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정권 규탄' 국론 분열과 검찰 개혁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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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정권 규탄' 국론 분열과 검찰 개혁 방향
  • 이병도 주필
  • 승인 2019.10.05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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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문화로 진정한 개혁을
정치적 중립 · 독립성 확보 관건
개혁 착수 檢, 핵심은 수사 관행 개선
文 정권 '검찰개혁', 전형적 내로남불
‘윤석열 거취’ 압박 여권 의도
개혁하려면 조국 장관부터 사퇴해야
검찰 개혁과 조국 수사, 본질 다른 사안
촛불 민심 대립, 깊은 성찰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청와대가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후 두 달 가까이 우리 사회는 극한의 혼란과 분열을 목도하고 있다. 여론은 ‘조국 사퇴’와 ‘검찰 개혁’으로 두 동강이 났다. 

대한민국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다. 우리 현대사에서 대통령도 아닌 장관급 인사의 거취를 놓고 이렇게 극심한 분열상을 보인 적은 없었다. 

진영 논리에 따른 이념적 대립 탓이다. 검찰청 앞에서는 진보 진영이 주최한 '조국 수호' 대규모 군중집회, 광화문 광장에서는 보수 진영이 총동원되는 '조국 사퇴 촉구' 집회가 등장했다. 

국회도 장관 부적격론과 검찰 개혁 당위론이 충돌했다. 야당은 그를 몰아세우고 여당은 감싸는 상반된 입장 역시 청문회와 달라지지 않았다. 

임명에 대한 찬반 여론이 갈렸고, 수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갈렸고, 이제 국회 본회의장에서도 그를 둘러싼 분열이 극명하게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입법이 잘 되지 않으면 검찰 개혁 구상은 뿌리부터 흔들리는데, 조 장관 스스로가 국회의 가장 첨예한 대립 요인이 돼 버렸다.

진영 갈등이 이처럼 증폭되는 가운데 검찰이 수사에 피치를 올리고, 여당의 견제도 덩달아 심화하여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장관과 가족을 수사하는 검사와 검찰 관계자를 피의 사실 공표 및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검찰 개혁도 급류를 타는 조짐이다. 대검찰청이 1일 대표적 직접수사 부서인 특수부 폐지 등 자체 개혁안을 제시했다.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도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이고 형사·공판부로 중심을 옮기는 내용의 권고안을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혁안 마련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지시한 지 하루 만이다. 검찰의 정치색을 탈색하고 인권 존중의 국민 검찰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느냐가 국민적 최대 관심사가 돨 것이다. 

박근혜 국정 농단 촛불집회 때도 국민들이 외친 적폐청산 1호는 검찰 개혁이었다. 권력의 풍향을 좇고 정치권에 줄대 온 일부 정치 검찰과 무소불위의 수사 칼을 휘둘러 온 검찰의 흑역사를 기억한다면 검찰의 환골탈태는 너무 늦었으며, 지난한 과제가 될 것이다.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다.ⓒ뉴시스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다.ⓒ뉴시스

국민 인권과 관련된 사안

국민들 사이에 무소불위 검찰을 이대로 둘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검찰 신뢰 추락의 근본 원인은 누구나 알고 있듯, 검찰이 대통령의 충견(忠犬) 노릇을 해왔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가 바로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그간 검찰의 개혁 의지가 부족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권력기관 파견 검사 축소’도 검찰총장이 바뀔 때마다 약속했지만 제대로 시행된 적이 없다. 이번에는 약속한 과제들이 말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을 국민 앞에 보여 줘야 한다. 

또한, 검찰 개혁 요구가 조 장관 수사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로 비치는 것도 경계돼야 한다. 검찰 개혁은 조 장관 가족이 아닌 국민 모두의 인권과 관련된 문제다.   

검찰 개혁의 역사는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 ‘정치보복 수사 금지’ 등 정치권력과 검찰의 유착을 막아내는 과정이었다. 검찰총장의 임기제(1988년), 검사의 청와대 파견 금지(1997년), 검사동일체 원칙 삭제(2004년) 등의 입법은 검사가 ‘살아있는 권력’ 앞에 굴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개혁이었다. 지금의 검찰 개혁은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 논란이 실로 적지 않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자식들이,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은 형님이 각각 재임중 구속된 적이 있다. 당시 어떤 대통령도 검찰의 수사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현 '조국 사태' 시점에서 검찰개혁 요구를 내놓은 문 대통령의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검찰 개혁은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서 손을 떼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특수부 축소나 공수처 설치 등은 곁가지일 뿐이다. 검찰 제도를 만든 프랑스 등 유럽 대다수 국가는 헌법기구인 사법평의회를 만들어 검사 인사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있다. 검찰 수사를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시켜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검찰개혁은 시대 과제...'조국 의혹'과 별개 

검찰 개혁에 반대하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법과 정의를 수호해야 할 검찰이 지금까지 그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여권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검찰 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분명한 시대적 과제다. 그러나 검찰 개혁이 조국 장관과 그 가족의 의혹을 가리는 수단이 돼선 안된다. 검찰 개혁과 조 장관 가족 수사는 본질이 다른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검찰은 마침내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정 교수의 소환 조사는 조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처음이다.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발부 여부는 조국 정국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검찰 수사 상황에 널 뛰며 조국 이슈가 다른 중대 현안을 집어삼키는 조국 블랙홀 현상이 계속되는 것이 걱정스럽다. 민생 개선과 경제활력 제고가 긴요하고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촉진 등 외교·안보 과제 대처도 벅찬데, 언제까지 이런 현실을 감내해야 하느냐는 탄식이 나온다.

