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논란, 퇴장까지 실망스럽다
조국 논란, 퇴장까지 실망스럽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10.15 18: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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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신념의 정치’와 ‘지지율의 정치’ 사이에서 오락가락한 정부여당…책임 피할 수 없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이 결국 14일 사퇴했다. ⓒ시사오늘 김유종
조국 법무부장관이 결국 사퇴했다. ⓒ시사오늘 김유종

지난 두 달여 동안 여의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안줏거리는 ‘조국’이었다.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에 찬성하는 사람조차도 ‘문재인 대통령은 왜 정치적 부담을 짊어지면서까지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에는 쉽사리 답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 ‘미스테리’에 대해 한마디씩 보태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백이면 백 저마다 다른 시각 속에서도, 주류를 이루는 시나리오는 있었다. 참여정부 시절 검찰의 ‘파워’을 체감한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 적임자로 강단 있는 조 장관을 점찍었다는 것.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강력한 신념이 필요하므로, ‘조국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맡기기 위해 다소간 흠결은 눈을 감아 주기로 했다는 주장이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여론을 거슬러가면서까지 조 장관 임명을 밀어붙인 이유도 설명이 가능했다.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고, 그 과정에 조 장관의 능력이 필요하다면 반대 여론은 ‘성장통’ 쯤으로 여길 수도 있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조 장관이 14일 사퇴하면서, 이 기대는 산산조각이 됐다.

법무부장관으로 일한 35일 동안, 조 장관이 한 일은 두 차례 검찰개혁안을 발표한 것뿐이었다. 조 장관이 발표한 개혁안의 골자는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특수부 축소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안 제정 정도. 문제는 그 가운데 ‘조국만이 할 수 있는’ 일로 평가받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점이다.

알려진 대로,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은 조 장관 임명 전부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검찰 특수부 축소와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안 제정은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 때부터 추진돼 왔던 사항이다. 다시 말해, 조 장관이 35일 동안 발표한 개혁안 대부분은 ‘재탕’ 수준에 불과했다.

만약 조 장관이 하고자 했던 검찰개혁 내용이 이 정도 수준이었다면, ‘조국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는 논리는 기각된다. 그렇다면 50%가 넘는 국민들의 반대 속에서도 조 장관 임명을 밀어붙였던 정부여당은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겨우 이 정도 개혁안을 내놓기 위해 다수 여론을 외면한 것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반대 여론이 문제였다면, 정부여당은 임무가 끝날 때까지 조 장관을 지켜주는 것이 옳았다. 50%가 넘는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장관 자리에 앉혔다면, 정부여당에게는 최소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음을 보여주도록 할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지지율이 떨어지자, 정부여당은 조 장관을 중도에서 물러나게 하는 쪽을 택했다.

정부여당이 여론의 눈치를 봤다면, 애초에 조 장관 임명은 하지 않아야 했다. 조 장관 임명이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면, 여론의 향배와 무관하게 끝까지 밀어붙여야 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무리한 임명을 강행해놓고 지지율이 떨어지자 중도 사퇴를 시킨 뒤, ‘기득권 세력’과 ‘언론’에 책임을 물었다.

각종 의혹에 휩싸이면서 임명되더라도 ‘식물 장관’ 신세를 피하기 어려웠던 조 장관을 자리에 앉힌 것부터가 ‘잘못 끼워진 첫 단추’였다. 그럼에도 임명을 강행했다면, 어떻게든 성과물을 내놓도록 도와야 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신념의 정치’와 ‘지지율의 정치’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가 얻은 것 없이 국민만 분열시키는 결과만 받아들었다. 퇴장하는 조 장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는 이유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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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자 2019-10-16 13:46:02
문재인보다 아베를 더 좋아하는, 보수라고 하는 사람들의 악의적인 훼방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나마 노력을 다하였다고 생각합니다. 탓만하지 말고 대안을 제시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