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포럼] 이종석 “비핵화 협상의 역사적 분기점은 올해 연말”
[북악포럼] 이종석 “비핵화 협상의 역사적 분기점은 올해 연말”
  • 조서영 기자
  • 승인 2019.10.23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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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 만난 정치인(160)〉 이종석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前 통일부 장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조서영 기자)

역사적인 ‘그 날’로부터 약 1년 6개월, 544일 째 되는 날이었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손을 맞잡던 그 날, 국민들은 금방이라도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1년 6개월의 시간은 기대에서 실망으로, 희망에서 불신으로 되돌아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미궁 속 남북관계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22일 이종석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이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강단에 섰다. 전 통일부 장관인 이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국가전략노선의 전환과 한국의 선택’이란 주제로 90분을 가득 채웠다.

22일 이종석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이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에서 강연했다.ⓒ시사오늘 조서영 기자
22일 이종석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이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에서 강연했다.ⓒ시사오늘 조서영 기자

한반도 평화번영 실현 조건 하나, 비핵화 성공

이 전 장관은 먼저 한반도 평화번영 실현 조건 두 가지를 소개했다. 첫 번째는 ‘한반도 비핵화협상의 성공과 남북대결관계의 종식’이고, 두 번째는 ‘북한의 변화’였다.

“한반도의 안보 불안 문제의 핵심은 핵이다.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비핵화 협상에 성공해야한다. 북미협상의 성공이 평화번영의 기초인 군사·안보적인 조건이다. 하지만 여기엔 북한의 변화도 전제돼야 한다. 군사중심주의 사고를 가진 국가는 경제와는 상극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국가전략노선이 군사 중심에서 경제 중심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먼저 그는 북미 비핵화 협상의 현황과 과제를 소개했다.

“10월 스톡홀름 북미 비핵화실무협상이 왜 결렬됐는가, 이건 추정이다. 먼저, 북한의 마지노선 제시에 미국이 답하지 못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 석탄과 섬유에 대해 3년간 유예를 제안했다. 하지만 북한은 잠시 유예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경제 제재 장벽이 100미터면 1미터라도 전체가 다 낮아지길 원했다. 북한이 원하는 지점까지 미국이 와있지 않는 거다.

또 북한이 원하는 건 제도 안정과 발전 및 생존권이다. 북한은 평화협정을 해달라는 게 아니다. 작년 6월 12일 북미가 싱가포르에서 만난 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 회담에서 한미연합 군사훈련 그만두겠다고 했다. 이건 회담장에서 약속한 거다. 김정은 위원장이 전투병을 포함해 북한군 수십만 명을 민간 경제 현장으로 돌린 명분이 바로 한미군사훈련 폐지다. 그런데 실상은 훈련 축소였지 폐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북한에겐 축소는 의미가 없는 거다.

일각에서는 왜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느냐고 한다. 하지만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협상하기 어려운 국가다. 지금 그 까다로운 국가의 살점을 떨어트리는 것과 같은 핵을 포기하는 협상을 하는 거다. 상대방의 살점 떨어트리는데 내 손에 피 안 묻힐 수 있나. 이제 우리도 결정해야 한다. 비핵화가 중요한지 아니면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중요한지.

아마 비핵화 협상의 분기점은 올 가을에서 겨울이 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핵실험을 포기했고 미사일도 중단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무엇을 얻었는가. 올 가을에 미국도 무엇인가 해야 한다. 올해를 넘기면 어려워질 것이다.”

한반도 평화번영 실현 조건 둘, 북한 변화

이 전 장관은 한반도 평화번영 실현 조건 두 가지를 소개했다.ⓒ시사오늘 조서영 기자
이 전 장관은 한반도 평화번영 실현 조건 두 가지를 소개했다.ⓒ시사오늘 조서영 기자

다음으로 이 전 장관은 군사중심에서 경제건설 중심으로의 북한 국가전략노선 전환의 근거를 소개했다.

“북한의 국가전략노선이 전환됐다고 하면 사람들은 ‘말로만?’이라 반문한다. 3대 세습이 군대의 물리력에 기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군사 훈련장이나 군 시설을 철거하고 인민경제 시설을 건설한 흔적들이 보인다. 이건 반혁명에 해당하던 것들이다.

먼저 동양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가인 갈마반도의 명사십리다. 그동안 이곳은 대규모 훈련장으로 사용됐다. 2017년 4월 한미연합 군사훈련 있을 때도 사용했던 곳인데, 1년 1개월이 지나고 2018년 5월에는 대규모 관광 리조트가 있다. 함경북도 중평리에 있는 군용비행장도 마찬가지다. 2018년 7월까지만 해도 활주로가 있는 이 장소에 30만평의 비닐하우스를 지어서 농사를 짓게 했다.

또 2019년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 ‘군수공업부문에서는 여러 가지 농기계와 건설기계 협동품들과 인민소비품들을 생산해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을 추동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1월 1일에 공개적으로 무기공장에서 인민을 위한 물품을 만들었다는 거다. 그런데 이건 앞으로 그러겠다는 게 아니라, 작년에 그러느라 애썼다는 내용이다. 또 올해 8월 말 노동신문에서도 ‘스키장에 설치할 수평 승강기(에스컬레이터)와 끌림식 삭도(케이블카)를 비롯한 설비제작을 모든 군수공장들에게 맡겨보았는데 나무랄 데 없이 잘 만들었다고 치하’라는 말도 나온다. 무기 공장에서 스키장에 들어갈 기자재를 만들었다는 거다.

2006년 통일부 장관을 할 때는 북한에게 아무리 설득을 해도 밖으로 나오지 않아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의 북한은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북한이 남북 경제협력을 할 상당한 준비가 돼있는 거다. 비핵화는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에 성공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의 살점을 떼어내기 위해 내 피 한 방울 나는 걸 겁내면 안 된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당파를 떠나 사실이다. 초저성장의 시대에 젊은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 달라.”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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