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그림자②] 보호무역주의가 쏘아올린 日 불매운동…경제 불확실성만 높여
[시대의 그림자②] 보호무역주의가 쏘아올린 日 불매운동…경제 불확실성만 높여
  • 장대한 기자
  • 승인 2019.10.1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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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장대한 기자)

한일 무역 분쟁이 양국 간 경제 성장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2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아베 규탄 6차 촛불문화제'의 모습. ⓒ 뉴시스
한일 무역 분쟁이 양국 간 경제 성장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2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아베 규탄 6차 촛불문화제'의 모습. ⓒ 뉴시스

글로벌 경제의 무게 중심이 자유시장주의에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보호무역주의로 옮겨감에 따라, 이러한 시대적 흐름이 양산하고 있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모습이다. 세계화라는 허울뿐인 말 뒤에는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미국과 국가주도의 고도 성장을 이루고 있는 중국 간의 총성없는 전쟁이 벌어져 보호주의 장벽을 더 높게 쌓아올리고 있으며, 이에 따른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문제는 보호 무역주의가 강대국들 간의 다툼으로만 그치치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 역시 가깝고도 먼 이웃으로 불리는 일본과의 무역 분쟁이 벌어지고 있어, 양국 간의 경제 성장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어서다. 특히 앞선 G2 국가의 무역 전쟁과는 달리 한일 무역 분쟁의 경우에는 그 영향력을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국내 산업계가 처한 위기감도 더욱 부각되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 경제 보복에 기술 자립 외쳤지만…“국내 투자환경 개선이 급선무”

특히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 공격은 우리나라 수출 주력품으로 자리한 반도체 산업에 큰 고민을 안기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반도체 강국임에도 관련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율이 30∼40%에 그치는 등 사실상 일본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일 무역적자액 241억 달러 중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적자는 224억 달러로, 전체의 92.9%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상기할 때, 국내 반도체 산업이 지난 3년간 호황을 누리면서도 기술 자립에 대한 경각심없이, 기본 체력을 기르지 못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더욱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력 역시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세계적 흐름이었던 자국 보호주의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나서야 뒤늦게 민관 모두 소재 수급 불안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골몰하게 됐다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정부는 부랴부랴 소재 국산화를 부르짖으며 대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책과 협력을 약속했으나 장기적 관점에서의 대대적 비용 투자와 인력 확충 등의 노력이 수반돼야 함을 고려 할 때, 당장의 경제적 손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무역 분쟁의 원인과 해법〉이라는 칼럼을 통해 "정부가 일본과의 강대강 대결을 선언했지만,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은 없어 보인다"며 "또한 재정을 투입하면 부품소재 국산화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기라로 할 듯 추경 통과를 압박하는 것은 글로벌 밸류체인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착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결국 소재부품 국산화는 국내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출발점"이라며 "당장 나아가 싸우기보다 내부적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 중단과 각종 규제들을 혁파하는 등 와신상담하며 힘을 기를 때"라고 조언했다.

감정적 대응이 야기한 일본 불매운동…피해는 기업·소비자 몫

표면상 강제징용 배상 책임에 대한 반발로 촉발된 이번 사태를 두고 한국의 감정적 대응이 부각되고 있는 점도 숙제를 남긴다.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는 무역흑자국인 일본이 오히려 무역적자국인 한국을 상대로 이뤄진 이례적인 현상으로, 일본이 자국 반도체 산업을 보호·육성하고자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을 견제하려는 보호 무역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합리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보다 역사적 아픔을 강조하며 맞불 작전을 구사, 국민들의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한편 극일을 기치로 한 기술 자립만을 강조하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물론 일본의 수출규제는 결과론적으로 경제 보복에 휘둘리지 않고, 기술 자립을 통한 강건한 산업 생태계로 나아갈 수 있는 '약'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반된 극일, 반일 감정은 국내 산업 전반에 일본 불매운동으로 번져 소비 심리 및 수요 위축을 불러오는 등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실례로 일본 불매운동 이후 일부 기업들이 받고 있는 타격은 수치로도 입증되고 있다.

항공사들만 보더라도 보이콧에 따른 일본 여객 수요가 급감해 속앓이를 하고 있으며, 수입차 시장 역시 일본차 불매운동 심화로 인해 철수설까지 불거지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이중 항공업계는 성수기인 올해 7~8월 중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그 피해를 오롯이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9년 여름 휴가철 한일 여행의 경제적 영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7~8월 방일(訪日) 한국인 수는 87만4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6% 감소했다. 이에 따른 국내 항공운송서비스 부문의 생산유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95억 원이 줄었으며, 부가가치유발액 감소폭도 328억 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경연 측은 "휴가철 관광교류 위축으로 양국 모두 부정적 영향을 입었으며, 특히 우리 항공산업의 피해가 컸다"며 "양국 관계 악화가 지속돼 방한 일본인 관광객마저 줄어든다면 국내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한 항공사 관계자는 "일본 노선을 감축하는 한편 동남아·중국 등의 대체 노선 투입을 통해 손실 줄이기에 주력하고 있다"며 "다만 일본 여객 수요가 전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올해 수익성 개선은 물건너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시장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일본 불매 운동이 본격화된 지난 7월부터 일본차 브랜드들의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어서다. 지난 7월 일본차 판매량은 2674대로 전년 동기 대비 17.2% 감소했으며, 8월에는 56.9%에 달하는 하락세를 겪으며 합산 판매량이 1398대에 그쳤다. 9월에도 일본차 판매량은 1103대에 그치며 59.8%의 감소세를 보이는 등 부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같은 일본차 불매운동은 단순히 일본 기업으로의 자금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가 우선시된 결과지만, 기존 한국 고객들의 불편 가중 및 국내 딜러사들의 경영난과 소속 직원들의 생계 위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 내 다양한 브랜드가 존재해야만 소비자 선택권이 늘고, 자연스러운 경쟁 체제를 통해 서비스 질 향상과 일부 브랜드의 독과점을 막을 수 있다"며 "시장 내 반일 프레임만을 강조하기보다 정치·외교적으로 양국이 현재의 사태를 슬기롭게 풀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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