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식의 正論직구] 끊이지 않는 건설현장 ‘사망사고’
[김웅식의 正論직구] 끊이지 않는 건설현장 ‘사망사고’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10.17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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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적은 공사비인데도 최대한의 이윤을 남기려는 시공사는 공사기간을 단축하거나 하도급 업체에 지불하는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선 야간이나 주말 작업이 불가피한데, 이로 인한 피로 누적과 현장관리 미비는 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인터넷커뮤니티
적은 공사비인데도 최대한의 이윤을 남기려는 시공사는 공사기간을 단축하거나 하도급 업체에 지불하는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선 야간이나 주말 작업이 불가피한데, 이로 인한 피로 누적과 현장관리 미비는 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인터넷커뮤니티

과거 급속한 경제성장을 거치면서 외견상 문제만 신경 쓰고 보이지 않는 곳은 대충 마무리하는 일이 많았다. 특히 건축 토목 분야에서 이런 일은 흔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아파트와 다리, 백화점이 무너지는 암울한 추억을 갖고 있다. 

부실공사로 인해 치러야 하는 희생과 사회적 비용은 크다. 1994년 부실이 원인이 돼 무너진 성수대교를 통해 우리는 이를 잘 알고 있다. 온전한 구조물을 만들려면 제값을 들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제값 들이지 않고 고품질의 시설물을 기대하는 것은 과욕이다.

건설사 사전에 ‘밑지는 장사’란 없다고 보면 맞을 듯하다. 치열한 경쟁 끝에 공사를 수주한 시공사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더 이익을 남기려고 할 것이다. 어떻게 하든 수지타산을 맞추려고 애를 쓸 것이다. 그러자면 공사기간을 단축하거나 싼 자재나 인력을 사용해 비용을 아낄 수밖에 없다. 저비용은 부실공사와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위 건설사 중 8월 한 달 간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한 회사의 명단을 공개했는데, 서희건설 건설현장에서 가장 많은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계룡건설산업, 한라, 중흥건설, 진흥기업, 고려개발, 극동건설, 파인건설, 현대건설 현장에서도 사고사망자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 ‘건설업 재해 현황’에 따르면, 건설현장 추락 재해자는 2014년 7908명에서  2018년에는 9191명으로 16.2% 증가했다. 특히 2018년 추락 사망자 수는 2014년 256명에서 13.3% 증가한 290명에 달했다. 

저가 공사비 관행이 건설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적은 공사비인데도 최대한의 이윤을 남기려는 시공사는 공사기간을 단축하거나 하도급 업체에 지불하는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선 야간이나 주말 작업이 불가피한데, 이로 인한 피로 누적과 현장관리 미비는 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예산절감이라는 명분으로 행해지는 공사비 후려치기가 우리의 생명을 위협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닌 것이다.  

공공공사의 경우 예산 대비 후려쳐진 발주금액에다 시공사는 수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공사비를 줄여 입찰에 나선다. 결국 공사비는 깎이고 또 깎이게 된다. 이 때문인지 공사를 수주한 시공사는 기쁨도 잠시 저가공사를 할 생각에 수주 첫날부터 속앓이를 한다고 한다. 

현재 건설업계에서는 안전사고 문제와 관련해 적정 공사비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건설사는 최소한 적정 공사비를 받아야 안전사고를 크게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에 시민단체 등은 공사비 인상보다 기형적인 하청구조를 개선해야 안전사고는 물론 건설업 폐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건설업은 업의 특성상 외부에서 위험한 공종의 작업이 많이 이뤄진다. 그러기에 한 순간이라도 방심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안전사고는 어렵고 힘든 건설현장에서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안전사고가 일어나는 원인은 다양하다. 안전사고를 부르는 0.1%의 실수마저 없애는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법적인 보완은 안전사고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원청의 안전책임 강화’를 골자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공포됐다. 이 개정안은 사업주와 도급인에 대한 처벌수준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대통령은 몇 달 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공공기관의 작업장 안전관리 개선방안을 보고받은 뒤 “사고가 발생하면 사장을 비롯해 경영진도 문책해야 한다”며 “사장이나 임원진이 자기 일처럼 자기 자식 돌보듯 직원을 돌보도록 만들어야 하며, 그것을 못하면 전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경고했다. 경영진 문책은 비단 공공기관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어야 할 것이다.  

중대재해 발생 때 발주처나 시공사 관계자를 엄벌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은 아닐 것이다. 안전사고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미비한 제도 보완과 철저한 안전점검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해 일군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제로’라는 성과를 다른 공종의 현장에서도 이루기를 기대해 본다. 

담당업무 : 산업부 소속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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