지금 검찰 수사는 막바지 단계까지 이르렀다. 검찰 수사를 통해 그동안 조 장관이 했던 해명들이 사실과 다른 정황 및 위법 의혹들이 드러났다. 물러나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조 장관이 버티면서 우리 사회의 진영 대결은 검찰청사 앞 시위 같은 물리적 세 대결로 확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결단을 늦출수록 소모적 논란과 분열만 커질 뿐이다.

조국 사태로 국회도 마비 상태다. 경제 외교안보 등 주요 국가적 이슈는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민생입법도 기약 없이 표류할 조짐이다. 

정치 실종과 대규모 군중시위 

검찰의 특정 수사 건에 대해 압력을 가하는 것은 대규모 군중시위다. 집권여당과 대통령이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한 다음날 발생한 시위였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서초동 검찰청사 주변에서 열린 촛불집회의 구호는 '검찰개혁'과 '조국수호'였다. 

진상 규명-장관 거취-검찰개혁은 조국 사태가 드리운 세 매듭이다. 국론 분열을 자중하고, 국정공백을 최소화하며, 解法을 찾아가는 정치가 절실해지고 있다. 

검찰도 촛불의 경고를 통감하고, 첫 고비가 될 조국 사태 진상 규명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주말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의 요구가 집중됐던 대목이 과도한 검찰권 행사와 부당한 인권 침해였다는 점에서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촛불 집회를 연 주최 측이 "검찰 개혁이 이뤄질 때까지 매주 토요일 문화제를 열 계획"이라 밝혔으니, 촛불 시위 정국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시위가 거듭될 앞날이 걱정이다. 촛불의 세대결은 사태가 장기화하고 국론 분열도 깊어질 것임을 내포하고 있다. ‘대통령 하야’ ‘검찰수사 중단’ 같이 상식·금도를 넘고 군중심리만 자극하는 구호가 늘어나는 것도 걱정스럽다. 

여야 정치권도 촛불로 사태를 덮고, 촛불로 정부를 흔들겠다는 당파적 시선을 경계해야 한다. 시민들이 생업을 놓고 광장에 모이는 것은 정치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유례없는 검찰 견제 

검찰개혁은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다.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비등하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추진 시점이 적절하냐는 데 있다.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법무장관 일가가 각종 의혹으로 수사받고 있고, 장관 부인은 소환됐다. 

특히, 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의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을 압박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은것은 법치주의의 근본을 흔드는 자세다. 

문 대통령은 “검찰은 성찰하라.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중요하다”며 조 장관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한 지 사흘 만에 윤석열 총장에게 검찰 개혁안 제출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의 잇단 지적에도, '조국 사태'에 ‘원칙대로 수사’로 응수한 검찰에 거듭 경고한 셈이다. 

검찰 개혁에 반대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조 장관 수사가 끝난 뒤에 주장해야 할 것이다. 개혁이 범법자의 방패가 되면 그 순간 개혁은 개악이 될 수 있다. 

여권에서 윤 총장을 공격하는 수위 자체는 실로 심상치 않다. ‘검찰 쿠데타’라는 원색적인 표현까지도 등장한 마당이다. 과거 검찰 수사에 대해 야당 쪽에서 정치탄압이라며 반발한 사례는 적지 않지만, 이번처럼 여권에서 일제히 검찰을 견제하고 나선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지 불과 두 달 남짓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검찰 역사상 초유의 사태로 기록될 것이다.

조국 법무장관 가족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을 겨냥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친문 진영의 압박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검찰은 대통령의 검찰 개혁 지시를 즉각 이행하라”고 했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검찰 수사에 대해 “총, 칼은 안 들었지만 위헌적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대검청사 앞에서 촛불집회가 열린 것을 계기로 당정청과 친문진영이 검찰 때리기에 전력투구하는 형국이다.

국가 중대사, '조국 논란'에 묻혀 

법과 제도로 뒷받침되지 않고 제도와 관행으로 공고화하지 못할 개혁은 사상누각이다. 

여권이 신속처리 안건으로 밀어붙인 검찰 개혁안은 이미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모두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지만, 처리 운명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두 입법 과제는 모두 검찰 권력의 분산과 견제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거론되지만 정당마다, 의원마다 의견 차이가 작지 않다. 

