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검찰개혁의 본질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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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검찰개혁의 본질은 무엇일까?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10.13 12: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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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논리 벗어나야…개혁 핵심은 ‘권력으로부터의 검찰독립’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뉴시스
지난 7월 25일 청와대 본관에서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대화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법무부장관. ⓒ뉴시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不管黑猫白猫, 捉到老鼠, 就是好猫)”

지금의 중국을 있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덩샤오핑(鄧小平)의 명언이다. 덩샤오핑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이념간의 간극을 실리로 메웠다. 어떤 사안에 대해 격렬한 대립이 있을 때, 목표가 무엇인지를 다시 상기해볼 만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덩샤오핑의 이 해결책은 국론 분열이 최고조에 달한 우리가 생각해볼 문제이기도 하다. 한 쪽에서는 조국 법무부장관 퇴진을, 한 쪽에서는 조국 수호를 촉구하고 있다.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뉘어 집회를 벌이는 배경엔 짙은 진영 논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 모두는, 검찰개혁이라는 화두에 대해 반대하는 진영은 없다. 검찰개혁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 볼 때다.

검찰이 개혁대상인 이유는 사실 단순하다. 한국 제일의 정보력과 기소권·수사권이라는 권력을 양손에 쥐고 있는 막강한 기관이 불공정해 보인다는 이유다. 검찰이 법의 편이 아닌, 권력, 혹은 기득권의 편에 서 있다는 의심이다. 

그 해결 방향, 즉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한 핵심적 요소는 크게 세 가지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의 설치를 통한 견제,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을 통한 검찰권력의 약화다. 기자가 직접 지난 5일 '검찰개혁'을 외치는 서초동집회현장을 취재해본 결과, 참가자들은 검찰개혁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공수처 설치를 꼽았다. 다음으로는 검경 수사권 조정,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순이었다. 타당성과 현실성이 있을까.

공수처 설치

공수처의 필요성은 지금까지 검찰이 고위공직자 등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검찰도 누군가의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검찰이 특검 등을 통해 스스로를 수사해도 결국은 '제 식구 봐주기' 같은 일이 벌어지니, 독립된 기구를 만들겠다는 방안이다. 공수처 설치에 대해 지난 수 년 간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65%에서 최대 약 80%까지도 찬성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만큼 검찰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방증이며, 공수처라는 새로운 이름에 대한 높은 기대치가 드러난다.

그러나 공수처는 정치권력에 포획될 위험이 크다. 여당 내부에서도 일부 이견이 있는 이유다. 검찰 출신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공수처는 새로운 권력기관으로 등장해 악용될 위험성이 크다'며 공수처 설치를 반대했다. 공수처장 임명권에 국회 등이 관여할 수 있게 만들어서 중립성을 제고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한 현직 법조인은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수처는 참 좋은 아이디어지만 실제 설치되고 나면 정부든 의회든 정치권력이 어떻게든 장악하려고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토로했다.

현실성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검찰 출신인 무소속 김경진 의원은 '검찰조차 그 강력한 힘을 가지고도 수사가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공수처의 힘으로 현실적인 검찰 견제, 사법개혁이 가능한가 논의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감안하면 공수처 설치가 곧 검찰개혁이 될 수 있는지 물음표가 생긴다. 공수처를 설치하는 순간 검찰개혁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오히려 검찰개혁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견해마저 있다.

다만, 공수처가 검찰개혁으로 가기 위한 거푸집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존재한다. 공수처 설치를 지지하는 검찰 출신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본지 인터뷰에서 "검찰개혁이 성공해 검·경이 제대로 기능해주면 공수처는 사라져도 된다. 영구적 기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검찰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고 있어서 견제도 어렵고 권력의 칼이 될 소지가 높으니, 검찰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일부 내려놓겠다는 것이 요지다.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민주당 금태섭 의원의 경우, "검찰이 경찰처럼 전면적인 수사에 나서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검찰에서 수사권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면 바로 개혁이 이루진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이 가지고 있던 권한이 경찰 쪽으로 이양 되는 것에 대한 우려 및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몇몇 사건으로 최근 경찰에 대한 신뢰도도 상당 부분 흔들린 데다, 자치경찰제 등을 중심으로 논란이 이는 중이다. 무소속 김경진 의원은 "경찰도 오류가능성이 있는데 검찰이 '크로스체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강화돼야지 약해지는 방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정치검찰'이라는 꼬리표는 검찰개혁의 오랜 과제였다. 야권 정계의 한 핵심당직자는 10일 기자와 만나 "검찰이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검찰개혁의 90%는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왜 검찰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이유는 인사와 예산으로 요약된다. 검찰총장 임명권을 비롯해, 청와대와 법무부가 사실상 검찰 인사권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도 마찬가지다. 검찰의 예산은 법무부에 편성된다. 무소속 박지원 의원은 지난 2008년 "예산권과 인사권을 검찰에 주면 국민에게 책임지는 모습으로 더 정치적 중립을 강화할 것"이고 발언했다.

