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天時가 왔다②>‘‘안철수-박원순’ 단일화…與野 복잡한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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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天時가 왔다②>‘‘안철수-박원순’ 단일화…與野 복잡한 셈법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9.08 0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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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안풍에 당혹…“탈정치에 대한 요구”
안철수 출마 포기…박원순과 단일화 합의
“박원순, 안철수 지지자 50% 흡수할 것”
與, 나경원 지고 외부인사 ‘정운찬’ 유력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최신형 기자]

그야말로 신드롬, 그 자체였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설이 불거진 지난 2일부터 출마 의사를 접은 6일까지, 단 5일에 불과한 그의 행보에 정치권은 혼비백산했다.

안 원장은 50%를 넘나드는 지지율로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 한명숙 전 국무총리,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등을 멀찌감치 따돌리더니, 지지율 5%에 불과한 박 상임이사와 전격적인 단일화를 선언하며 백의종군했다. 조건 없는 단일화에 합의한 안 원장의 행보는 기성 정치권이 보여준 이전투구식 단일화 과정과 대비되면서 안철수 바람을 태풍으로 격상시켰다.

특히 안 원장이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대세론’의 주인공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앞서는 것으로 조사되자 여야 정치권은 혼돈에 빠진 모양새다. 실제로 6일 <뉴시스>와 여론조사전문기관 모노리서치가 안 원장 불출마 선언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안 원장이 42.4%를 기록하며 40.5%에 그친 박 전 대표를 제쳤다.

안 원장이 야권단일후보라는 전제 하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였지만, 성벽 같았던 박 전 대표의 1위 구도를 깼다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안 원장의 불출마에도 불구하고 ‘안철수’를 대권 상수로 놓고 여야 대권잠룡은 물론, 오는 10월 서울시장 보선 후보군의 역학구도가 재편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내부에선 “박근혜 전 대표가 서울시장 보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와 함께, 외부인사 영입설이 힘을 받고 있고 민주당은 서울시장 후보 경선 방식을 놓고 당내 계파 갈등이 불거지는 사이, 후보로 거론됐던 인사들이 속속 불출마를 선언하며 교통정리가 되는 모습이다.

다만 여야 정치권과 전문가 그룹 등은 끝나지 않은 안철수 신드롬에 대한 분석에 들어가며 내년 총·대선의 민심 풍향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평론가 박상병 박사는 7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안철수 신드롬과 관련, “기존의 여야 구도에 대한 분노, 비토 등이 반대로 안철수 원장의 도덕성, 자질, 비전 등과 대비되면서 나온 것”이라며 “안철수 신드롬의 본질은 한마디로 ‘탈정치’다. 유권자들이 한국 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지도자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왼쪽)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뉴시스

안철수 불출마에 민주 ‘안도’…한나라 ‘평가절하’

안 원장의 불출마에 민주당은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안 원장 출마설이 불거진 지난 2일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5공 인사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안 원장의 제3창당 가능성을 흘린 직후 야권 내부에선 “안철수 원장이 독자노선을 고수한다면, 백전백패”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전병헌 의원이 안 원장을 겨냥, “특정 보수인사(윤여준 전 환경부장관)가 그의 출마설에 관여하고 있다면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분명하게 밝히는 게 도리”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야권의 우려 속에 안 원장은 결국 박 상임이사와의 단일화에 합의했다. 박원순 브랜드를 통해 야권 성향의 유권자들이 결집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는 얘기다. 박 상임이사로선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여기에 시민사회단체 1세대인 박 상임이사의 도덕성, 신뢰감, 리더십 등이 맞물려 인지도 상승을 꾀한다면, 박원순 대세론 형성은 시간문제라는 게 야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야권은 기존 시민사회단체의 이념성에서 탈피,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 등을 세우며 ‘쇼셜디자이너’ 시대를 연 그의 콘텐츠를 주목하고 있다.