여권은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검찰 개혁을 가로막는 장애물인 것처럼 몰아가지만 이는 논리적 근거가 실로 희박하다. 

더구나 검찰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검찰 수사를 받는 조 장관은 개혁의 적임자가 아니다. 조 장관이 도덕적 권위를 잃어 개혁 주체가 될 수 있겠느냐고 우려하는 여론도 크다. 지난 주말 타오르기 시작한 광장의 촛불 앞에 정치권과 검찰은 성찰하며 그 의미를 깊히 곱씹어야 할 것이다. 

조 장관이 법무장관에 지명된 지난달 9일부터 지금까지 한 달 반 넘도록 정치는 멈춰 섰다. 여야 정치권은 조국 떨어뜨리기와 지키기에 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 안보, 외교의 국가 중대사는 조국 논란에 묻혔다. 검찰의 조국 의혹 수사는 정치 개입, 과잉 수사, 피의사실 유포 논란을 낳았다. 이 문제들은 그동안 검찰의 고질적 병폐로 지목됐던 것들이다. 

검찰은 수사권, 기소권을 행사하는 데 정치 개입 오해를 사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검찰이 원칙과 법률에 따라 수사를 진행한다고 믿고 싶다. 정권 눈치를 보지 않고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용기는 평가받을 만하다. 검찰은 정도 수사로 조 장관 의혹을 명백히 가려내야 할 것이다. 

자체 개혁안 - 진정성과 무게 가늠돼야 

이런 가운데, 대검찰청이 1일 전국의 지방검찰청 특수부 4곳 폐지 등을 뼈대로 하는 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검찰 안팎의 의견을 수렴해 인권 보장과 피의사실 공표 금지 등 검찰권 행사 개선안을 조속히 마련한다는 게 핵심이다. 

당장 실시할 개선안으로 서울중앙지검 등 3곳을 제외한 모든 검찰청 특수부 폐지, 외부기관 파견 검사 전원 복귀, 검사장 전용차 폐지 등도 발표했다. 2기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도 이날 ‘검찰 직접수사 축소’를 첫 권고안으로 정하는 등 검찰 개혁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안 마련 지시 하루 만에 자체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문 대통령이 전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권 행사 방식, 수사 관행 등을 개혁하라”며 “방안을 조속히 제시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일단은 검찰이 대통령의 최후 통첩과도 같은 자체개혁 주문에 대해 즉시 실행에 옮기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과도한 특수수사나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비판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란 점에서 검찰이 직접 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다만, 대통령 지시 하루 만에 내놓은 개혁 방안에 어느 정도 진정성과 무게가 실린 것인지는 앞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대검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국민의 대의 기관인 국회의 결정을 충실히 받들겠다고 했다. 법무부 등 관계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도 약속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 수사로 갈등 관계에 놓인 조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현실을 고려할 때 양 기관의 협력 여부는 검찰 개혁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국회는 검찰 개혁 관련 법률안 논의를, 검찰은 법 개정 없이도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개혁안을 마련해 실행하면 된다. 개혁은 개혁대로, 수사는 수사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논란의 핵심인 조 장관 의혹을 파헤친다고 해서 검찰 개혁이 차질을 빚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현재 검찰이 내놓은 개혁안 요지는 3가지다.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전국 모든 검찰청에 설치된 특수부를 폐지하고, 외부 파견검사를 전원 복귀시켜 형사·공판부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검사장의 전용차량 이용은 즉각 중단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의자 공개소환, 피의자 포토라인 세우기, 피의사실 공표, 심야조사 등을 포함한 검찰권 행사 방식과 수사 관행 개선안은 실태 점검 뒤 내놓겠다고 했다. 

이날 발표된 검찰의 자체 개혁안들은 법무부와 검찰 스스로 단행할 수 있는 조치들이다. 국회의 입법 없이 가능하다. 언제든지 원점으로 되돌아가거나 후퇴할 수 있어 경계도 해야 한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의 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 

조 장관 수사, 검찰 개혁 함수

주요 야당은 현재 조 장관을 장관으로 인정하지 않고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형국이다. 검찰은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개혁에 나서는 동시에 조 장관 관련 수사도 흔들림 없이 하는 것만이 국민 신뢰를 얻는 길이 될 것이다. 

검찰은 좌고우면할 필요도 없고, 그럴 상황도 아니다. 다만 신속한 수사로 조속히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를 본격화한 지 36일이 지났고, 상당한 인력이 투입됐다. 외압에 흔들리지 말고 오로지 법리에 따라 수사하고 그 결과를 보여주면 된다. 검찰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문 대통령이 거론한 검찰의 ‘수사 관행’과 ‘조직 문화’는 물론 개선될 필요가 있다. 지난 2년여 동안 검찰이 이른바 ‘적폐’ 수사를 할 때 언론들이 그 점을 무수히 지적했다.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혐의를 꿰맞추는 수사가 분명히 있었다. 

