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조국사태와 프레임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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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조국사태와 프레임전쟁
  • 신용인 제주대 로스쿨교수 겸 변호사
  • 승인 2019.10.0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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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기득권을 위한 사회개혁이 필요하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신용인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겸 변호사)

조국사태로 온나라가 난리다. 지난 3일 광화문에서는 자유한국당 추산 300만 명이 모여 '조국파면·정권심판'을 외쳤다. 지난 9월 28일에는 서초동에서 주최측 추산 200만 명이 모여 '조국수호·검찰개혁'을 외쳤다. 여의도 정치는 실종되고 거리의 정치가 활개치고 있다.

​진중권교수의 말처럼 다들 진영으로 나뉘어 미쳐버린 것 같다. 이러다 우리 사회가 극한 갈등과 분열에 빠져 수습불능의 파국상황이 올까 우려가 크다.

​조국사태는 조국자녀의 부모찬스 등 좌파의 위선을 여실히 드러내며 우파나 좌파 모두 기득권임을 폭로했다. 좌우 갈등의 실상은 기득권 내 싸움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왜 촛불정부가 들어서도 비기득권을 위한 실질적인 개혁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는지를 깨달았다. 촛불정부의 본질이 (좌파)기득권이기 때문이다.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조국대전의 본질 또한 기득권 안의 투쟁이다. 그럴듯한 포장들을 뜯어내고 보면 좌파기득권과 우파기득권 사이의 권력투쟁이라는 것이다.

​까닭에 좌우기득권이 각자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서로 조국대전을 치열하게 벌이는 것은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왜 비기득권도 대거 미친듯이 조국대전에 뛰어드는 것일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비합리적인 현상이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한 결과 비기득권이 기득권 프레임에 갇혔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해법은 비기득권이 기득권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 아닐까?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인간은 일단 어떤 프레임에 빠지면 그 프레임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프레임은 생각의 감옥이다.

​​그럼에도 방법이 있다면 새로운 언어, 즉 비기득권을 위한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는 것이다. 비기득권이 그 새로운 프레임을 받아들여 기존의 생각을 바꿀 때 비로소 기득권 프레임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현 시국에서 기득권 프레임이란 무엇이고 비기득권 프레임이란 무엇인가?

​​먼저 기득권 프레임부터 살펴보자. 기득권 프레임에는 우파기득권 프레임과 좌파기득권 프레임이 있다.

​​우파기득권 프레임은 '조국파면·정권심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논리는 이렇다.

​​"사회주의자 조국은 위선자·범죄자다. 검찰수사는 환부 제거를 위해 필요하다. 문재인정부는 권력형 비리를 은폐하고 한국을 사회주의국가로 만들기 위해 조국을 옹호하며 검찰수사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조국을 파면하고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 그래야 정의가 구현되고 자유민주주의가 지켜진다."

​​우파 성향의 비기득권은 위와 같은 프레임에 갇혔기에 '조국파면·정권심판'을 열심히 외치며 조국대전에 맹렬히 뛰어든다.

​​좌파기득권 프레임은 '조국수호·검찰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논리는 이렇다.

​​"조국은 깨끗하며 검찰 개혁의 적임자다. 적폐세력인 검찰은 검찰개혁에 저항하며 조국을 낙마시키기 위해 대대적 수사를 펼쳤다. 따라서 적폐 청산을 위해 조국을 수호하고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

​​좌파 성향의 비기득권은 위와 같은 프레임에 갇혔기에 '조국수호·검찰개혁'을 열심히 외치며 조국대전에 맹렬히 뛰어든다.

​​물론 우파기득권 프레임이나 좌파기득권프레임 중 어느 쪽이 진실에 부합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인간은 자신이 믿고 싶어하는 것을 믿는 존재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여기서 우리는 이런 의문을 제기해 볼 필요가 있다.

​​혹시 양쪽 성향의 비기득권 둘 다 기득권에 이용당하는 것은 아닐까? 비기득권이 열심히 투쟁을 해서 나름의 과실을 얻는다 하더라도 그 몫은 결국 기득권 차지가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제 비기득권은 자신을 위한 새로운 프레임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 새로운 프레임은 무엇일까?

​​나는 '사회개혁'이라고 생각한다. 그 논리는 이렇다.

​​"조국의혹의 실체진실은 오리무중이다. 일단 검찰수사 지켜보자. 한편, 이제는 좌파기득권도 믿을 수 없다. 비기득권을 위한 사회개혁이 필요하다. 사회개혁의 요체는 민중이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생계걱정 없이 편안히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사회개혁은 시대정신이다."

​​본인이 기득권이라고 생각한다면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우파기득권 또는 좌파기득권 프레임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면 된다.

​​하지만 비기득권이라고 생각한다면 혹시 자신이 기득권 프레임에 빠져 기득권의 들러리 노릇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비기득권이 기득권체제의 유지·강화를 위해 기를 쓰고 애쓸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기존의 기득권 프레임을 '사회개혁'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 훨씬 실속 있는 일 아닐까?

​​또한 기득권이라도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꾼다면 비기득권을 위한 새로운 정치를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는 직업이 대학교수이므로 기득권에 속한다. 정치적 성향은 우파보다는 좌파에 조금 가깝다. 하지만 좌파기득권 프레임을 거부한다. '조국수호·검찰개혁'이 아니라 '사회개혁'이라는 비기득권 프레임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한다. 사회개혁이 시대정신이라 믿기 때문이다.

​여기서 어려운 과제 하나가 등장한다.

​​현행 정치체제는 정당 중심의 대의제 시스템이다. 따라서 비기득권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려면 정당을 만들어 정치세력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비기득권 정당이 성공하는 순간 그 정당은 기득권에 편입되고 비기득권은 다시 소외될 수 있다. 이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아마도 비기득권이 정당을 통한 정치세력화 없이도 사회개혁을 이뤄낼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 아닐까?

​​최근 추첨으로 위원을 뽑는 서울민회, 제주민회 등 자생적으로 일어나는 추첨민회운동이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우리 사회가 조국대전에 쏟아붓는 열정과 수고의 단 10%만 활용하더라도 그런 시스템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고 보니 어쩌면 조국사태는 좌우가 아닌 기득권 대 비기득권의 새로운 프레임전쟁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용인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 전공)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원 졸업
(전) 부산지방법원 판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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