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박정희가 보수의 가치인가?
[주간필담] 박정희가 보수의 가치인가?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9.09.29 16: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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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와 어울리지 않는 이름
보수의 가치에서 떼어내야 보수가 바로 선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故박정희 전 대통령을 진짜 보수라고 칭하는 이들이 있다. 보수의 지도자로 계승해야 한다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보수의 가치가 맞나. 그것을 묻고 싶다.ⓒ시사오늘(그래픽=김유종)
故박정희 전 대통령을 진짜 보수라고 칭하는 이들이 있다. 보수의 지도자로 계승해야 한다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보수의 가치가 맞나. 그것을 묻고 싶다.ⓒ시사오늘(그래픽=김유종)

 

과거 한 영국 신문에 다음과 같은 광고가 게재된 적이 있다. 아래에 나온 ‘나는 믿는다’와 ‘믿지 않는다’를 통해 보수주의자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어떻게 가르는지를 엿볼 수 있다.

나는 믿는다.

1. 자신은 물론 가족의 건강과 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믿는다.
2. 국민이 인간 본연의 야망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막는 장애를 제거하기 위해 헌신하는 것이 정치인의 의무라고 나는 믿는다.
3. 국민은 그들의 삶이 주인이고 간섭과 지나친 통제를 받지 않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나는 믿는다.
4. 국민은 커야 하며 정부는 작아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5. 관료 형식주의, 갖가지 규정과 조사관, 각종 위원회와 정부기관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인간 행복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나는 믿는다.
6. 모든 국민은 잠재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7. 책임 없는 자유는 있을 수 없으며 스스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돌보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나는 믿는다.
8. 불공평은 우리를 분노하게 하며 기회 균등이야말로 중요한 가치임을 나는 믿는다.
9. 부모는 자녀에게 자신들이 받았던 것보다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나는 믿는다.
10. 모든 어린이는 자신들의 부모가 노후 평안하기를 바란다고 나는 믿는다.
11. 영국인들은 그들이 자유로울 때만이 행복하다고 나는 믿는다.
12. 영국은 어떤 경우에도 자유를 수호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13. 행운과 타고난 재능, 노력, 그리고 부의 다양성을 통해서만이 섬나라인 영국이 고귀한 과거와 약동하는 미래를 가진 위대한 사람들의 고향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그들의 종이 되는 것이 행복하다.

나는 믿지 않는다.

14. 누군가 부자이기 때문에 또 다른 사람이 가난해졌다고 나는 믿지 않는다.
15. 누군가 지식이 있고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또 다른 사람이 무식해졌다고 나는 믿지 않는다.
16. 누군가 건강하기 때문에 또 다른 누군가가 병들게 됐다고 나는 믿지 않는다.

영국 보수당 마이클 하워드 대표가 2006년 보수당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보수주의자에 대해 광고한 것을 옮긴 것으로 후출처는 <조갑제의 보수혁명>에서 발췌했다.

보수주의자는 이처럼 개인의 자율성과 사유재산을 중시한다. 또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 먼저 두지, 사회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선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참고로 A의 성공이 B의 희생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이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이론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영국의 대표적 보수 지식인 로저 스크러튼은 저서 <합리적 보수를 찾습니다>에서 ‘모든 이익은 패자들의 손해를 전제로 한다’는 마르크스의 제로섬 오류를 꼬집은 바 있다.

임금계약만 해도 자본가의 이익이 노동자의 손해를 전제로 보는 마르크스적 시각은 오류라고 로저는 말한다. 그는 “마르크스의 추측과 달리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서의) 임금계약이 한쪽은 이익을 얻고 다른 쪽은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상호이익적 타협을 기반으로 한다”는 지적이다.

또 사적재산은 권리이자 의무이기에 노블레스 오블리즈와 같은 도덕적 행위는 합리적 보수주의자들이 마땅히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로저는 강조했다. “불우한 사람이나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세를 모두 포함해 자신의 재산으로 인해 초래되거나 부담을 질수도 있는 다른 사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것이 합리적 보수 가치의 논리이다.

또한, 로저는 사회주의 국가인 동유럽이 왜 망했는지를 다음과 같이 진단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산업을 창출한 주역들로부터 산업 전체를 몰수하고 학교를 강제로 통합하고 노사관계 통제 및 노동시간을 규제하고 기업을 지정 가격으로 정부에 매각하도록 강제하는 등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하고 사회를 통제한 것이 동유럽이 망한 교훈이라고 기술했다.

즉 개인의 자율성에 기초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시스템을 지켜나가는 것이 진정한 보수의 가치이며, 국가와 사회의 균형 발전에 필요한 도구라고 해석될 수 있겠다.