허지만, 문 정권은 과거 정권을 적폐세력으로 몰아붙일 때는 검찰을 적극 활용하더니 자신들에게 불리한 수사가 진행되자 곧바로 검찰을 ‘적폐’로 규정하며 흔들고 있는 형국이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임명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수사를 지시한 게 불과 두 달 전이다. 검찰에 대한 집권세력의 이중행태는 결국 ‘정치검찰’을 만들고 나라를 두 동강 낸다. 

문 대통령은 최근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강조했다. 하필이면 지금 검찰 수사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으니, 조 장관을 감싸려는 것으로 비칠 뿐이다. 여권이 강조하는 검찰 개혁은 각종 의혹으로 이미 동력을 잃은 조 장관이 사퇴하지 않는 한 성공하기 어렵다. 

여권 전방위 검찰 압박과 2중 행보 

여론조사 결과 검찰 개혁과 관련,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것에 대해 '허용돼야 한다'(64%)가 '금지돼야 한다'(24%) 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 세력의 생각과는 달리 현재 민심은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검찰 개혁에 반대하는 국민은 없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화다. 그런 의미에서 정권에 아부하지 않고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으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살아 있는 권력인 조국 장관을 강도 높게 수사를 하고 있는 윤 총장이 검찰 개혁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현 정부 들어 수사권 독립은 강화됐지만, 검찰권 행사 방식, 수사 관행, 조직 문화는 개선이 부족했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윤석열 검찰은 사실, 국회 인사청문회도 끝나지 않은 시점에 문 대통령이 지명한 조 장관 후보자 관련 의혹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전례 없는 일이었다. 대통령 인사권이 걸린 사안이었지만, 권력 눈치를 보지 않은 정면 수사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내 과잉 수사, 피의사실 공표, 정치권과의 정보 거래 논란이 일면서 과거와 다를 바 없는 검찰의 구태라는 비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위해선 조 장관이 보고한 검찰의 형사부, 공판부 강화와 피의사실 공보준칙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당장 이를 추진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를 위축시킨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조 장관 관련 수사가 끝나는 대로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당연한 처사다.

그러나, 검찰개혁에 관한 청와대의 2중적 행보도 지적된다. 퇴직한 문무일 검찰총장이 특수부 조직을 없애거나 크게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었다. 같은 정부인데, 그때는 대통령과 청와대 민정수석(조 장관)이 가만히 있었다. ‘특수부 칼’을 내려놓기 싫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러다가 최근 갑자기 청와대와 여당이 특수부 축소를 얘기하니 앞뒤가 영 맞지 않는 형국이다. 그러니 대통령의 개혁 주문까지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에 개입한다는 논란을 부를 만하다.

조 장관 스스로도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법무검찰 개혁을 위한 새로운 동력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검찰개혁에 대한 열망이 헌정 역사상 가장 뜨겁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검찰개혁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며 보조를 맞췄다. 여권 전체가 검찰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선 형국이다. ‘서초동 촛불집회’를 계기로 여권이 ‘조국 사퇴’ 국면을 검찰개혁 국면으로 돌리려 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개혁 진정성 의혹 

문제는 이번 검찰의 자체 개혁안이 조 장관 관련 수사를 계기로 나왔다는 점이다. 검찰 개혁은 국민 사이에 공감대가 크다. 그러나 조 장관 문제로 정치권, 법무부, 검찰 사이에 빚어진 첨예한 갈등 속에 나온 이 안이 진정한 검찰 개혁으로 이어질 것인지 걱정이 없지 않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조 장관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원하는 국민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6, 27일 조사(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에서 ‘조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가 지나치지 않다’는 응답이 49%로 집계됐다. ‘지나치다’ 쪽은 41%였다. 

최근 조 장관 아내인 정 교수 소환조사가 이뤄지면서 검찰 수사가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부당한 외압에 굴하지 말고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명백하게 규명해야 한다. 더 이상의 국가적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신속하게 결론을 내야 할 것이다.

인권침해로 치면 이 정권에서 2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적폐 수사를 따라갈 수 없다. 사실상의 권력 남용이었다. 수사 대상 4명이 인격 살인을 호소하며 목숨을 끊었다. 20차례 가깝게 압수 수색을 당한 기업, 각기 다른 6가지 혐의로 수사받은 장관도 있었다. 이 정권 들어 압수 수색은 매년 20%씩 늘었고 구속영장에 담긴 수십 가지 혐의 가운데 보도되지 않은 게 없다고 할 정도로 피의사실은 친여 매체들에 아예 생중계됐다.

이때는 철저히 침묵하던 대통령이 제 측근이 수사받게 되자 '검찰 개혁'을 들고나온 형국이다. 

조국 법무장관 수사로 검찰과 여권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거취 문제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윤 총장에게 검찰개혁을 직접 지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의 거취를 놓고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조 장관과 그 일가족 수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검찰로서는 기로에 처한 셈이다.

