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공학적으로 본 ‘서초동 집회’ 중단한 이유는?
정치공학적으로 본 ‘서초동 집회’ 중단한 이유는?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10.15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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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 없고 동력 상실…서초동 집회 결국 중단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14일 사의를 표명한 뒤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를 나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시스
14일 사의를 표명한 뒤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를 나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시스

조국 지키기는 실패했다. 조국 법무부장관이 14일 사퇴했다. '조국 수호'를 외치던 서초동 집회 중단 이틀 뒤의 일이다. 왜 서초동집회는 중단됐고, 조 장관은 버티기를 그만뒀을까. <시사오늘>이 서초동 집회 중단과 조 장관 사퇴를 정치공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봤다.

정치적 실리가 없어졌다

서초동 집회는 더 이상 정치적인 실리를 얻기 어려워졌다. 서초동에서 대거 모이며 조 전 장관 지지세력을 가시화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상대적으로 조국 퇴진을 외치는 광화문 집회에도 장작을 넣는 모양새가 됐다. 서로 집회 참가자 수를 겨루는 양상이 되면서 조국 퇴진 목소리는 점점 커지다 급기야 '반 조국 연대'를 고리 한 야권통합 움직임마저 포착됐다. 여권의 기대처럼 서초동 집회가 상황을 반전시켜주지 못하고, 오히려 상대진영에 구심점이 될 만한 명분을 만들어 준 셈이다.

게다가 총선을 약 반 년 가량 앞둔 상황에서, 다음 선거의 열쇠라고 할 수 있는 중도층이 '조국 수호'에 대해 등을 돌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7~8일 1502명을 조사해 10일 발표한 주중집계 결과, 중도층 지지동에서 더불어 민주당은 35.2%에서 30.9%로 4.3%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한국당은 0.4% 정도 하락했지만 32.2%를 기록, 문재인 정부 집권 후 처음으로 중도층에서의 지지율 역전이 일어났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15일 기자와 만나 "조국 정국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정치적으로 정부는 물론, 민주당에 상처가 늘어갈 수밖에 없었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민생이슈로 넘어갔어야 했는데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또한 점점 얇아진 여권의 '대권주자 풀' 에도 조 전 장관의 등장은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전 장관이 너무 오랫동안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다 보니 이낙연·김부겸·이재명·박원순 등 다른 주자들의 존재감도 옅어졌다. 여권 정계의 한 관계자는 "얼마 저 여론조사에서 조 전 장관이 3위로 급부상한 것은 그만큼 현 여권의 대권주자군이 얇고 취약하다는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본선에 나설 가능성도 적은데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하며 다른 주자들의 존재감마저 흐렸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그간 여론조사에서 의미있는 수치를 기록하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조 전 장관을 옹호하다가 여러 구설에 오르며 상처를 입었다.

결국 총선, 나아가서는 대선까지도 정치적인 손해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은, 여권으로 하여금 더 이상 '조국 수호'를 외치기도, 조 전 장관이 자리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배경이 됐다.

동력을 상실했다

서초동 집회의 구호는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 이었다. 문제는 두 메시지 사이의 연결고리였다. 조 전 장관 임명이 태풍을 몰고 온 이후, 여전히 정부여당을 지지하는 이들 중에서도 '조국이 아닌 다른 사람은 검찰개혁이 불가능한가'라는 의문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자연히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의 연결고리는 약해졌고, 메시지는 사실상 둘로 나뉘었다. 지난 5일 서초동 집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검찰개혁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조 장관은)내가 지지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그가 적임자라고 하니 일단 지지하는 것이다. 대안이 있으면 그를 지지한다"고 전했다. 결국 더 주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는 '검찰 개혁'은 남지만, '조국 수호'는 흩어지는 모양새가 됐다.

메시지 분열은 곧 동력의 상실로 이어졌다. 동력을 끝까지 잃지 않고 결국 결과를 낸 대표적 사례였던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는 달랐다. 당시 구호였던 '최순실 구속'과 '박근혜 하야'는 사실상 하나의 메시지였다.

동력을 잃으면 자금도 부족해진다. 〈한국일보〉의 14일 보도 등에 따르면, 장외 집회 한 번에 드는 비용은 최소 5000만 원 정도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촛불집회 집행부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지난 2018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집회는 현실적으로는 돈이 드는 일이다. 명분이 확실해야 지속가능하다"면서 "당시엔 전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후원이 쏟아졌다"고 회고한 바 있다.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다. 응답률은 4.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리얼미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금융팀/국회 정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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