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부스터’ 단 기아차 쏘울, ‘신차 효과’ 실종에 난감…소형 SUV 변신이 禍 불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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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부스터’ 단 기아차 쏘울, ‘신차 효과’ 실종에 난감…소형 SUV 변신이 禍 불렀나?
  • 장대한 기자
  • 승인 2019.10.17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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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3세대 모델 투입에도 6개월 연속 판매 내리막길…지난달엔 170대 출고로 위기감 고조
소형 SUV 포지셔닝 나섰지만 동급 모델 셀토스·베뉴 등쌀에 ‘울상’…높은 가격대도 발목잡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지난 1월 출시된 신형 쏘울 부스터의 모습. ⓒ 기아자동차
지난 1월 출시된 신형 쏘울 부스터의 모습. ⓒ 기아자동차

기아차 쏘울 부스터가 내수시장에서 위태로운 처지에 놓였다. 지난 1월 3세대 모델 출시로 반등을 꾀했지만 반짝 성적을 거둔 이후로는 판매량이 다시 예년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패인으로는 동급 모델들 대비 다소 높은 가격 책정과 소형 SUV로의 무리한 포지셔닝이 지목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신형 쏘울의 판매량은 지난 3월 1166대로 정점을 찍은 이래 지난 9월까지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7월에는 500대 판매선마저 무너졌으며, 8월과 9월에는 각각 175대, 176대의 저조한 실적을 내기까지 했다.

이같은 판매 부진은 신차효과가 출시 반년 만에 사그라들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위기감을 불러일으킨다. 지난해 구형 모델의 월 평균 판매량이 200대였음을 감안하면 최근 두달새 거둔 판매량은 오히려 이보다 더 낮은 수치로, 쏘울을 향한 시장의 냉랭한 반응을 드러낸다.

물론 쏘울은 상품성 자체로는 동급 소형 모델들과 견줘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1.6 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 출력 204마력의 강력한 동력성능을 발휘할 뿐 만 아니라 다양한 첨단 안전사양과 10.25인치 HD급와이드디스플레이, 컴바이너타입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을 적용해 편의성 측면에서도 진일보했기 때문이다. 출시 당시 사전계약 대수도 7영업일 간 4000여 대를 기록하면서 큰 관심을 불러모은 바 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1회 충전 시 386km에 이르는 최장 주행거리를 확보한 쏘울 EV 모델을 추가 출시, 올해 실적 전망을 더욱 밝히기도 했다. 친환경차 시장까지 저변을 넓힌 쏘울은 EV 모델 역시 3600여 대의 사전 계약을 이루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러한 호재가 판매 실적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올해 9월 누적 기준 판매량은 4945대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넘는 실적을 냈지만, 당초 올해 목표치인 2만 대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서다. 결과적으로 쏘울은 미미한 신차 효과와 함께 하반기 들어서는 판매 급감이 뚜렷해지며 그 존재감이 더욱 옅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쏘울의 패인을 두고서 기아차의 마케팅 전략을 지적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기아차가 쏘울이 기존에 갖고 있던 박스카, CUV(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의 성격을 지우고 소형 SUV 모델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등 시장 트렌드에만 발맞추기 급급했다는 이유다.

특히 소형 SUV로의 포지셔닝 전략은 기존 현대기아차가 보유하고 있던 동급 모델 코나와 스토닉과의 판매 간섭까지 야기했다는 평가다. 소형 SUV 시장 내 브랜드 점유율 증가라는 장점도 있었지만, 오히려 각 모델들간의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김으로써 정체성이 뚜렷하지 못했던 쏘울의 경쟁력만 약화됐다는 것이다.

더욱이 하반기 들어서는 셀토스와 베뉴까지 해당 시장에 가세, 쏘울의 입지 약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쏘울의 판매량이 급감한 지난 8~9월 사이 셀토스와 베뉴는 소형 SUV 시장에서 각각 월 6100대, 3700대에 이르는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며 신차효과를 십분 누리고 있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현대기아차가 동급 시장에서 중첩되는 모델들을 연이어 선보이며 소위 '대박'을 치다보니, 쏘울을 구매하려 했던 고객들이 셀토스나 베뉴 등 신차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결국 소형 SUV로 마케팅 방향을 잘못 잡았다가 오히려 쏘울만의 유니크한 개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무덤을 팠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쏘울은 가격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지니기 힘들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엔트리 트림 기준으로 1900만 원 부터 시작하는 쏘울의 판매가는 합리적 소비와 첫차 구매 등으로 대변되는 엔트리카 시장 수요를 흡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1600만 원대의 가격으로 가성비를 강조한 스토닉과의 비교는 불가할 뿐 더러, 사실상 시장 내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셀토스와도 그 격차가 없다는 지적이다.

김필수 교수는 "소형 모델이지만 가격대는은 높아 실용성을 강조하는 것도 무리인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의 뇌리 속에도 이미 쏘울이 애매한 차급과 다소 높은 가격이 각인된 상황이라 올해 남은 기간 판매 반등을 노리기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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