갑작스러운 대통령의 지시와 대검찰청 발표에 국민은 어리둥절하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검찰개혁 타령인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 이번 주 조 장관 부인의 검찰 소환 방식이 공개에서 비공개 형식으로 바뀌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피의자 인권 보호는 당연히 지켜져야 할 헌법적 가치이며 공인인 법무장관의 부인이라 하더라도 초상권이 보호되고 피의사실이 알려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국민 생각은 왜 그런 기본적인 권리가 유독 조 장관 가족에게만 보장되느냐는 지점에서 멈추게 된다. 2년여 전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서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수차례 검찰에 불려 나오며 언론의 카메라 플래시 앞에 무방비 상태로 서 있었던 장면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토록 중요하고 다급한 피의자 인권에 왜 그때는 함구했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 개혁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으니 특정인과 특정 세력을 위한 것이라는 의심이 생기는 것이다. 

조 장관 지키기 거대 작전

최근 문 대통령의 검찰을 향한 잇단 ‘개혁’ 메시지는 외형상 일단, 비장하고 강력해 보인다. 검찰은 물론 국민들조차 당혹스러울 정도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지시한다”며 조속한 검찰 개혁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 없는 자리에서 이런 지시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것도 부인 등 가족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였다. 검찰권의 행사 방식, 수사관행, 조직문화 등을 적시한 개혁 요구에는 검찰에 대한 불편한 심기마저 묻어난다. 

문 대통령이 검찰의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에 “과도한 검찰권 행사”라며 공개 경고를 보낸 지 사흘 만에 수위를 한층 더 높인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검찰 개혁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윤석열 검찰’이 진행하고 있는 수사에 노골적으로 불신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7일 문 대통령 발언 공개 뒤 검찰이 “원칙대로 수사하겠다”고 응수한 데 대해 검찰 개혁을 더는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초동 촛불집회를 계기로 검찰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지지층 중심으로 개최한 촛불집회를 국민 전체의 뜻으로 호도하며 조 장관 문제를 덮고 가려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최근 여권의 움직임은 조 장관 지키기를 위한 거대한 작전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지난주 말 문 대통령의 검찰 비판 직후 친문(親文) 세력이 대규모 검찰 규탄 시위를 한 데 이어 또다시 대통령이 검찰 옥죄기의 강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주문하는 것은 ‘수사 외압’이란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사실상 ‘조국 지키기’ 측면 지원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은 검찰개혁에 역행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수사는 검찰에 맡겨야 

이와 관련, 윤 검찰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검찰 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충실히 받들겠다고 했다. 헌법정신에 입각해 엄정히 수사하겠다고도 했다. 검찰은 앞으로 이 각오에서 추호도 후퇴해선 안 된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최근의 극단적인 국론 분열 상황을 감안할 때 자칫 조 장관에 대한 일방적인 감싸기로 비칠 우려가 있다. 윤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엄정해야 한다”고 했던 만큼 조 장관 일가의 의혹과 거취 논란에 대해서도 좀 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문 대통령이 국민 전체가 아니라 지지층만 의식한다는 비판이 더 커질 수 있다.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중요하다는 것은 원론적으로는 당연한 말이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압력을 행사한다는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발언이다.

민주당도 조국 법무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를 흔드는 행동을 당장 멈춰야 한다. 일각에서 윤 총장 거취까지 거론하고 있는 것도 지극히 부적절하다. 수사를 방해한다는 의심을 살 뿐이다. 수사는 검찰에 맡겨두고 검찰 개혁을 위한 제도 개선에 집중하길 바란다. 그게 여권이 외쳐온 검찰 개혁을 앞당기는 길이다.

사실, 특수부 축소는 애당초 검찰이 먼저 하겠다고 한 것이다. 전임 문무일 검찰총장이 특수부 43곳을 우선 폐지하면서 더 줄이겠다고 했다. 반면 청와대와 민주당은 특수부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구체적 수사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했다. 심지어 '특수부 축소'를 주장한 간부를 좌천시키기도 했다.

당시 검찰 특수부는 전 정권 적폐를 수사하는 중이었다. 그러다 특수부가 조국을 수사하게 되자 돌연 특수부를 줄이라고 한다. 이 모든 일을 해온 문 대통령은 시치미를 떼면서 검찰총장에게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으라고 지시했다. 검찰이 자신들 충견일 때는 상(賞)을 주고 자기편을 수사하면 반(反)개혁 세력으로 몰아붙인다.

