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조식의 사직 상소와 이철희 총선 불출마
[역사로 보는 정치] 조식의 사직 상소와 이철희 총선 불출마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9.10.1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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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의원의 자기희생, 대한민국 정치 개혁에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조식 선생의 경고는 무능한 군주 선조에 의해 무시됐지만, 이철희 의원의 자기희생은 대한민국 정치 개혁에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사진(좌) 조식 선생의 정신이 깃든 산천재 사진(우)이철희 국회의원 사진제공=뉴시스
조식 선생의 경고는 무능한 군주 선조에 의해 무시됐지만, 이철희 의원의 자기희생은 대한민국 정치 개혁에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사진(좌) 조식 선생의 정신이 깃든 산천재 사진(우)이철희 국회의원 사진제공=뉴시스

남명(南冥) 조식은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원칙주의 정치가다. 조식은 절제의 화신이며, 불의와의 타협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지조 높은 선비다. 특히 연산군 이래 조선의 정치권에 피바람을 몰아쳤던 4대 사화의 후유증으로 대혼란에 빠진 당시의 사회현실과 정치적 모순을 신랄히 비판한 시대의 감시자였다.

<선조실록> 선조 5년 2월 8일 기사는 단성현감인 조식이 국사를 비판하며 올린 사직 상소를 전한다.

조식은 “전하의 국사(國事)가 이미 잘못되고 나라의 근본이 이미 망해 하늘의 뜻이 이미 떠나고 인심도 이미 떠났다”며 “비유하자면 마치 1백 년 된 큰 나무에 벌레가 속을 갉아 먹어 진액이 다 말랐는데 회오리 바람과 사나운 비가 언제 닥쳐올지를 전혀 모르는 것과 같이 된 지가 이미 오래다”라고 사직 이유를 밝혔다.

특히 당시 국정 상황에 대해서 “조정에 충의(忠義)로운 선비와 근면한 양신(良臣)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 형세가 극도에 달하여 지탱해 나아갈 수 없어 사방을 돌아보아도 손을 쓸 곳이 없음을 이미 알고 있기에 아래의 소관(小官)은 히히덕거리면서 주색(酒色)이나 즐기고 위의 대관은 어물거리면서 뇌물을 챙겨 재물만을 불리는데도 근본 병통을 바로잡으려고 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백성을 괴롭히는 탐관오리를 겨냥해 “내신(內臣)은 자기의 세력을 심어서 못 속의 용처럼 세력을 독점하고 외신(外臣)은 백성의 재물을 긁어들여 들판의 이리처럼 날뛰니 이는 가죽이 다 해지면 털도 붙어 있을 데가 없다는 것을 모르는 처사”라고 냉혹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조식은 선대 왕 명종 재위 시절 국정농단의 주역인 문정왕후에 대해서도 “자전(慈殿)께서 생각이 깊다고 하지만 역시 깊은 궁중의 한 과부(寡婦)에 불과하고 전하께서는 어리시어 단지 선왕(先王)의 한낱 외로운 후사(後嗣)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조선의 적폐인 매관매직과 관련해 “평소 조정에서 재물로서 사람을 임용해 재물만 모으고 민심을 흩어지게 했으므로 필경 장수 중에는 장수다운 장수가 없고 성(城)에는 군졸다운 군졸이 없게 됐으니 적들이 무인지경처럼 들어온 것이 어찌 괴이한 일이겠냐”고 일침을 가했다.

조식은 선조에게 “전하께서는 반드시 마음을 바로잡는 것으로 백성을 새롭게 하는 요체를 삼으시고 몸을 닦는 것으로 사람을 임용하는 근본을 삼으셔서 왕도의 법을 세우라”며 “왕도의 법이 법답지 못하게 되면 나라가 나라답지 못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임진왜란 참극의 공범자 선조는 조식의 경고를 무시하고 결국은 동인과 서인의 당파싸움을 자신의 왕권 유지에 이용한다. 또한 국가의 미래와 민생은 내팽개치고 오로지 자신의 안위만 몰두하다가 임진왜란을 자초한다. 못나고 무능한 군주를 가진 조선의 백성은 왜군의 총칼 아래 짓밟혔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철희 의원은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는 결국 여야, 국민까지 모두를 패자로 만들 뿐”이라며 “정치가 해답을 주기는커녕 문제가 돼 버렸다. 정치인이 되레 정치를 죽이고, 정치 이슈를 사법으로 끌고 가 무능의 알리바이로 삼고 있다. 급기야 이제는 검찰이 정치적 이슈의 심판까지 자처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조국 패밀리 스캔들로 촉발된 국론분열 등 일련의 정치 상황이 통합보다는 이념갈등으로 치닫고, 광화문과 서초동에 울려퍼지는 상대 세력을 겨냥한 증오의 태풍에 정치권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오히려 정략적 이해관계에 목매달리고 있는 현실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로 볼 수 있다.

조식 선생의 경고는 무능한 군주 선조에 의해 무시됐지만, 이철희 의원의 자기희생은 대한민국 정치 개혁에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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