현실은 만만치 않다. 지난달 1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에서는 검찰 예산권을 법무부에서 독립, 검찰로 이양하는 논의가 있었다.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은 "국민들이 법무부로부터 검찰독립을 원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나 결국 국회와의 유착 우려 등으로 보류되며 사실상 무산됐다.

검찰의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은 난이도가 높은 과제임엔 확실하지만, 검찰개혁에 가장 근접한 길일 수 있다. 성공 시 앞서 언급한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문제가 사실 일거에 해소될 수도 있다. 현재 권력도 수사할 수 있는 수준의 사정기관을 구태여 공수처를 설치해가며 견제할 까닭이 없다. 그 자체가 권력 견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보다 강력한 권한을 줄 때 성역이 사라질 확률이 높아진다. 구태여 스스로 힘을 뺄 필요가 없다. 자연히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필요성도 줄어든다. 2017년 OECD 국가들 기준으로, 35개국 중 29개국의 검찰이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 중 검찰개혁이 사회의 주요 어젠더인 나라는 우리 뿐이다.

검찰개혁은 어디까지 왔나

윤석열 검찰총장은 현재 검찰의 '자체 개혁'을 시행중인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 주문 다음날인 지난 윤 총장은 1일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특별수사부를 폐지키로 했다. 과거 2012년 중수부 폐지 추진 당시, 항명까지 불사하며 반대했던 윤 총장으로서는 파격적인 행보다. '검 중의 검'이라는 특수부 폐지는 검찰 자체적으로 일부 권한을 내려놓겠다는 의미다.

조국 법무부장관은 지난 8일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특수부의 이름을 바꾸고 검찰의 직접 수사를 줄이는 방안을 발표했고, 이틀 뒤인 10일 윤 총장은 직접수사 범위 축소와 전문 공보관 도입을 발표했다. 부패, 경제, 선거 등 중대 사안에 직접수사 역량을 집중시킨다는 방안이다. 

서로 개혁안을 따로 내놓던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12일 처음으로 고위실무자들이 한데 모였다. 이날 3곳의 검찰청에만 특수부를 남기고 나머지에서는 폐지하는 데 합의했다. 조 장관이 윤 총장의 자체개혁안을 일단 수용한 셈이다.

지금까지의 두 사람의 행보만으로 검찰개혁의 성패를 장담하긴 어렵다. 지금까진 전초전 격으로, 주로 '검경수사권 조정'과 유사한 자체적 힘 빼기에 집중돼 있는 까닭이다. 

다만, 윤 총장은 살아있는 권력인 조 장관 수사만으로도, 앞서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에 한 발 다가간 것처럼 보인다. 또한 조 장관이 13일 예정된 고위당정청협의회를 거친 뒤 어떤 새로운 방안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여당인 민주당은 윤 총장의 개혁안보다도 더욱 과감한 ‘힘 빼기’를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영논리를 잠시 내려놓고, 검찰개혁의 목표와 본질에 집중해보자. 최우선 과제이자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쥐를 잡는 데는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상관없듯이, 진영논리가 아닌 진짜 검찰개혁을 해낼 수 있는 쪽을 응원해야 하지 않을까.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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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자 2019-10-14 09:04:46
현정부 아래이니까, 살아있는 권력에, 한발짝 들여놓은 것 아닐까요?
검찰이 어떤 쪽에 치우쳐 있는지를 생각하면(정치검찰~) 공수처 없이 검찰개혁이 실현될까 의문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