문제는 문 대통령이 바라는 것처럼 국민 신뢰를 얻을 검찰 개혁이 가능할 것인가, 그리고 조 장관 관련 사건 수사가 끝까지 잘 진행되어 국민 신뢰를 얻는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눈치 보지 말고 수사하라고 해서 정작 수사했더니 노골적으로 간섭하고 압력을 가한다는 검찰 일각의 불만이 있다는 걸 여권도 잘 알 것이다.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등 검찰 개혁 입법 과제를 다루는 의회에서 주요 야당이 조 장관 탄핵을 주장하는 현실임을 고려할 때 20대 국회에서 검찰개혁 관련 협치 또한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대통령 중심 잡고, 검찰은 정도 수사로

더 큰 문제는 혼란스러운 정국이 언제 정상화될지 예측도 안 된다는 것이다. 국민이 나랏일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조 장관 문제보다 훨씬 중요한 국가 과제가 산적해 있다. 내년 4월 총선이 곧 닥친다. 지금처럼 만사 제쳐놓고 정쟁을 계속한다면 국민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여당은 이미 국민 지지를 많이 잃었다. 야당들도 정치 공세만으로 지지율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여권이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부추기고, 이를 근거로 조 장관 수호에 대한 민심이 확인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이다. 길거리 군중정치로 국정지표를 삼겠다는 것은 민도가 낮은 국가에서나 남용되는 수법일 뿐이다.

예상보다 많이 모였다고 하나 서초동 촛불집회는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일이 못된다. 말 그대로 정권 지지층의 과시적 시위일 뿐이다. 3일 열린 자유한국당 주도의 ‘조국 퇴진’ 시위도 마찬가지다. 누구도 그게 ‘국민’의 목소리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굳건히 중심을 잡아야 한다. 문 대통령 입장에선 조 장관을 둘러싼 의혹과 검찰 수사가 못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지지층만이 아닌 전체 국민의 대통령이다. 

앞으로의 실질적 개혁방향이 관건이다. 개혁의 핵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은 패스트랙에 올라간 뒤에도 두 달 넘게 논의가 멈춰서 있다. 사개특위 위원장과 소위원장 문제로 여야가 대립하면서 공전 상태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정작 본업은 제쳐두고 유불리만 따지며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 이번 촛불집회는 정치권과 검찰이 제 역할을 안 하면 국민 심판을 면치 못한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다. 

검찰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장관부터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권이 검찰개혁을 핑계로 수사를 방해하거나 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검찰은 어려울수록 좌고우면하지 말고 정도를 지켜야 한다. 그게 국민의 검찰로 바로 서는 길이다.

지위 고하나 권력의 부당한 개입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수사하는 게 검찰의 임무며, 이번 조국 수사도 예외는 아니다. 검찰은 정도 수사로 조 장관 의혹을 명백히 가려내야 한다. 

장외 세 대결 지속, 역기능 경계돼야 

정국을 수습하지 못하는 정치권의 무능이 최근 시민들에게 촛불을 다시 들게 했다. 열정을 가진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자기 의사를 표출하고, 공감하는 이들과 광장의 열기를 나누는 건 민주주의의 한 모습이다. 

지난 주말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수호와 검찰 개혁을 외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에 반해, 3일 광화문에서는 조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각각 지지하는 상반된 성격의 집회가 잇따르면서 나라가 둘로 쪼개진 것 아니냐는 우려들이 많다. 

이런 때일수록 찬반 세력은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당분간 장외 세 대결 양상이 지속할 것으로 보여 더욱더 그렇다. 검찰 역시 조 장관 수사와 검찰 개혁은 별개의 문제라고 보고 수사는 수사대로, 개혁은 개혁대로 해나가야 한다. 조국 수사가 검찰 개혁 의제에 밀려나 좌절하는 걸 정의롭다고 여길 국민은 없다. 

무엇보다 군중을 앞세운 정치는 위험하다. ‘거리 정치’에 의존하는 권력은 바로 그 방식에 의해 역풍을 맞게 된다. 법치를 훼손하면서 포퓰리즘적 선동에 기대어 나라를 이끌어 가려 하는 정권은 정상적인 민주 권력이 아니다.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참석한 여당 의원들은 “민란이 검란을 제압했다”는 말까지 했다. 사실상 수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 아닌가. 친박단체가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를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그야말로 패거리정치다.

반복한 촛불집회의 구호는 주최 측이 집회 막바지 빔프로젝트로 대검찰청 벽에도 띄운 ‘검찰개혁’ ‘조국 수호’ ‘정치검찰 OUT’이었다.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몰려 평화적으로 진행된 집회는 2016년 겨울 촛불을 연상케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주최 측은 참여 인원을 5만, 10만, 150만, 200만명으로 숫자를 부풀리며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고 했다. 심지어 "윤석열이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불행을 초래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 결단이라는 것은 조국 수사를 그만두거나 진실을 은폐하라는 뜻일 것이다.

반면, '조국 구속하고 문재인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는 대규모 집회도 3일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한국당과 우리공화당 등 반(反)정부 정파들이 동원한 인원도 있었으나, 전체에 비하면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참가한 국민이 대다수였다. 그만큼 많은 국민들이 이번 '조국 사태'를 대하며 문 대통령의 비상식적 인사와 검찰 압력행사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의사를 행동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날 집회 주최측과 참가자들은 이구동성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은 군중이 운집했다고 했다. 그러나 광화문에 나오지 않은 훨씬 더 많은 국민들이 문재인 정권의 독선적 위헌적 행태에 대해 점점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문 정권은 '광화문집회의 민의(民意)'를 엄히 새겨야 한다. 

