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식의 正論직구] 누구를 위한 수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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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正論직구] 누구를 위한 수능인가?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9.26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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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지난해 수능시험과 관련해 한 일간지에 게재된 칼럼은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을 만했다. “대입 수능 국어 31번 문제는 시험이라기보다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한 정신적 폭력에 가깝다”는 질타를 받았다. ⓒ인터넷커뮤니티  
지난해 수능시험과 관련해 한 일간지에 게재된 칼럼은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을 만했다. “대입 수능 국어 31번 문제는 시험이라기보다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한 정신적 폭력에 가깝다”는 질타를 받았다. ⓒ인터넷커뮤니티  

대통령의 지시로 대입제도 개편은 불가피해졌다. 문 대통령이 지난 9월 1일 동남아 3개국 순방길에 오르기 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조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있는데, 이 논란의 차원을 넘어서서 대학입시 제도 전반을 재검토해 달라”고 말한 게 발단이었다.

이번 ‘조국 사태’로 많은 사람이 수시제도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현행 수시제도가 ‘정보의 비대칭’과 ‘자녀 스펙 만들어주기’로 부유층, 특권층에 유리하기 때문에 수시를 축소하고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한편에서는 199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학력고사가 가장 공정했다는 말도 나온다. 현재 분위기로 볼 때 일정 정도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전형의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현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누리꾼이 인터넷 블로그에 다음과 같이 ‘학력고사 부활 캠페인을 벌이자’는 주장을 남기기도 했다.  

‘얼마 전 신문에서 수능 창시자가 수능 폐지를 원한다는 기사를 봤어요. 문제 푸는 스킬만 길러내는 시험됐다고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저 수능 첫 세대인데, 그 당시에도 들었던 생각이 ‘왜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걸 시험에 내지?’였습니다. 배운 걸 평가해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요? 내신 따로 수능 따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저 포함 많은 학부모들이 학력고사가 가장 공정했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학력고사 부활 운동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싶기도 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주장에 공감한다는 댓글이 많이 달린 것으로 볼 때, 입시제도의 간소화가 설득력을 얻어가는 것 같다.

지난해 수능시험과 관련해 한 일간지에 게재된 칼럼은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을 만했다. “대입 수능 국어 31번 문제는 시험이라기보다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한 정신적 폭력에 가깝다”는 질타를 받았다.

대학 교수들도 풀기 어려웠다는 국어영역 31번 문제가 문제였다. 지문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워 문제를 푼다는 것은 일반적인 머리로는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첫 시간 국어 문제 때문에 마음이 흔들려 나머지 시험도 망쳤다는 볼멘소리도 들렸다. 1교시 시험을 꼭 국어로 고집할 필요도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능 1교시를 한국사로 바꿔 달라는 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문제 자체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우리말은 아름답고 명료하다. 국어 31번 문제의 지문은 지시대명사 ‘그’를 남발하고 ‘만유인력은 만유인력을 더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는 식의 문장 구성으로 보는 이를 헷갈리게 한다. 그리고 주저리주저리 늘어진 문장에 복잡한 어순으로 초점마저 흩트린다. 이건 국어 문제냐 과학 문제냐를 떠나 국어사용법상 함량 미달의 문제다.’ 

고교 교육과정에 맞춰 출제해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던 교육당국의 약속을 무색하게 하는 시험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해마다 고교 교과과정 밖에서 대학별 고사를 출제한 대학들을 적발해 징계하는데, 모든 입시생이 치르는 수능에서 ‘대학교수들도 풀기 힘든’ 문제를 냈던 것이다.

문제는 수능이 지금의 수험생들이 어차피 한번 거쳐야 하는 관문이라면 좀 더 쉬운 방법으로 할 수는 없는가이다. 수능 시험이 끝나자마자 수험생들은 논술 고사 때문에 정신 차릴 시간이 없다. 지원 대학에 따라서 몇 번의 시험을 더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다 학부모들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생, 학부모 대다수가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입시제도라면 마땅히 재검토해야 한다. 수요자 중심의 전형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대학입시가 끝나면 대학 캠퍼스에 건물이 한 채 올라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부담을 줄이면서 공부에 흥미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대입제도가 그것을 견인해 그런 방향으로 바뀌어 갔으면 좋겠다. 선진 외국에서는 가능한데 우리는 왜 못하는 걸까. 지금의 대입개편안 논의 내용 중 하나인 정시와 수시 모집비율 조정으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지금의 대입제도는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에게 크나큰 부담을 주는 ‘괴물’이 돼 있다. 이 괴물은 우리의 무지와 잘못된 정책으로 몸집을 불려온 게 분명하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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