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시대정신 부재와 조국 패밀리 의혹 논란
[역사로 보는 정치] 시대정신 부재와 조국 패밀리 의혹 논란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9.10.12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대정신의 부재, 대한민국의 미래가 사라질 비극의 전조가 될 듯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조국 스캔들은 시대정신의 부재를 초래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조국 스캔들은 시대정신의 부재를 초래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삼국시대의 시대정신은 삼한통일이었다. 고구려, 백제, 신라는 이를 실현하고자 수백년 동안 전쟁을 치렀다. 마침내 삼한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통일신라는 통일 이후의 대혼란을 수습하고자 조화와 균형을 국가운영의 기조로 삼았다. 수도 금성과 궁궐을 지키는 9서당은 패전국인 고구려와 백제 그리고 말갈인까지 포함된 연합군이었다. 신문왕은 삼한통일의 군주로서 민족통합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았고, 그 상징으로 9서당을 만들었다.

후삼국시대의 시대정신은 고구려, 백제의 부활이었고, 신라는 천년왕국의 사수였다. 삼한을 통일한 고려는 고구려의 영광 회복을 시대정신으로 삼았다. 국호를 고려로 정한 것도, 고구려 옛 도읍지인 평양을 서경으로 삼아 북진정책의 전진기지로 활용한 것도 동북아 최강자로 호령했던 고구려 영광의 재현이라는 국시(國是)를 실현하기 위함이었다.

국운을 다한 고려 왕조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건국한 혁명파 사대부는 ‘부국강병’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강력한 왕권을 기반으로 중앙집권체제를 구축해 일사분란한 국정운영으로 동북아의 신흥강국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부국강병’이라는 시대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득권 세력으로 변질된 혁명파 사대부의 후예 훈구파는 시대정신을 잊고 오로지 권력유지에 혈안이 됐고, 성종은 이들의 권력독점을 막고자 사림을 적극 등용했다. 사림은 4차례의 사화(士禍)를 겪으며 멸족의 위기에 빠졌지만 서원과 향약을 기반으로 극적으로 부활했다.

사림의 시대정신은 대의명분에 입각한 도의 정치였다. 사림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왕권과 신권(臣權)의 조화를 추구했지만, 결국은 이들도 권력의 단 맛에 취해 서인과 동인으로 분열했다. 동인은 또 북인과 남인으로 갈렸고, 후일 서인도 노론과 소론으로 핵분열했다.

임진·정유 전쟁과 정묘·병자 전쟁이후 백성은 국가의 재건을 시대정신으로 썼지만, 위정자들은 권력독점을 그들만의 시대정신으로 읽었다. 결국 위정자들은 백성들의 恨이 서린 홍경래의 난과 임술농민봉기를 무력으로 진압하며 세도정치의 늪에 빠졌다.

흥선대원군이 집권하면서 왕권강화와 민생안정이 시대정신이 됐지만 못난 시아버지는 여우같은 며느리 민비와의 권력투쟁에서 밀렸고, 민씨 정권은 근대화를 명분으로 삼아 새로운 세도정치에 전념했다.

민씨 정권의 국정농단은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단초가 됐고, 경술국치이후 우리 민족의 시대정신은 독립이 됐다. 35년간 일제 강점기를 거쳐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로 해방된 신생독립국 대한민국은 6·25의 참화를 겪으며 조국 재건을 지상목표로 내세웠다.

조국 재건이라는 시대정신을 저버린 이승만 정권의 독재는 민주화를 시대정신으로 삼는 기폭제가 됐지만, 무능한 제2공화국은 민주화를 외면하고 조선의 옛 사림들처럼 권력투쟁의 늪을 스스로 팠다. 박정희 장군과 일부 군인들은 5·16 쿠데타를 통해 조국 근대화와 산업화를 시대정신으로 삼았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반발한 국민은 민주화를 요구했지만, 박정희 정권은 이를 묵살하고 한국을 긴급조치의 나라로 만들었다. 10·26 사태는 유신독재의 종말이 됐고, 12·12와 5·18은 전두환 신군부의 권력 장악을 위해 만든 비극이었다.

다만 5공화국은 정보화 시대의 기반을 만들었고, 1988년 서울 하계 올림픽 성공의 밑거름을 깔아줬다. 아이러니하게도 박정희·전두환 정권에서 형성된 중산층은 군부독재를 종식시키며 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을 실현시키는 주역이 됐다.

87년 체제가 형성된 이후,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등 각 시대의 정신이 담긴 정부가 출현했지만 그 결말은 비극으로 점철됐다. 대통령 아들들의 수감과 전직 대통령의 자살 및 수감, 그리고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증명한다.

기회 평등, 과정 공정, 결과 정의를 표방한 문재인 정권이 지난 2017년 출범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겪은 국민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임기 절반도 안 지난 현재, 문재인 정권은 조국 법무부장관 가족 스캔들로 흔들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화문에서 들려오는 국민의 조국사퇴 목소리는 외면하고, 서초동의 검찰개혁과 조국수호 외침에만 귀를 기울이는 모양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권력독점이 낳은 비극이다. 지난 2016~2017년 초 광화문 광장에 울려 퍼졌던 시대정신은 권력독점과 국정농단의 중단이었다.

시대정신이 살아있는 국가는 번영을 이끌었지만, 시대정신이 죽은 국가는 망했다. 시대정신의 부재, 대한민국의 미래가 사라질 비극의 전조가 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