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文 대통령은 왜 그랬을까
스크롤 이동 상태바
[시사텔링] 文 대통령은 왜 그랬을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10.14 17:2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이 14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뉴시스
조국 법무부장관이 14일 결국 사퇴 의사를 밝혔다. ⓒ뉴시스

조국 법무부장관이 결국 사퇴했습니다. 조 장관은 14일 입장문을 통해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개혁을 위해 마지막 제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 그러나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한다”며 취임 35일 만에 법무부장관직을 내려놨습니다.

그런데 조 장관이 지명되고 사퇴하기까지의 두 달여 동안, 사람들은 한 가지 궁금증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입니다. 8월 9일 지명 직후부터 쏟아진 의혹들은 잘하든 못하든 임기 내내 조 장관을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고, 정부여당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뻔했습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지지율 폭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보수 진영에서는 갖가지 ‘음모론’이 터져 나오고, 일반 국민들도 ‘문 대통령은 왜 조 장관을 임명할 수밖에 없었을까’라는 문제의 답을 찾고 있죠.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왜 조 장관을 임명해야 했을까요. 정확한 이유를 아는 사람은 문 대통령밖에 없겠지만, 여의도에서는 몇 가지 시나리오가 떠돌았습니다. 첫 번째는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을 검찰 개혁의 적임자로 보고 있었다는 겁니다.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깨달았고, 때문에 다소간의 흠결이 있더라도 최전선에서 검찰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조 장관을 끝까지 밀어주기로 결심했다는 거죠.

다만 이 시나리오에는 빈틈이 있습니다. 개혁이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까닭입니다. 한 명의 장관 임명으로 개혁이 이뤄진다면, 역으로 장관 한 명만 바꿔 개혁을 무위로 돌릴 수도 있을 겁니다. 즉, 문 대통령이 영속적(永續的) 개혁을 원했다면 조 장관을 임명하는 대신 지지율을 유지하면서 총선 승리를 노리고, 의회를 통한 개혁 입법을 바라보는 쪽이 더 합리적이었을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두 번째 시나리오가 좀 더 높은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란, 조 장관 임명이 ‘차기 대권주자 만들기’의 일환이라는 주장입니다. 통념과 달리, 현재 범(凡)진보 진영에는 차기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습니다. 민주당의 대선 승리 전략이었던 ‘영남 출신 민주당 후보’에 들어맞는 인물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영남 출신 후보를 내세워 호남의 압도적 지지 + 영남 표 일부 잠식이라는 전략으로 정권을 잡아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위에 올라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는 호남 출신이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저마다의 이유로 내상(內傷)을 입어 대권을 바라볼 만한 입장이 아닙니다.

비문(非文)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의원은 당내에서조차 그리 선호되는 인물이 아닐 공산이 큽니다. 이렇게 보면, 문재인 정부 임기가 반환점을 돌고 있는 현 시점에서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당내 주류의 지지를 받는 영남 출신의 후보를 발굴해 차기 대권 주자로 키워내는 겁니다.

이 대목에서 ‘조국’이라는 이름이 등장합니다. 부산 출신에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엘리트 코스를 밟은 조 장관은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영남 유권자들에게도 얼마든지 어필할 수 있는 재목입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에서 민정수석과 법무부장관을 지내면서 ‘친문(親文) 적자’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정치 이력도 갖췄습니다. 호남의 지지를 토대로 영남 출신 친문 후보라는 특성까지 더해지면, 민주당에서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파괴력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죠.

실제로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9월 23일부터 27일까지 실시해 10월 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조 장관은 13.0%의 지지를 얻어 이낙연 국무총리(20.2%)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19.9%)에 이은 3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몇몇 정치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퇴 직후 여의도에서는 ‘조국 총선 차출론’이 흘러나오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과연 ‘법무부장관 조국’은 정부여당에게, 또 조 장관 본인에게 좋은 선택이었을까요 나쁜 선택이었을까요.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경자 2019-10-14 22:14:35
처음 조국이 공격을 받을 때부터 가져온 의문이었지요.
왜 조국이 아니면 안되는 걸까?
불쏘시개 역할이 되기를 바랄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