국회도 민의를 새겨야만 한다. 올해 국감은 시작부터 파행을 예고하고 있다. 야당이 국감을 인사청문회와 대정부 질문에 이은 세 번째 ‘조국 투쟁’ 무대로 삼는 것에 대해 여당은 ‘검찰 개혁’ 카드로 맞대응할 태세이기 때문이다. 주권을 위임받아 국정을 감시하는 국회의 본령과 책임을 외면한다면 명백한 직무유기다.

검찰권 분산과 공정한 행사를

핵심은 역시 앞으로 검찰의 자체적인 개혁자세와 방향일 것이다. 

검찰은 “인권보장을 최우선에 두고 검찰권 행사 방식 등을 점검하겠다”며 “변호사·언론인, 시민사회·인권 단체 등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지만, ‘100만 촛불’의 주문은 검찰권의 분산과 공정한 행사다. 검찰은 국민 모두가 납득할 만한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 

검찰 안팎의 의견을 폭넓게 경청하고 소통해 개선하겠다고 했으니 법무부와 함께 실효성 있는 ‘인권 수사’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인권 수사보다 실적주의에 쏠린 특수수사 중심의 조직 문화를 바꾸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대검의 ‘개혁’ 약속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 중요하다.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검찰은 ‘검찰 개혁에 관한 검찰총장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문자 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보내 “검찰 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충실히 받들고 그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검찰총장 인사 청문회부터 이런 입장을 수 차례 명확히 했고 변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1차로 내놓은 개혁안은 검찰의 정치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아온 직접 수사 기능을 축소하고 잘못된 수사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것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다. 물론 이번 개혁안은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혁이 성공하려면 내부의 공감과 동참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文 권력으로부터 검찰권 독립 요체 

이번 검찰 개혁 노력 역시 미래를 향한 국가적 목표와 부합돼야 한다. 

1960~80년대 초반까지의 군사독재는 경제개발의 성과나마 낳았다. 수출 실적은 물론 경제성장률이 두 자리 숫자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1980~2000년대의 민주화시대는 경제성장에 걸 맞는 정치 민주화를 이루어냈다. 그런 면에서 현 문재인 정부의 업적이 무엇인지 잘 모를 정도란 비판이 높다. 

조국사태는 한 사회가 유지되기 위한 도덕기준과 행동윤리 자체를 무겁게 묻고 있다. 국정을 책임지는 국가 상층부의 지도자들과 기구들마저 서로 공격·비난·역공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 사람의 공직 임명문제로 비롯된 이 극심한 내부분열과 국정혼돈 상태에서 북핵위기, 한미·한일관계, 일자리개혁, 청년취업, 헌법·선거·재벌·노동·교육·사법개혁...의 국정목표들은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답이 잘 보이지 않는다. 

금번 조국사태와 검찰개혁 문제는 우리사회로 하여금 사람중심의 정치문화를 넘어 가치와 제도중심의 선진사회로 나아가는 성찰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동일한 가치와 제도를 동일하게 적용받는 보편적 양심과 상식을 회복할 때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적폐 청산에 이어 검찰개혁 과제를 외쳐대며 상식과 공정가치에 반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검찰개혁이 더 중요하니, 결격사유에도 불구하고 개혁의 유일한 적임자인 조국 법무장관 임명은 합리화 된다"고 소리친다. 

조국 수호와 사퇴 문제는 우리사회의 공준을 적용하면 된다. 공준은 최소한의 공적 덕목이자 시민윤리다. 어떤 대통령 후보는 ‘본인의 명백한 불법확인’은 커녕 아들의 병역비리의혹으로 낙마하였고, 어떤 대통령은 ‘본인의 명백한 불법확인’ 이전에 의회의 탄핵소추를 받았다. 

상식과 공정은 역시 중요하다. 최근의 행태는 30년전 독재적 정치행태가 되살아나는 듯하다. 문재인 후보에게 국민이 대권을 안겨준 이유는 박근혜식 독재행태를 청산하라는 명령이었다. 상식과 공정이 지배하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바로 적폐청산의 목표인 것이다. 

검찰개혁을 위해 다른 대체인물을 찾을 수 없기에 조국 장관을 해임시킬 수 없다는 말은 대한민국 법조인과 법학교수 전체를 모욕하는 말이다. 검찰이 똘똘 뭉쳐 법무장관을 신속히 수사하는 이유는 개혁이 두려워서가 아니고, 개혁을 핑계로 한 이념적·보복적 물갈이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 식의 이념적·사이비 개혁은 차기 정권하에서 또다시 적폐청산의 악순환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검찰 개혁을 권력 장악의 채널로 삼아 이념 정치 실현의 도구로 활용하려 하면서, 겉으로는 공정과 정치적 중립을 외쳐대는 이율배반적 문재인 권력으로부터 검찰권력을 독립시켜 헌법과 국가체제가 흔들리지 않게 견제하는게 진정한 검찰개혁의 요체일 것이다.

