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 부진→수익성 하락…‘악순환’에 빠진 건설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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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사업 부진→수익성 하락…‘악순환’에 빠진 건설업계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9.2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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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내 건설업계가 '해외사업 부진→성장성·수익성 악화→글로벌 경쟁력 하락→해외사업 부진'이라는 악순환에 빠진 눈치다 ⓒ 시사오늘
국내 건설업계가 '해외사업 부진→성장성·수익성 악화→글로벌 경쟁력 하락→해외사업 부진'이라는 악순환에 빠진 눈치다 ⓒ 시사오늘

국내 건설업계가 악순환에 빠진 모양새다. 최근 수년 간 해외사업에서 저조한 성과를 거두면서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하락세에 접어든 것이다. 각 건설사들이 보신주의와 무사안일주의에서 벗어나 도전 정신을 발휘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내놓은 건설동향브리핑을 살펴보면 전체 해외건설 시장 규모는 2015년을 기점으로 확장기에 진입, 연평균 3% 성장률을 유지하면서 오는 2024년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반면, 국내 업체들의 해외사업 수주 실적은 2015년을 기점으로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는 양상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공사 수주액은 2014년 660억 달러에서 2015년 461억 달러로 급감했고, 이후 2016년 282억 달러, 2017년 290억 달러, 2018년 321억 달러 등 제자리걸음 중이다.

해외발(發) 저가 수주 사태, 미청구공사금액 증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대형 건설사들이 수익성 제고와 선별적 수주 전략을 펼치면서 해외 수주 실적이 감소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최근 3년 간 부동산시장의 호황으로 국내 주택시장 규모가 증가하자 각 업체들이 내실경영을 앞세워 내수에 집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모험 대신 안정만을 택한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한국은행의 '2019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을 살펴보면 지난 2분기 건설업 성장성 지표인 총자산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50%p, 전분기 대비 2.15%p 하락했다. 매출액증가율도 전분기보다 1.15%p 줄은 -7.1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건설업 수익성 지표 역시 감소했다. 지난 2분기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0.24%p, 매출액영업이익률은 1.63%p,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금융비용)은 365.26%p 각각 하락했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악화된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동, 호주 등 해외사업발(發) 손실로 타격을 입은 대형 업체들이 어느 순간부터 적극적인 해외수주를 꺼렸다. 말이 좋아서 선별 수주지, 사실상 내려놓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모그룹 등 윗선에서 지시하는데 머슴(전문경영인)들이 뭘 어쩌겠느냐"라며 "지난 3년 간 10대 건설사 대부분이 CEO를 교체했고, 또 새로운 사령탑 대부분이 재무통이었다. 이후 내실을 키운다는 구호가 업계 트렌드가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리스크가 적은 사업, 당장 돈이 되는 사업, 당장 손해가 없는 사업에만 집중하니까 해외사업은 외면을 받았다. 물론, 경영환경이 악화된 측면도 있지만 핵심적인 원인은 보신주의와 무사안일주의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 글로벌 시장은 중국 건설사들이 휩쓸고 있는 중"이라며 "꾸준하게 막대한 이익을 꾀할 수 있는 해외사업을 내려놓으니까 먹거리가 줄어들었고 지금은 대형 업체들이 중견건설사들 파이까지 침범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 들어서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공사 수주액은 약 180억 달러(이달 말 기준)로 전년 동기(221억 달러) 대비 약 18.6% 줄었다. 지난 3년보다 앞으로의 3년이 더 염려되는 대목이다.

해외건설시장 규모, 건설기업 수주 실적, 시장 점유율 추이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해외건설시장 규모, 건설기업 수주 실적, 시장 점유율 추이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건설사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데에 있다. 전체 해외건설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은 2014년 6.4%, 2015년 4.7%, 2016년 2.8%, 2017년 2.8%, 2018년 2.9% 등으로 떨어졌다. 한창 좋았을 때인 2010년(9.0%)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플랜트 등 해외사업 부문 구조조정, 중국 업체의 맹추격, 지난해 라오스댐 붕괴 사고 등에 따른 시장 신뢰도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건설업계가 '해외사업 부진→성장성·수익성 악화→글로벌 경쟁력 하락→해외사업 부진'이라는 악순환에 빠진 눈치다.

이와 관련, 건설산업연구원 유위성 연구위원은 "설계·시공 기술력과 비즈니스 영역 확장 준비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라며 "환경 변화, 신기술 도입 등을 위한 제도적 인프라 구축을 미래 경쟁력 강화의 선행적 과제로 인식하는 등 국가 차원의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본격적으로 가속화되면서 실질적인 성과와 수익을 발생시키기 위한 디지털 기술의 현장 적용을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근본적 대응 방안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혜 부연구위원은 "건설업 성장성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수익성 또한 악화되고 있다. 건설경기 하락 영향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실적 악화에 대비한 기업별 경영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며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위험관리 전략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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