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개혁보수, 586 대항마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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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개혁보수, 586 대항마 될 수 있을까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09.30 17: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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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친박 劉·원조 소장파 元·反이념정치 安 기지개
모이면 파괴력 있지만…'대권주자들' 연합 어려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야권의 개혁 보수 인사들은 현재 여권을 대표하는 '586'세대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 최근 586(구 386)세대에 대한 조명이 뜨겁다.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과 함께, 여권의 핵심 세력으로 자리매김한 그들에 대한 도덕적 해이, 이념정치의 문제 등이 지적된다.

지난해 1월 만난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왼쪽)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뉴시스
지난해 1월 만난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왼쪽)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뉴시스

그러나 이들의 '대항마'로 자유한국당을 꼽기엔 주저되는 부분이 있다.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도 정체중인 한국당의 지지율이 이를 방증한다. 그런 상황에서 약속이나 한 듯 보수의 '소장파' 혹은 '개혁 보수'로 불리는 인사들이 제각각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이 그들이다. 정치권 일각선 이들이 무사히 '뭉칠' 경우엔 야권의 핵심세력이 될 수 있다고 점치지만, 동시에 각자 대망을 꿈꾸다 모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른미래당 '껍데기' 버리려는 유승민

유 의원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현 한국당과는 노선이 달라졌다. 한 때 친박계로도 불렸던 그지만, 현 친박계와 충돌하면서 반(反) 친박계가 됐으며 개혁 보수 인사로 변모했다.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의 핵심인 유 의원은, 30일 비당권파가 구성한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를 맡기로 했다. 유 의원은 이날 "우리가 지금 이대로 갈 수는 없다는 점에선 이 모임을 같이하는 모든 의원들과 의원들이 상당수 공감한다"라면서 "모든 선택지를 놓고 고민 중"이라며 탈당 가능성도 시사한 상태다.

한국당과의 통합에 대해선 "앞뒤가 안 맞고 저희 진정성을 모독하는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본다"고 강하게 선을 그은 유 의원은, 바른미래당 밖에서의 개혁 보수 구심점의 역할을 맡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

바른정당 출신의 한 수도권 지역위원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쳤다.

"유 의원은 지금 바른미래당이 껍데기 뿐이라고 생각한다. 손학규 대표가 민주당과 합당할지, 호남당을 만들려는지, 무슨 생각인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껍데기 뿐인 당을 만들어 놨다. 내 생각에도 이미지가 무척 중요한데 이미 바른미래당은 실패의 이미지가 생겨버렸다. 유 의원은 이 껍데기를 버리고 알맹이로만 새로운 보수정당을 만들 수 있다."

원조 소장파 원희룡, 중앙으로 돌아오나

원 지사는 과거 남경필 전 경기지사, 정병국 전 바른정당 대표와 함께 '남원정'으로 불리며 보수의 원조 소장파 정치인이다. 동시에 과거 노동운동에도 뛰어든 바 있는'586 세대'기도 하다.

원 지사는 본인이 586 세대인 만큼, 현 여권의 '586 세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보수 정치인 중 하나다. 조 장관과 서울대 법학과 동기동창인 원 지사는 최근 조 장관에게 자신의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그만하자"고 사퇴를 권유하기도 했다. 지난 28일 〈중앙일보〉인터뷰에선 586 세대에 대해 "(민주화 항쟁을) 정치적 완장 삼아 (권력을)독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에 '중진차출론'이 불었던 지난 2014년 고향 제주로 돌아갔던 원 지사는, 최근 들어 중앙정치로 복귀하라는 권유를 다시 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마침 방송 출연 등으로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는 원 지사는, 야권 통합과 함께 중앙정계에 복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음은 제주정가의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제주도에선 (원 지사가)제주 지사를 잘 하는게 우선 중요하지만, 그 다음에는 다시 서울에서 보다 큰 정치를 했으면 하는 여론이 상당하다. 상당한 득표와 함께 재선한 데엔 도민들의 그런 내심이 상당히 반영됐다."

ⓒ뉴시스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뉴시스

다시 신발끈 고쳐매는 안철수의 복귀

안 전 대표는 지난 2011년 정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가장 단기간에 당대표와 대선 후보가 됐지만, 한 번의 포기와 두 번의 낙선 등 부침을 겪었다. 특이한 사실은, 처음엔 범진보 진영으로 분류됐던 그가 어느새 개혁 보수에 가까운 위치가 됐다는 점이다.

안 전 대표의 복귀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독일에 체류 중인 안 전 대표의 마라톤 도전기가 담긴 책이 다음달 9일 출간될 것으로 30일 알려지면서, 정계 복귀도 함께 예상되는 상황이다.

정계를 잠시 떠나있었지만 안 전 대표의 잠재력은 유효하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 대선에서 20%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던 그다. 현재 바른미래당 내엔 여전히 안철수계 의원들이 그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안 전 대표에 대해 야권의 한 당직자는 30일 기자와 만나 "안철수는 이념정치보다 실용적인 어젠다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586 세대 정치인들과 차별성이 있다"면서 "지금도 충분히 상징성은 있지만, 지금(조국 정국)같은 때 처음(정치권에) 나왔으면 대안으로 더 각광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이면 파괴력 있지만…'대권주자들' 연합 어려워

유 의원, 원 지사, 안 전 대표 모두의 교집합은 개혁 보수라는 점이고, 현 여권의 '586 세대'에 대항마로서의 잠재력이 있다는 점도 같다. 이들이 모일 경우, 정치권의 지형도가 586 세력 대 개혁보수로 재편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30일 "개인적으로는 유·원·안이 한데 모이면 지금의 바른미래당 지지율의 2배는 나오지 않겠나 생각한다. 특히 중도 보수들을 한데 끌어들일만한 인사"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들의 연합의 현실 가능성엔 부정적인 목소리가 많았다.

앞선 소식통은 "하지만 모일 수 있겠나. 다들 대권에 꿈이 있는 이들이다 보니, 이해가 맞지 않아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정치권 소식통 역시 같은 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치부 기자들 사이의 풍문으로만 떠들다 말 것"이라며 "'그림'은 좋지만 불가능한 얘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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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자 2019-10-01 05:40:41
이른바 잠룡들의 기지개~
건설적이고 진취적으로 나아가기만 한다면야 좋지요.
유승민의 이념 편향, 원희룡은 눈만큼이나 시야가 좁고, 안철수는 글쎄요.
기대를 해보고 싶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