개혁 실행 방향

정치권도 국민의 검찰개혁 요구에 입법으로써 답을 해야 한다.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이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다. 서초동 촛불집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구호 중 하나가 ‘공수처 설치’였다는 점을 국회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이들 법안은 10월27일 이후에 국회 본회의 상정이 예상된다. 비대한 검찰 권한을 제어하기 위해선 제도적 입법이 필수적이며, 여기엔 여야 정치권의 이해가 다를 수 없다고 본다. 국회는 올해 안에 검찰개혁법안 입법을 마무리함으로써 국민의 강렬한 검찰개혁 요구에 응답하길 바란다.

문 대통령이 지시한 검찰 개혁은 윤 총장이 그대로 이행하면 될 일이다. 그리고 조 장관 수사는 수사대로 엄정하게 진행하면 된다. 문 대통령은 검찰 수사 결과를 토대로 조 장관 거취 문제를 결정하고, 이후 검찰 개혁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바란다. 이것이 진영싸움을 걱정하는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국민들의 생각이다. 

검찰 개혁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이뤄내고, 엄정한 법 집행 및 인권 보호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와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들이 핵심 수단들이다. 검찰은 조직 개편 및 수사 관행 개선에도 노력해야겠지만 관련 법안 논의 과정에서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자세로 적극 협조하길 바란다. 

국민들이 현 시점에서 문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것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취임사에서 밝힌 약속을 행동으로 실천하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상식과 도덕, 윤리와 정의가 살아 숨 쉬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통령"이 되길 요구한다. 

검찰개혁의 핵심 중의 핵심은 검찰의 정치중립과 견제장치의 확보다. 이를 위해 검찰청법 상의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제34조)는 조항은 꼭 폐지해야한다. 이는 검찰청법 제정 당시부터(1949년. 법률 제81호 20조) 일관된, 권력의 검찰장악과 통제의 핵심조문이다. 

검찰총장에 대한 대통령의 임면권도 응당 폐지되어야한다. 이 두 조문을 폐지하지 않는 한 검찰개혁은 허구다. 대안은 호선과 추첨이다. 즉 검찰독립과 의회·시민통제를 위한 최선의 대안은 검찰총장을 유자격자(대검검사) 중에서 호선·추첨 후 국회동의를 받는 것이다. 권력기관 수장의 호선·추첨의 방식은 근대 민주공화주의의 한 중요한 원리다.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장에 대한 대통령임명은 더 안된다. 검찰총장과 공수처장을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는, 초제왕적 대통령의 이중 검찰장악은 유례가 없다. 대통령의 권력을 더욱 강화시켜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이다. 대통령제 선진 민주국가에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수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한 기구는 민주주의 원리에 위반된다. 

이와함께, 검찰기득권의 요체인 기소독점권의 폐지는 너무도 당연하여 반드시 실현되어야한다. 다만, 꼭 필요한 개혁인 검찰과 경찰의 권한조정문제는, 과거 경찰의 악행으로 인한 인권유린과 부정부패, 민주주의 훼절의 역사를 고려할 때 섬세한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 

국민 열망 부응하는 길

검찰은 정도 수사와 자기 개혁 노력만이 국민 열망에 부응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민주공화국 검찰의 중립성·독립성은 움직일 수 없는 가치다. 동시에 과잉 수사, 피의 사실 공표, 정치권 거래 같은 구태를 반복하는 공룡 검찰의 힘 빼기 역시 필수 불가결한 과제이기에 검찰은 자기 개혁에 진정성 있게 나서길 기대한다.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면 법질서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검찰을 만들어주는 게 검찰 개혁의 출발점이다. 

조국 사태는 당초 공정성 문제에서 출발했다. 불공정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조국 사태를 검찰 사태로 둔갑시키려는 시도가 있지만, 조 장관 임명에 대한 반대 여론이 여전히 많다. 이들 여론은 검찰 개혁에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검찰 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조 장관부터 사퇴시키고 해야 한다.

여권은 더 이상 검찰 수사에 간섭하지 말고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설령 검찰개혁을 하더라도 수사가 마무리된 뒤에 추진하는 게 순리다. 수많은 비리 혐의를 받고 있고 '피의자'로서 검찰에 소환될 수 있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수만명이 집결해 검찰을 겁박하는 것은 정상 국가가 아니다. 그 어떤 세력도 '개혁'을 핑계로 검찰을 겁박해선 안된다.   

조국 사태가 촉발한 대한민국의 분열을 치유해야 할 당사자는 여권이고, 그 정점에 대통령이 있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 필생의 과업이라고 한 검찰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장관 교체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이제 결단할 때다.

정치권과 검찰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현재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해소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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