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제100회 전국체전에서 전북체고를 응원하다
[칼럼] 제100회 전국체전에서 전북체고를 응원하다
  • 최기영 피알비즈 본부장
  • 승인 2019.10.16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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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영의 山戰酒戰〉 조카에게 보내는 선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최기영 피알비즈 본부장)

전북 남자 고등부 단체전 대표로 출전한 조카 허태경 선수의 경기 장면이다. 아쉽게 이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 최기영
전북 남자 고등부 단체전 대표로 출전한 조카 허태경 선수의 경기 장면이다. 아쉽게 이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 최기영

내게는 남원에 사는 여동생이 하나 있다. 어릴 적에는 참 싸우기도 많이 하며 자랐는데 그 시절도 잠시, 동생도 어느덧 40대의 중년 아줌마가 되었다. 1남 1녀를 두고 번듯하게 자리 잡고 열심히 잘 사는 모습이 그저 대견하다. 

애들 커 가는 것을 보면 늙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어른들이 늘 말씀하시곤 했는데 요즘은 내가 그 말을 실감한다. 큰 조카는 고3이 돼 곧 대학 입시를 치러야 한다. 남자아이인 작은 조카는 내 딸아이와 동갑내기다.

작은 조카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테니스를 시작했다. 다니던 학교 선생님이 조카에게 라켓도 주고, 체육복도 주고, 특히 먹을 간식도 많이 준다며 테니스를 하자고 했다. 그렇게 꼬임에 넘어간 조카는 그때부터 생고생을 사서 하게 됐다. 

한번은 남원 동생네에 갔더니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던 새벽, 아직 잠이 덜 깬 눈을 비벼가며 운동하러 간다고 조카가 내게 인사를 하는 것이다. 나는 짠한 마음에 "너 지금부터 그렇게 열심히 하면 서울대도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힘들면 때려치우고 공부를 해보지 그래?"라고 했더니 "아니에요, 전 공부보다 테니스가 더 좋아요"라며 씩 웃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심성 착한 개구쟁이였던 조카는 자라면서 말썽 한번 없이 그렇게 순하게 운동만 알고 학교생활을 하더니 올해 체육 엘리트 유망주들이 다니는 전북체고에 입학했다. 

체고에 입학하자 훈련의 강도는 그 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기숙사 생활을 하며 매일같이 10시간 이상을 훈련하고 주말이면 전국을 누비며 시합을 뛰느라 얼굴 보기가 힘들다며 동생은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지난 4일부터 '제100회 전국체전'이 서울에서 열렸다. 고등부 테니스 경기 일정을 확인하고 나는 지난 8일 장충동에 있는 장충장호테니스장으로 갔다. 이날은 남자 고등부 단체전 전라북도 대표로 출전하고 있는 전북체고가 8강전 경기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조카도 이날 단체전 경기에 출전했다.

도착하자 조카는 단체전 첫 경기인 개인전 경기를 시작했다. 경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빙이었다. 조카는 1세트에서 3 대 2로 앞서다가 4 대 3으로 역전을 당했고, 5 대 5를 만들어 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듀스까지 가는 접전 끝에 7 대 5로 1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1세트 막판에 결정적인 발리 찬스에서 실수하는 바람에 공이 라인 밖으로 떨어져 버린 것이 정말 뼈아팠다. 접전 끝에 그렇게 1세트를 내준 조카는 2세트 초반에 승세를 잡는 듯하더니 또다시 역전을 허용하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보는 내가 너무도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전북 남자 고등부 단체전 대표로 출전한 조카 허태경 선수의 경기 장면이다. 아쉽게 이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 최기영
전북 남자 고등부 단체전 대표로 출전한 조카 허태경 선수의 경기 장면이다. 아쉽게 이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 최기영

조카는 경기가 끝난 후 자신의 짐을 챙겨 터덜터덜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새카맣게 그을린 조카의 얼굴에는 아직도 땀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관중석에서 내려가 잘했다며 조카를 끌어안았다. 그런데 경기장을 걸어 나오는 조카의 심정이 안쓰러웠던 건지 나는 괜스레 눈물이 나오려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전북체고는 그 이후의 경기에서 복식과 단식을 내리 이기며 상대를 누르고 4강에 진출했다. 동메달을 확보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남원에 있는 동생은 경기가 어떻게 되고 있냐고 묻는 메시지를 내게 수시로 보냈다. 스코어를 알려줄 때마다 동생의 피는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나도 살이 떨려 못 보겠다고 했더니 동생은 그래서 아들의 경기를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예전에 한번 보고는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그 뒤로는 다시는 경기장을 가지 않는다고 했다. 추우나 더우나 매일같이 이어지는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며 손이 갈라지는 고통을 견디어내고 있는 아들의 땀과 노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 날은 전북체고의 4강전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나도 아침 일찍 경기장에 나가 열심히 응원했지만, 전북체고는 아쉽게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게 동메달을 확정했다. 경기 중에는 웃음기 하나 없이 집중하며 파이팅을 외치며 라켓을 휘두르던 전북체고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자 금세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여느 고등학교 남자아이들과 다름없는 철부지들로 돌아왔다. 전북체고는 이번 대회에서 남자고등부 단체전 동메달과 함께 개인전에서도 은메달을 따냈다. 1년 내내 아이들이 흘린 땀방울은 은메달과 동메달이 돼 그들 가슴에 그렇게 매달려 있었다. 

제100회 전국체전에서 고등부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한 전북체고 남자 테니스 선수들의 모습. 그리고 아직도 개구쟁이 같은 웃음은 변함이 없는데 운동으로 다져지고 검게 그을은 모습이 의젓한 허태경 선수 ⓒ 최기영
제100회 전국체전에서 고등부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한 전북체고 남자 테니스 선수들의 모습. 그리고 아직도 개구쟁이 같은 웃음은 변함이 없는데 운동으로 다져지고 검게 그을은 모습이 의젓한 허태경 선수 ⓒ 최기영

전북체고는 우승 후보로 평가받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죽을힘을 다해 최선을 다했고 결국 그렇게 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아이들 모두의 꿈인 우리나라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기 위해 그들은 다시 뜨거운 담금질을 견디어내야 한다. 

나는 이날 찍은 전북체고 선수들과 조카의 사진을 가족 대화방에 올렸다. 마음을 졸이며 손자와 아들의 소식을 기다리던 가족들은 안도와 기쁨으로 진심 어린 축하를 전했다. 전국체전은 올 한해 이들에게는 결실과도 같은 막바지 전국대회다. 다시 전주로 향한 그들은 지금부터 그리고 다가오는 겨울 더욱더 가혹하고 피나는 훈련이 이어지며 내년을 준비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모든 선수가 몸 다치지 않고 그 모든 과정을 이겨내기를 바랄 뿐이다. 

조카와 전북체고 테니스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축하와 함께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최기영은…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前 우림건설·경동나비엔 홍보팀장

現 피알비즈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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