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文 단상] ‘키’는 쥐는 것이 아니라 잡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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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語文 단상] ‘키’는 쥐는 것이 아니라 잡는 것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10.24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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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영화 ‘타이타닉’에서 봤듯이 배를 조종하는 키는 둥근 원 모양으로 좌우로 돌릴 수 있게 되어 있죠. 따라서 ‘키를 쥐다’가 아니라 ‘키를 잡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키를 조종하는 사람은 다른 말로 ‘키잡이’라고 합니다. ⓒ인터넷커뮤니티
영화 ‘타이타닉’에서 봤듯이 배를 조종하는 키는 둥근 원 모양으로 좌우로 돌릴 수 있게 되어 있죠. 따라서 ‘키를 쥐다’가 아니라 ‘키를 잡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키를 조종하는 사람은 다른 말로 ‘키잡이’라고 합니다. ⓒ인터넷커뮤니티

언어란 하나의 약속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약속은 지킬 때 아름답고 빛나는 법입니다. 만일 어떤 책이나 신문에 잘못 쓰인 문장, 잘못 인용된 성어(成語), 잘못 적힌 글자가 난무한다면 그 책이나 신문은 신뢰를 잃게 될 것입니다. 

전에 한 정치인이 방송에서 “그것은 언론에 자갈을 물리겠다는 발상입니다”라고 잘못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말(馬) 입에 물리는 ‘재갈’과 ‘자갈(돌멩이)’을 구분하지 못해 나온 실수입니다.   

‘키를 쥐고 있다’라는 표현을 종종 씁니다. 예를 들어 “그가 이번 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다”라고 하면, 그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방안을 갖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이 경우 ‘열쇠를 쥐다’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키’는 외래어 ‘키(key)’입니다. 

그런데 다음 예는 정확하지 못한 표현입니다. ‘국가라는 배의 키를 쥐고 있는 OOO 대통령.(X) / 중국이 변화의 방향키를 쥐고 앞서가고 있는 상황에서….(X)’

이때의 ‘키’는 열쇠를 뜻하는 말이 아니라 배의 방향을 조종하는 도구를 말합니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봤듯이 키는 둥근 원 모양으로 좌우로 돌릴 수 있게 되어 있죠. 따라서 ‘키를 쥐다’가 아니라 ‘키를 잡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키를 조종하는 사람은 다른 말로 ‘키잡이’라고 합니다. 

비슷한 표현이어서 혼동하는 경우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책에서 ‘계약서를 체결하다’라는 표현을 본 적이 있는데, ‘계약을 체결하다’라는 말에 이끌려 잘못 쓴 것입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계약서는 ‘작성’하는 것이고, 계약은 ‘체결’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이 놓이다’를 ‘가슴이 놓이다’로 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확한 말뜻을 생각지 않고 잘못 쓰는 예로 ‘그는 운명을 달리했다’를 들 수 있습니다. ‘그는 유명을 달리했다’로 해야 자연스럽습니다. 죽음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운명하다, 유명을 달리하다’가 있는데, ‘운명, 유명’의 정확한 뜻을 모르면 실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운명(殞命)’은 ‘목숨을 다하다’라는 뜻이고, ‘유명(幽明)’은 ‘어둠과 밝음(저승과 이승)’을 뜻하는 말입니다. 

의미가 비슷하면 습관적으로 그냥 써 버리는 탓에 ‘언중(言衆)의 약속’을 어기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지 한 번씩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 허철구 <공부도 인생도 국어에 답이 있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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