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부산] 노무현과 문재인, 두 사람의 인연 시작된 그 곳
[법무법인 부산] 노무현과 문재인, 두 사람의 인연 시작된 그 곳
  • 부산=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9.27 17: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운영하던 법률사무소에 문재인 대통령 합류…노동법률사무소로 유명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부산=정진호 기자)

부산직할시 서구 부민동에 위치했던 법무법인 부산은 현재 부산광역시 연제구 법원로로 이전한 상태다. ⓒ시사오늘
부산직할시 서구 부민동에 위치했던 법무법인 부산은 현재 부산광역시 연제구 법원로로 이전한 상태다. ⓒ시사오늘

1981년, 조세 전문 변호사로 ‘잘 나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광일 변호사의 부탁으로 ‘부림사건’ 변론을 맡게 된다.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되기도 한 이 사건은 조세 전문 변호사로 ‘돈 잘 벌던’ 노 전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변론을 하고, 각종 민주주의 운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면서 부산 지역의 대표적 인권 변호사로 이름을 날린다.

한편 이 시기 서울에서는 또 다른 ‘미래의 대통령’이 비상(飛上)을 준비하고 있었다.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문재인 대통령은 1982년 8월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판사 임용을 기다렸다. 그러나 시위 경력 탓에 수석(首席)이었던 성적이 차석(次席)으로 밀리고,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판사 임용도 좌절된다. 이러자 문 대통령은 거대 로펌(law firm)의 제의를 거절하고 고향인 부산으로 낙향(落鄕)해버린다.

이때 문 대통령의 동기였던 박정규 변호사가 문 대통령을 노 전 대통령에게 소개한다. 당초 노 전 대통령은 박정규 변호사를 위해 사무실에 방과 책상까지 준비해뒀지만, 그는 부친의 뜻에 따라 검사 임용 쪽으로 진로를 결정했다. 이에 미안해진 박정규 변호사가 노 전 대통령에게 소개한 사람이 문 대통령이었다. 이렇게 의기투합(意氣投合)한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변호사 노무현 문재인 합동법률사무소’를 열었는데, 이것이 바로 ‘법무법인 부산’의 전신(前身)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이다>에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이렇게 회고한다.

“문재인 변호사와 손을 잡았다. 원래 모르는 사이였지만 1982년 만나자마자 바로 의기투합했다. 그는 유신 반대 시위로 구속되어 경찰서 유치장에서 사법고시 합격 소식을 들은 사람이다. 그래서 사법연수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서도 판사 임용이 되지 않았다. 정직하고 유능하며 훌륭한 사람이다. 나는 그 당시 세속적 기준으로 잘나가는 변호사였다. 사건도 많았고 승소율도 높았으며 돈도 꽤 잘 벌었다. 법조계의 나쁜 관행과도 적당하게 타협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변호사와 동업을 시작하면서 그런 것들을 다 정리하기로 약속했다. 그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인권 변호사로서 독재 정권에 약점을 잡히지 않으려면 나부터 깨끗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김외숙 현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 정재성 현 법무법인 부산 대표 등의 이름이 모두 들어가 있는 사진. 이 사진은 건물주이자 남경복국 주인이던 이정이 씨가 찍은 것을 손녀딸이 인터넷에 올려 유명해졌다고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김외숙 현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 정재성 현 법무법인 부산 대표 등의 이름이 모두 들어가 있는 사진. 이 사진은 건물주이자 남경복국 주인이던 이정이 씨가 찍은 것을 손녀딸이 인터넷에 올려 유명해졌다고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

두 사람이 시국·노동사건을 주로 맡으면서 민주화운동가로 자리매김하던 어느 날, 인재(人材) 욕심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눈에 노 전 대통령이 들어왔다. 당시 YS가 이끌던 통일민주당은 부산 재야(在野)의 대표적 인물이었던 김광일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자 김광일 변호사가 자신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의 공천을 요구했고, 두 사람은 나란히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부산에 출마해 금배지를 달게 된다.

노 전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 법률사무소를 떠나자 문 대통령은 젊은 변호사들을 차례로 영입해 외연을 넓혀 나갔다. 이 시기 영입된 대표적 인물이 김외숙 現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이자 現 법무법인 부산 대표 정재성 변호사 등이다. 이처럼 변호사가 늘어나고 사건이 많아지면서, 문 대통령은 1995년 7월 법무법인 부산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이후에도 법무법인 부산은 노 전 대통령·문 대통령과 계속 관계를 이어갔다. 노 전 대통령은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법인으로 돌아갔다가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다시 자리를 비웠다. 문 대통령도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청와대 근무를 위해 법인을 떠나 있다가 2008년에 복귀, 2012년까지 이곳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그러다가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고, 2016년에는 대통령선거 준비를 위해 남아 있던 지분을 모두 매각하면서 두 사람과 법무법인 부산의 인연은 끝났다.

흥미로운 점은, 현역 국회의원 중에도 법무법인 부산 출신이 있다는 것. 부산 연제구를 지역구로 하는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김 의원은 사법연수생 시절 변호사 시보를 법무법인 부산에서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가 노 전 대통령 임기가 끝난 뒤 문 대통령이 법인으로 돌아와 있을 시기니, 문 대통령과 김 의원의 인연도 법무법인 부산에서 시작된 셈이다.

한편, 부산직할시 서구 부민동 2가 10-19에 위치해 있던 법무법인 부산은 현재 부산광역시 연제구 법원로 28로 이전된 상태다. 원래 건물은 원룸으로 리모델링됐고, 1층에서는 ‘바보면가’라는 밀면 식당이 영업 중이다. 특히 바보면가의 경우 식당 주인이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보고 이 자리가 구(舊) 법무법인 부산 자리였다는 것을 알고, 노 전 대통령의 별칭을 따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