정치평론가 박상병 박사는 ‘박원순 경쟁력’에 대해 “그동안 시민사회진영에서 활동하며 시민운동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 한마디로 우량주다. 특히 50%의 지지율을 받는 안철수 원장이 양보할 정도로 정책 콘텐츠가 많다”고 말했고, 진보진영 관계자도 “인권변호사부터 시민운동가까지, 박원순이 가는 곳엔 희망이 있었다. 박 상임이사가 그동안 시민사회진영에서 연구한 공공성을 갖춘 로컬 정책 등이 알려진다면,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박 상임이사가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아직까지 그는 야권단일후보가 아니다. 민주당 소속도 아니다. 박 상임이사의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해 알려진 것은 두 가지다. 추석 이후 출마를 공식 선언하겠다는 것과 이후 한명숙 전 총리와 후보단일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박 상임이사가 범야권단일후보로 선거에 나서더라도, 민주당과 시민사회단체 중 어느 쪽에 대표로 나서느냐에 따라서 그의 파괴력이 갈릴 수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범야권 후보들과의 ‘원샷 경선’ 방식을 선호하는데 반해, 민주당 내 비주류는 당내 경선 뒤 통합경선을 벌이는 ‘투샷 경선’을 주장하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민주당 주류가 박원순을 고리로 친노그룹과 전략적 연합군을 형성하며 정동영 천정배 최고위원 등 비주류그룹을 외곽으로 밀어내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정 최고위원이 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철수, 박원순 쓰나미 현상에서 민주당이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이 시장후보도 내지 못한다면 실종 위기를 넘어 소멸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반발한 것도 이 같은 이유로 보인다.

▲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왼쪽)과 홍준표 대표.ⓒ뉴시스

또 다른 변수는 박 상임이사가 과연 안 원장의 지지자를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느냐다. CBS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안 원장 사퇴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박 상임이사는 1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27.2%를 기록한 나경원 최고위원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한명숙 전 총리가 15.3%로 그 뒤를 이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이와 관련해 “안 원장 지지층의 60∼70%가 박 상임이사에게 갈 것”이라고, 박상병 박사는 50% 정도로 예상하며 “안 원장 지지층은 한나라당, 민주당, 무당파 등이 혼재돼 있다. 한나라당 지지자는 박 상임이사를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민주당 지지자는 그 반대다. 무당파 중 50%는 말을 갈아 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진보개혁적인 박 상임이사와 중도성향의 안 원장의 지지층이 상충되는 만큼 단일화 효과가 미비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50%대에 육박하는 안 원장의 지지율은 개인이 갖고 인기도이지, 박원순과 민주개혁진보진영이 한데모여 세력화를 꾀할 경우 유권자들의 선택이 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이 박 상임이사에게 쏠린 사이에 그간 하마평에 올랐던 민주당 후보들은 속속 출마를 포기하고 나섰다. 먼저 김한길 전 의원이 7일 당원게시판을 통해 불출마를 선언했고, 전병헌 의원과 박영선 정책위의장, 원혜영 의원 등도 불출마 쪽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군은 이미 출마를 선언한 천정배 의원과 신계륜 의원, 한명숙 전 총리 등 3명 내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속내도 복잡하다. 박원순 대항마 찾기에 나선 한나라당은 현재 지지율 1위인 나경원 최고위원을 내세워야 한다는 쪽과 외부인사 영입으로 야권에 맞불을 놓자는 쪽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자가 오세훈 사퇴 이후 보수결집을 노린 것이라면, 후자는 한나라당 지지층의 외연 확대를 염두에 둔 것이다. 

문제는 확실한 후보군이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시장 지지율 1위인 나 최고위원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홍준표 대표는 “이벤트, 탤런트 정치인은 안 된다”며 외부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고 친박계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 반복지 전선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나 최고위원 출마에 부정적이다.

나 최고위원이 출마할 경우 복지를 전면에 내세운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이 어렵다는 이유 때문에 “나경원이 출마를 포기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나 최고위원 측도 이와 관련해 말을 아끼는 등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홍 대표가 추진 중인 외부영입론이 힘을 받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현재 거론되는 외부영입 인사는 정운찬 김황식 전 국무총리,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이다.

이 가운데 친이계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을 지원할 것이라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여권 관계자는 “정운찬 위원장도 서울시장직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잇따른 선거 패배로 인해 친이계의 결집력이 약화됐다는 점이 정운찬 출마 가능성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치평론가 박상병 박사는 ‘나경원의 경쟁력’과 관련해 “현재 나경원 최고위원이 받는 지지율 35∼40%는 한나라당의 지지율에 불과하다. 여당 내부에 나경원 최고위원을 ‘오세훈 아바타’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박근혜 전 대표가 선거 지원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잘라 말한 뒤 정운찬 카드에 대해선 “나 최고위원보다 경쟁력 등에서 앞선다. 기성 정치인도 아니고 합리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서울시장과 관련해) 아무것도 보여준 게 없다. 대세론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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