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좌파의 여론과 우파의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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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좌파의 여론과 우파의 여론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승인 2019.09.3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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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 계속되는 정국 불안은 제도의 문제…바람직한 권력구조 논의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우리 사회에서 국민의 여론이 실종된 지 오래다. 좌파는 좌파의 여론을 우파는 우파의 여론을 국민의 여론으로 홍보하고 있다. 9월 28일 서초동 검찰청 앞 집회 시위를 두고 좌파·우파의 평가가 다르다. 좌파의 한 국회의원은 기대 이상의 시위 군중이 몰려 감동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우파는 동원된 관제시위로 집회 참여자 수를 조작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이날 집회 시위 참가 규모는 예상을 뛰어 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우파의 지난 2년여 간의 집회 시위 규모와 비교해서 그렇고, 일반인 다수가 조국 장관 임명 과정에서 나타난 사회 지도층의 부도덕성과 위선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분석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필자는 광화문 집회 시위와 서초동 집회 시위의 규모 차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요인을 생각해 보았다. 첫째, 좌파와 우파의 동원 능력의 차이다.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동원 능력의 차이로 보지 않고 좌파와 우파의 동원 능력의 차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번 서초동 집회 시위는 상당 부분 좌파 재야 세력의 역할이 있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도 서초동 집회 시위를 동원된 것이라고 평가절하 한다. 그러나 광화문 집회 역시 동원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 쪽은 동원되었고 한 쪽은 자발적 참여였다고 말하기 어렵다.

동원 능력의 차이와 관련하여 좌파·우파의 충성도·결집도·위기감 등으로 분석해 볼 수 있지만 좌파는 이번 시위를 통해서 좌파의 총체적 동원 능력이 우파의 총체적 동원 능력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동원 과정에서 크게 기여한 것이 좌파의 SNS 네트워크 힘이라고 분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유튜브는 우파 세력에 의해서 장악되었다고 보던 우파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둘째, 이슈 비중에 대한 국민의식의 반영이다. 조국 사태 이슈만을 논할 때 상당수의 국민이 조국 장관의 임명은 잘못된 것이라고 인식하지만, 조국 사태와 검찰권 남용이라는 두 이슈를 두고 논하면 검찰의 인권침해가 조국 사태보다 더 위중하다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조국 장관이 문제가 많지만 검찰개혁에 꼭 필요하다면 조국 장관을 지켜줄 수 있다는 의지의 표명처럼 보인다.

이는 조국 가족 수사뿐만 아니라 노무현·박근혜·이명박 정권의 적폐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검찰권 남용을 보면서 무소불위의 검찰을 개혁하지 않으면 나도 검찰에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의 확산이다. 기무사(현 군사안보사령부)와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 금지로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자칫 검찰 공화국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단순히 기우일 수는 없다. 자유한국당이 정치 공학적으로 조국 사태에 치중한 나머지 검찰개혁의 문제를 소홀히 다루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셋째, 공범의식이다. 조국 가족이 저지른 입시관련 사문서 위조, 사모펀드 조성 등은 우리 사회, 특히 기득권 세력집단에서 알게 모르게 행해져 왔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진보세력의 이론가인 조국 장관의 가족이 이러한 비리를 저질렀기 때문에 크게 분노하고 있지만, 좌파·우파 진영을 비교해 볼 때 우파 진영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유사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국 사태를 통해서 이러한 비리가 심각한 범죄라는 도덕의식은 제고되었지만, 조국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공범의식으로 불편해진 사람들이 늘고 일부에서는 동정론까지 일고 있다. 이번 서초동 집회를 통해서 집권세력이 오버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아무튼 10월 3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우파 진영에서는 검찰청 앞 좌파 집회 규모를 의식해 전방위적으로 인원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집회를 통해서, 더 강경한 시위를 통해서 우파의 여론이 국민의 여론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좌·우 대결 국면을 겪으며 국민들의 피로감은 쌓여만 간다. 통합의 리더십은 사라지고 분열과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결과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로 이어질 것이다. 또 한 명의 불행한 전직 대통령이 예고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필자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거부하고 대통령제 개헌안을 고집했던 여권 인사들에게 묻고 싶다. 문재인 정권 중기에 나타나고 있는 이 심각한 정국불안을 보면서 아직도 역대 대통령들의 실패를 대통령의 리더십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제도의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제도의 문제로 인식된다면 여야가 진지하게 바람직한 권력구조와 개헌절차를 논의해 주기 바란다.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
-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겸임교수(현)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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