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다시 상승세’…배경과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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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다시 상승세’…배경과 전망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9.3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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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서울 부동산 시장이 再상승세다. 그 배경과 전망을 짚어본다 ⓒ 시사오늘
서울 부동산 시장이 再상승세다. 그 배경과 전망을 짚어본다 ⓒ 시사오늘

문재인 정부의 9·13 부동산대책 이후 주춤했던 서울 집값이 다시 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여러 복합적인 요인으로 상승세를 탔지만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종합 매매가격 상승률은 0.14%로 전월(0.07%)보다 상승폭이 2배로 확대됐다. 국토교통부의 분양가상한제 시행 예고 영향으로 재건축 단지는 보합·하락한 반면, 역세권 대단지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상승세가 가팔라졌다는 분석이다. 상승세는 이달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26일 감정원이 내놓은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06%를 기록했다. 전주(0.03%) 대비 상승폭을 키우며 13주 연속 오름세다.

민간에서 집계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서울 지역 주택매매가격 증감률은 지난 5월 0.05%를 기록하며 상승세로 돌아선 이후 6월 0.12%, 7월 0.26%, 8월 0.38%, 9월 0.38% 등 매달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아파트 매매가격 증감률은 이달 0.45%까지 치솟았다. 집값 상승에 대한 시장 기대감 역시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서울 지역 KB부동산 매매전망지수는 지난 3월 74까지 떨어졌다가 이달에는 114까지 올랐다.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상승 전망이 높다는 의미다.

서울 지역 부동산시장이 뜨거워지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경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8월 산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5% 증가했다. 지난 7월 1.5% 증가한 데 이어 2개월 연속 증가세다. 하지만 지난달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1%p 하락, 4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통계청은 "경기가 좋아지려면 수출이나 대외환경이 개선돼야 하는데 아직 뚜렷한 개선세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국면 속에서는 부동산을 비롯한 안전한 실물자산을 향한 투자심리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공개한 '2019 한국 부자 보고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부자(10억 원 이상 금융자산 보유자)들의 자산 구성비는 2015년 부동산 52.4%·금융 43.1%·기타 4.5%에서 2019년 부동산 53.7%·금융 39.9%·6.4%로 변화했다. 금융자산 비중은 줄어든 반면, 부동산, 금 등 실물자산 비중은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 기준금리까지 인하되면서 부동산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으로 낮췄고, 지난 8월에는 동결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 한일 무역전쟁, 사우디 드론 테러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국가경제가 지속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상태"라며 "자산가들이 부동산을 제외한 다른 곳에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다른 건 몰라도 부동산만은 괜찮을 것이라는 심리가 강해지고 있는 게 서울 집값이 상승세에 들어간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2019년 연령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의 주간 변화 추이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2019년 연령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의 주간 변화 추이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또한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펼칠 타이밍을 놓쳤다는 점도 서울 부동산시장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국토부 자료와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 연령별 매매가격지수를 분석해 내놓은 '2019년 연령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의 주간 변화 추이'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지난 5~6월 강남권 5~10년 아파트, 20년 초과 아파트 등 구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세에 들어갔다. 재건축 시장이 요동친 것이다. 이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6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시사했고, 재건축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집값 과열 분위기는 진화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난 7월 강남권 신축(5년 이하)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커지면서 지난달부터 전체 서울 지역 아파트가 본격 상승세에 진입하는 결과를 낳았다. 경기 불황으로 부동산이 안정적인 투자처로 각인된 상황 가운데 정부가 신규물량 분양가에 최고가격을 설정하겠다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예고하자, 부동산시장 수요자들이 '로또 아파트'를 꿈꾸며 신축 아파트 매매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리고 신축 아파트 가격의 상승은 전반적인 서울 집값 시세에 불을 지폈다는 것이다. 제도 취지 자체는 좋지만 집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중장기 대책이 미비했다는 평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불패신화, 집을 투자처로 바라보는 시각을 변화시키지 않는 이상 어떤 정책도 유효할 수 없다. 시장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어설프게 예고해 공급자와 수요자들에게 그릇된 신호를 줬다"며 "전세 대출 규제, 전월세 상한제, 보유세 강화 등을 통해 다주택자의 부동산 추가 투자에 경고장을 날린 뒤에 분양가상한제를 언급했어야 했다. 급기야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대립하는 모습까지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서울 지역 초고가 아파트 청약 당첨자 중 2030세대 비중이 절반 가까이 이른다. 미성년 임대사업자 규모와 수익도 최근 크게 올랐다 ⓒ 김상훈 의원실
서울 지역 초고가 아파트 청약 당첨자 중 2030세대 비중이 절반 가까이 이른다. 미성년 임대사업자 규모와 수익도 최근 크게 올랐다 ⓒ 김상훈 의원실