우리 역시 이 같은 보수적 가치를 근간으로 1948년 나라를 세웠다(정부를 수립했다). 정치사회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를 들 수 있다. 헌법에 명시된 것이자 우리나라 체제의 기본을 표방하는 골자가 바로 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다. 결국 이 같은 헌법적 가치를 지키고자 한다면, 이데올로기를 떠나 넓게 봐서 보수주의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눈에 띄는, 헌법 수호를 자주 외치는 정치인들이 있다. 꼽자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다. 황 대표는 얼마 전에도 문재인 정부에 대적하며 헌법 정신을 수호하는 것만이 위기 극복의 근본이라고 연설한 바 있다. 신보수주의자를 자청하는 이 의원도 기회가 될 때마다 헌법 체제 수호를 위해 현 정부에 맞서 싸우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다. 둘 다 보수적 가치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목청껏 외치면서 정작 이에 위배되는 故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앙하며, 그 정신을 보수의 가치로 계승해야 할 것처럼 언행을 취하고 있으니 말이다. 황 대표는 최근에도 “박정희 대통령은 굶어 죽는 많은 이를 먹고 살게 만든 리더”라며 “박 대통령을 부정하는 것은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도 저서 <나는 싸운다>에서 “박정희는 산업화 혁명의 아버지”라며 “그가 자유주의자는 아니었지만 실용주의적 산업화를 성공시켜 자유민주주의가 훌륭히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마련했다”고 보수의 지도자로 호평했다.

물론 공을 분명히 인정할 필요는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뤄낸 점, 장면 정부에서 만든 경제개발계획을 차용해 성공시켜, 세계 개발도상국들 중 가장 빨리 중진국으로 전입시킨 점 등은 분명 인정받아야 한다. 여전히 해외 개발도상국들은 박정희 정권 당시의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하며 높이 사고 있다.

그러나  ‘박정희’에 대한 빼놓을 수 없는 평가는 정작 따로 있다. 바로 국가주의, 전체주의에 기초한 ‘독재자 박정희’라는 점에 있다. 미국 인권기관 프리덤 하우스의 통계(후출처 보수혁명)에 의하면 박정희 정권의 유신 통치기간인 1972년과 1973년, 그리고 1976년과 1977년은 자유롭지 못한 국가로 지정된 시기였다.

헌법 파괴주의자야말로 박 전 대통령이었다. 인권을 바탕으로 한 자유민주주의가 실현돼야 할 헌법 가치와 달리, 박 전 대통령은 헌법을 무시 훼손하고, 자기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유화하듯 바꿔나간 독재자였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대표적 10월 유신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적으로 제한했다. 대통령이 국회 해산권을 갖고 국회의원 3분의 1을 임명할 수 있으며, 본인 뜻대로 긴급조치권 등을 부릴 수 있는 일인 독재체제나 다를 바 없는 헌법을 뜯어고친 것이 박 전 대통령이었다.

비슷하게나마 연상되는 곳이 있으니, 법치주의에 기반한 삼권분립의 헌법 대신 수령의 말 한마디, 인민재판으로 통치되는 북한 정권이 연상될 수 있다. 세습통치에 다름없는 주체사상을 기본으로 하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헌법에서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창건자이며 사회주의 조선의 시조”라고 나와 있다. 또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생불명”이며,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 “위대한 김정은 동지” 등으로 나열되고 있다. 

십만 명 이상의 정치범수용소를 두고 이동의 자유도 없는 1당 독재 위에 군림하는 3대 세습 체제의 북한은 몇 년 전 장성택 고사포 숙청이 말해주듯 법과 국민 위에 수령이 있는 절대 체제를 고수 중에 있다.

4‧19혁명 당시 고령 탓에 내치를 간신배들에게 맡긴 일을 뒤늦게 참회하며 ‘젊은이들이 한 명도 희생되면 안 된다’는 말과 함께 스스로 하야를 택한 이승만 대통령과 달리 박 전 대통령은 아름답게 물러난 때를 놓쳐 김재규에 의해 종말을 맞았다. 

색깔론 및 간첩조작사건 등 공안정치를 통해 반공을 악용해온 점, 북한과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자신의 통치수단에 활용해 무고한 희생자들을 만들었던 그를 결코 보수의 가치로 묶어둬서는 안 된다는 게 일각의 지적이다.

보수의 가치와 상반되는 박 전 대통령을 보수의 지도자로 계승해야 한다는 논리는 어긋나는 진단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보수의 가치에서 ‘박정희’를 떼어내지 않고서는 결코 여론을 얻지 못함을 간과해서는 안 될 거라는 견해도 상당하다.

관련해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지난 28일 통화에서 “박정희 정권의 공포정치로 인해 민주화를 열망한 이들이 훗날 정부를 불신한 나머지 거꾸로 북한을 추종하는 주사파로 심화됐음을 역사를 통해 목도했다”고 일갈한 바 있다. 

정 평론가는 “뉴라이트 등 일부 보수주의자들 중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이유로 공산화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유를 통제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며 “그렇지만 이는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모순된 논리에 다름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보수의 가치에 대한 토대를 쌓아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를 헌법에 새긴 이승만 대통령, 이를 굳건히 계승함과 동시에 금융실명제 등을 통해 시장경제 시스템 안착화를 통해 복지국가의 틀을 만든 김영삼 대통령이야말로 보수의 가치에 걸 맞는 지도자”라며 “박정희라는 환부를 도려내야 진짜 보수의 가치라는, 새살이 돋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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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d 2019-09-30 15:16:27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