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窓] 비우는 삶을 위한 찬가(讚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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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窓] 비우는 삶을 위한 찬가(讚歌)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10.02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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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자연은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다. 자연을 보라. 나무들은 겨울이 오면 냉해를 염려해 줄기 속의 수액을 비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봄이 되면, 겨우내 비워두었던 나무줄기로 물을 끌어올려 생명을 싹틔운다. 이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인터넷커뮤니티
자연은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다. 자연을 보라. 나무들은 겨울이 오면 냉해를 염려해 줄기 속의 수액을 비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봄이 되면, 겨우내 비워두었던 나무줄기로 물을 끌어올려 생명을 싹틔운다. 이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인터넷커뮤니티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에서 기쁨을 누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많은 것을 가진다고 해서 꼭 행복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말하지 않는가. 오늘 1%라도 행복을 누리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나머지 99%도 복이 돼 돌아올 것이다. 

머리는 비울수록 똑똑해지고 생각은 버릴수록 채워진다고 한다. 멍 때리는 시간이야말로 우리의 두뇌를 깨우고 명쾌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창의성은 뇌 활동을 멈추고 휴식한 상태에서 생겨난다고 하지 않는가.   

비우는 삶은 요즘 말로 ‘미니멀 라이프’이다. 미니멀 라이프란 필요한 것 이외에는 가지지 않는 생활방식이다. 적게 가짐으로써 여유를 가지고 삶의 중요한 부분에 집중하는 것에 의의를 둔다. 물건을 적게 가지는 것뿐만 아니라 단순하고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중남미의 과테말라 고산지대에 살고 있는 인디언들 사이에는 ‘걱정 인형’이 전해 내려온다. 어떤 문제나 고민이 있으면 잠들기 전 인형에 말한 뒤 베개 밑에 넣고 자는데, 잠든 사이 인형이 주인의 걱정거리나 고민거리를 멀리 내다버린다고 믿는 것이다. 1.5센티미터의 작은 ‘걱정 인형’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 때 후회하고 고민하느라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쓸 데 없는 걱정을 떠나보내려는 인디언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고 하겠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노력해야 한다. 집을 깔끔하게 정리하듯 내 마음에서 버릴 것은 버리고 간수할 건 간수해야 하는 것이다. 내게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억과 칭찬의 말은 간직해도 좋지만 필요 없는 비난이나 고통의 기억은 쓰레기나 잡동사니 치우듯 과감히 버리는 것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다. 자연을 보라. 나무들은 겨울이 오면 냉해를 염려해 줄기 속의 수액을 비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봄이 되면, 겨우내 비워두었던 나무줄기로 물을 끌어올려 생명을 싹틔운다. 이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철저하게 비우는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가신 법정 스님은 “행복의 비결은 우선 자기 자신으로부터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일에 있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주었다.  

‘잎이 져버린 빈 가지에 생겨난 설화(雪花)를 보고 있으면 텅 빈 충만감이 차오른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빈 가지이기에 거기 아름다운 눈꽃이 피어난 것이다. 잎이 달린 상록수에서 그런 아름다움은 찾아보기 어렵다. 거기에는 이미 매달려 있는 것들이 있어 더 보탤 것이 없기 때문이다.’ 

술자리 모임에 가보면 덕담과 함께 건배사를 자주 듣게 되는데, 옛 직장 상사가 했던 건배사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많이 채우면서 살았는데, 이제는 비우면서 삽시다. 비우는 게 채우는 겁니다. 술잔은, 들고! 빈 잔은, 내리고!”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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