젊은 세대의 부동산시장 유입, 노년 세대의 부동산 대물림이 동시에 이뤄졌다는 점도 서울 집값 과열 현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9월~2019년 7월 서울 지역 초고가 분양 단지(3.3㎡당 4000만 원 이상) 당첨자 1778명 중 20대와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4.6%(792명)로 집계됐다. 상대적으로 적은 자산을 지닌 2030세대임에도 중도금 대출 규제 대상인 서울 지역 초고가 아파트를 손에 쥔 것이다.

또한 종합소득세 신고현황을 살펴보면 미성년 임대소득자 수는 2016년 1981명에서 2017년 2415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들이 벌어들인 임대료는 약 504억 원을 기록했다. 인원과 금액에 있어 역대 최대 규모다. 아울러,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 중 증여가 차지하는 비율은 12.25%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p 증가했다.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인한 세금 부담을 선제적으로 피하기 위해 임대사업 등록 대신 증여로, 그리고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매 대신 증여로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2030세대의 서울 부동산시장 진입, 그리고 서울 지역 부동산 증여 증가는 우리사회에서 집에 대한 개념이 사는(live) 게 아니라 사는(buy) 것으로 굳어졌다는 걸 분명하게 보여준다"며 "근로소득만으로는 이른바 부자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젊은 세대, 노후자금 마련과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부동산을 택한 노년 세대, 이들에게 가장 좋은 부동산은 가격이 쉽게 떨어질 염려가 없는 서울 아파트다. 이런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서울 집값 상승세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서울 집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지만 향후에도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경제 불투명성 심화는 물론, 글로벌 경기 침체(Recession), 이른바 'R의 공포' 영향에 따른 집값 약세 현상을 우리나라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런던, 뉴욕, 시드니 등 세계 주요 도시 주택가격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제히 하락·조정기에 들어갔다가 2013년부터 반등하며 상승기에 돌입했으나, 최근 2년 간 다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런던 주택가격지수(런던 토지등기국 집계)는 2017년 5월 전고점을 기록한 뒤 2년 만인 2019년 5월까지 전고점 대비 32.3% 떨어졌으며, 뉴욕 주택지수(연방준비은행 집계)는 올해 2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최고점을 찍은 후 4개월 동안 약 1.2% 하락했다. 캐나다 밴쿠버(부동산정보업체 테라넷·캐나다국립은행 집계), 호주 시드니(호주 통계국 집계)에서도 전고점에 비해 각각 5.5%(지난 6월 기준), 14.5%(지난 1분기 기준) 주택가격지수가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국내 경제 각 부문에서 경기 하락 징후가 드러나고 있다. 다음달 초 발표 예정인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수 편제 이후 최초로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으로도 일본 경기동향 지표, 미국과 독일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 등 다양한 지표가 2016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주택 선도 시장의 하락세 등을 함께 고려했을 때 최근 국내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이례적"이라며 "최근 서울 인근 지역 아파트 강세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세계 주요 도시 주택가격지수 추이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2000년 이후 세계 주요 도시 주택가격지수 추이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국내 경기가 디플레이션 상태가 아니라는 논리를 펼치기 위해 한국은행이 30일 제시한 '주요국 물가 하락기의 특징' 보고서도 역설적으로 집값 하락 전망에 힘을 싣는다. 동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2008년 이후 금융위기, 2014년 유가급락 전후로 물가 하락 현상이 두드러졌으며, 이것이 디플레이션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 폭락 등 자산 가격 조정 현상이 함께 나타나 물가 하락을 확산시키고, 성장률 둔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크게 감소한 상태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이 동반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우리나라의 디플레이션 진입 가능성은 낮다는 게 한국은행의 논리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최근 물가 상승률 하락 등 경제 지표 부진은 디플레이션의 전조이며, 이 영향이 부동산 시장에까지 확산될 경우 집값 폭락과 함께 디플레이션에 들어갈 여지가 있다는 의미가 된다.

김 부연구위원은 "최근 물가상승률이 하락하는 등 경제 지표 부진을 감안했을 때 부동산 시장도 하방 압력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 부진에 따른 하방 요인이 커 (부동산) 부양책이 반등 계기로 작용할지 미지수"라며 "노딜 브렉시트, 무역분쟁, 홍콩 시위 등 최근 국제 정세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국내 시장과의 연관성을 자세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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