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설치가 검찰개혁이라는 프레임의 허상
공수처 설치가 검찰개혁이라는 프레임의 허상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9.10.16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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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공수처 반대 이유 넷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공수처 설치가 검찰개혁이라는 프레임은 허상에 불과하다.

간과될 뻔한 점 하나. 사법개혁은 왜 검찰개혁이 됐느냐이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정국 때만해도 사법개혁이란 말이 강조됐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교묘하게도 ‘조국 정국’을 맞으면서 ‘사법개혁’은 ‘검찰개혁’이라는 용어로 바뀌어버렸다. 왜 그럴까. 이유는 하나다. 단적으로 ‘조국수호=검찰개혁’이라는 구호가 말해주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수사하자, 개혁 대상은 사법이 아닌 검찰로 좁혀져버린 것이다. 법무부 등을 모두 아우르는 넓은 개념 대신 조 전 장관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만을 타깃으로 겨누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서초동 촛불집회를 통해 구호로써 누차 반복되고 있다. 도대체 왜 조국수호가 검찰개혁이 돼야 하는지 어폐 가득한 조합 앞에 의아해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되풀이한 효과 때문인지 이미 하나의 프레임으로 대중에 각인되고 있는 모양새다.

간과될 뻔한 점 둘.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추진되는 ‘공수처’(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가 ‘검찰개혁’의 프레임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성격이 같을 수 없지만,  과거 박정희 유신 정권, 전두환 군사정권 등 독재시대에 있던 기관을 상기해본다. 그때 검찰을 통제하며 최고 권력자 다음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기관이 중앙정보부나 국가안전기획부 등이었다. 상급기관이던 이들 기관은 검찰을 입맛대로 부리며, 반정부의 재야인사, 야당 정치인 등을 사찰‧감시하고 잡아가두는 데 활용했다. 정적 제거용으로 적극 이용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한가. 위로 갈수록 상위 포식자가 독식하는 피라미드 권력 구조의 독재 체제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전체주의 틀에서는 삼권분립이 이뤄질 수가 없다. 행정부와 사법부 입법부가 서로의 꼬리를 물며 견제하는 수평적 세 개의 원 모양 형태를 띨 수가 없다. 다행히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검찰을 통제하는 기관의 역할이 해체됐고, 그나마 삼권분립이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해왔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다시금 검찰의 상급기관처럼 인식되는 특별 국가기관을 만든다고 한다. 그것이 공수처다. 탄자니아 등을 제외하면 세계 어디든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특별권력기관은 찾기 어렵다는 게 학자들 얘기다. 선진국 역시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특별기관을 설치하고 있지 않고 있다. 굳이 비슷한 것을 찾는다면 중화권 국가의 공안이나, 북한의 보위부 같은 기관을 꼽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기존의 검찰 권력 오남용이 문제라면서 그보다 더 큰 권력을 쥐게 될 공수처가 만들어진다면 그 기관은 누가 견제할 수 있을까.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와 상충되는 등 헌법에서조차 존립 근거를 찾기 어려운 공수처를 패트스트랙하면서까지 무리하게 만들려는 이유 또한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간과될 뻔한 점 셋. 앙꼬 없는 찐빵과도 같은 반쪽자리 공수처로는 사법개혁도 검찰개혁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반대로 최고 권력을 위한 정적제거용의 수단으로 변질되기 십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상정된 공수처 합의안을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검찰의 중립성 확보라는 애초의 목표는 깡그리 배제되고 있다. 오히려 살아있는 권력에 장악될 가능성이 농후한 합의안 내용인 것이다. 왜냐면 공수처장과 차장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기 위해 만든다는 공수처라면서 정작 대통령 친인척과 국회의원에 대한 기소는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중요한 알맹이는 빠진 채 그들을 견제하는 역할의 주인공들을(검찰, 판사, 경찰 등)만 기소할 수 있는 야릇한 내용을 담은 것이 바로 공수처다. 이게 말해주는 것은 하나다. 권력의 주구로 만들기 위한 검찰을 길들여 수족처럼 부리려는 것이 주목적이라는 예측이다.

간과될 뻔한 점 넷. 검찰 개혁한다면서 왜 중요한 정부안은 보이지 않을까. 국회사무처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패스트트랙으로 올라와있는 법안은 단 두 개밖에 없다. 기존에 알려진 대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안과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안이다. 그러나 보통은 정부의 입법안이 만들어진 뒤 공청회 등을 거쳐 사회적 대합의를 모아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엔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 같은 여론수렴의 과정이 통째로 생략된 채 초선 의원들이 내놓은 두 개의 안만 달랑 있을 뿐이다. 또 패스트트랙 상정을 이유로 주먹구구식 통과에만 급급한 형국이다. 하다못해 검찰 개혁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조 전 장관 역시 본인이 진짜 해야 할 공수처 법안은 따로 마련해 발표하지 않고 사퇴했다. 중차대한 입법을 다루는 데 있어 정부안조차 결여된 상황.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일련의 문제인식에 대해 박인환 전 건국대 법학과 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15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중국 공안제도와 비슷한 공수처를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 추진하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며 “피라미드 형태의 공수처 설치는 더 공고한 정치검찰을 심화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할 뿐”이라고 말했다.

과연 묻고 싶다. 누구를 위한 공수처인가. 하지만 답은 이미 나온 듯하다. 요즘의 상황을 보면 공수처 반대를 하는 것이야말로 사법개혁, 검찰개혁에 가까운 것 아닐까.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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