불출마 승부수도 소용없었다. 진보신당이 끝내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최종 합의문을 부결시켰다. 진보신당은 지난 4일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당 대회에서 5·31합의문과 부속합의서2 등에 대한 최종 승인을 논의했으나, 재석 대의원 410명 중 222명(54.1%)만이 찬성했다. 진보대통합 최종 합의문에 대한 의결조건인 대의원 2/3(66.7%)에 미치지 못한 셈이다.

또한 이날 앞서 ‘국민참여당을 연대 대상임을 확인한 수임기관의 입장을 재확인한다’는 최종합의문의 수정동의안도 진보신당 재석 대의원 408명 중 213명(52.2%)만이 찬성, 역시 부결됐다. 한마디로 진보신당의 선택은 ‘도로 민노당도 싫다, 국민참여당도 싫다’였다.

이날 최종합의문에 대한 부결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 진보신당은 지난 3월 정기 당 대회에서도 대의원 345명 중 211명이 북한에 대한 민노당의 소극적인 태도를 문제 삼았고,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보냈던 ‘진보신당+민노당+국민참여당’ 간 합당 시그널 자체도 무산시킨 바 있다.

진보신당의 6·26 당 대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진보정치의 대부인 권영길 민노당 원내대표가 진보신당 당 대회 4일 전 눈물을 흘리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으나, 진보신당 대의원 57.8%만이 5·31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에 찬성했다. 사실상 부결된 셈이다. 다만 민노당과의 분당을 우려한 당 지도부는 최종 승인이 아닌 ‘인정’이라는 말로 논란을 봉합했다.

이후 이정희 민노당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미래의 진보> 출판 기념회를 열며 공조 행보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진보신당 독자파는 즉각 민노당 당권파를 겨냥하며 “진보신당인지, 국민참여당인지 선택하라”고 압박했고, 국민참여당을 향해선 유 대표의 사과를 ‘악어의 눈물’에 비유하며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요구했다.

▲ 왼쪽부터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 조승수 대표.ⓒ뉴시스

그러나 진보신당은 끝내 독자노선을 선택했다. 진성당원제를 통한 당내 민주주의 절차를 강조하는 진보정당으로선 당원들의 뜻을 받아드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과거 운동권 내부의 낡은 구도인 NL(민족자주파) VS PD(민중민주파)의 패권주의 해소와 진보의 외연 확대를 놓고 백가쟁명식 논쟁이 난무하던 통합진보정당 건설 논란이 사실상 일단락됐다는 얘기다.

김종철 진보신당 전 대변인은 5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당 대회 부결 원인에 대해 “민노당과의 합당 시 문제가 되는 북한에 대한 태도 등이 확인되지 않았고, 2012년 민주연립정부 구성 등에 대한 이견 때문”이라고 밝힌 뒤 국민참여당 문제와 관련, “대의원 등 당원들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진보신당 당원들의 자기 확신이 크기 때문에 부결된 것 같다”고 말했다.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정치행보 ‘빨간불’

통합진보정당이 사전 정지되면서 진보신당의 스타급 정치인 ‘조승수 노회찬 심상정’ 등의 앞날도 불투명하게 됐다. ‘조승수號’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약한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던 조 대표는 결국 5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2008년 민노당 분당 당시 선도탈당파였던 조 대표는 향후 도로 민노당에 정치적 생명을 걸었다는 ‘원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독자파이지만 민노당과의 통합에 찬성한 노 상임고문의 정치적 행보도 안개속이다. 삼성 X-파일 재판이 진행 중이고, 9·4 당 대회 날 헌법재판소는 노 상임고문이 낸 통신보호비밀법의 헌법소원 심판청구에 대해 재판관 7(합헌) 대 1(한정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삼성 X-파일에 대한 노 상임고문의 유죄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이 경우 노 상임고문의 피선거권이 박탈, 2012년 총·대선 출마 자체가 봉쇄된다.

노 상임고문과 당내 쌍두마차인 심 상임고문의 향후 정치행로는 사실상 먹구름, 그 자체이다. 심 상임고문은 민노당과의 통합은 물론 민주연립정부를 공개적으로 지지, 당내 독자파의 반발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심 상임고문은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당원들과의 상의 없이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일부 당원들로부터 출당요구까지 받았던 터라 그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조승수 노회찬 심상정’ 등이 9·4 당 대회에서 통합에 찬성한 54.1%의 대의원 중 일부와 동반 탈당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통합파의 탈당 정황이 포착되고 있지 않다. 통합파인 진보신당 관계자는 “아직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독자파인 김종철 전 대변인도 노회찬 등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 “탈당 여부는 잘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왼쪽)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뉴시스

조 대표 이후 독자파인 김은주 부대표가 당분간 대표직 직무대행을 맡는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그간 ‘통합이냐, 독자냐’를 놓고 당이 분화됐을 당시 진보신당 내부엔 사회당 등을 포함한 녹색사회당의 창당 움직임이 포착됐다.

자유주의 정당인 민주당과 민주개혁진영이 복지를 가치로 한데 모이는, 복지단일정당론을 들고 나오자, 진보신당 독자파 일부가 ‘More Green’의 가치를 들고 녹색좌파 연합을 외치고 있는 셈이다. 달리 말하면, 당내 통합파의 입지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일부 통합파가 ‘선거구제 개편’과 ‘진보의 재구성’이라는 명분을 들고 통합진보정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대두되는 것도 통합파 입지 축소라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통합파인 진보신당 관계자도 녹색사회당 창당 움직임과 관련, “사실상 운동권 정당을 하자는 것이냐. 녹색좌파의 가치는 이미 진보신당 안에 들어있다. 통합진보정당에 들어가서 녹색의 가치를 실현해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일각에서는 통합진보정당 건설 부결과 관련해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진보신당 관계자는 기자에게 “차기 총선은 독자적으로 치르되, 총선 이후 민노당과의 통합을 재추진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2012년 대선 전이라도 통합진보정당에 합류하자는 의미로 보인다.

한편 통합진보정당의 다른 축인 민노당과 국민참여당의 궤도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이날 진보신당 당 대회 결과와 관련해 “안타깝다”면서도 “진보대통합은 노동자 농민 민중의 한결같은 염원이며 민주노동당에 주어진 시대적 요구로, 빠른 시일 내에 반드시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속도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특히나 이정희 대표가 진보신당과의 통합 논의 과정에서 국민참여당 합류 문제 등을 양보하며 진보신당을 끝까지 끌어안은 모양새를 취한 점 때문에 민노당 내부에선 “우리는 할 만큼 했다”는 속내도 엿보인다.

이백만 국민참여당 대변인도 같은 날 진보신당의 부결과 관련,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진보대통합과 정치혁신은 시대적 대의로, 진보신당의 임시 당 대회 결과가 진보진영의 의지를 결코 약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향후 통합진보정당의 핵심 축이 민노당과 진보신당에서 민노당과 국민참여당으로 재편될 것으 보인다. 이는 통합진보정당 건설의 핵심 어젠다가 북핵이나 북3대 세습, 사회주의 강령 등에서 벗어나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로 진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보진영의 정치적 이념노선이 사회주의 좌파에서 사회자유주의 내지 사회민주주의로 급변, 진보의 개량주의를 목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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