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현 교수의 유방암 바로 알기] “유방암환자 수술 후에도 평생관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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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현 교수의 유방암 바로 알기] “유방암환자 수술 후에도 평생관리 필요”
  • 백세현 이대서울병원 외과 교수
  • 승인 2019.10.2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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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병률 높지만 치료 후 예후 좋고 생존율도 높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백세현 이대서울병원 외과 교수)

이대서울병원 외과 백세현 교수.ⓒ이화의료원
이대서울병원 외과 백세현 교수.ⓒ이화의료원

유방암은 갑상선암과 더불어 발병률이 가장 높은 여성암으로 국내 유방암 발병률은 동아시아 국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조기진단과 치료로 유방암 사망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고 평균 90%가 넘는 치료 후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

폐암, 췌장암 등과 같이 일반적으로 예후가 좋지 않다고 알려진 암들에 비해 좋은 예후를 기대해볼 수 있어 유방암 진단 시 조금은 위안을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길어진 기대수명 만큼 환자가 수술 후에도 암 생존자로서 평생 안고 가야 할 여러 가지 어려움에 대한 관심과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유방암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방암 생존자들은 완치 후 치료 과정에서 겪은 신체적, 정신적 고통과 우울, 불면, 암 재발에 대한 불안 등으로 일생 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치료를 종결한 환자라도 심리적, 육체적, 사회적 변화를 경험하게 되어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그 영향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불편함의 강도가 약해지겠지만, 유방암 생존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수술 후 육체·정신적 고통 극복과 신체관리 필요

유방암 치료 후 환자들은 상당 기간 동안 육체적 피로감을 경험한다. 조금만 걸어도 주저앉고 싶고, 때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특히 항암치료를 받은 경우 항암제의 영향이 뇌 기능에 영향을 미쳐 뇌 신경세포의 피로감이 쉽게 극복되지 않는다.

정신적인 고통도 감내해야 한다. 의학적으로 완치 판정을 받은 경우에도 예민한 여성환자들에게는 유방암을 겪었다는 것 자체가 큰 충격이기 때문에 정신적 트라우마로 남아 이의 극복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실례로 5년 이상 재발하지 않고 생존하고 있는 사람들도 유방암을 진단받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40% 이상 더 심각한 심리적, 사회적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때로는 이와 같은 스트레스가 우울증이나 적응 장애의 형태로 표출되기도 한다.

유방암 생존자들은 다른 인구 집단에 비해 자살 충동도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재발에 대한 두려움으로. 수술 부위의 가벼운 통증이나 두통 등 사소한 증상 변화에도 암의 재발 또는 전이 여부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평생 낫지 못할 거라는 생각, 아무런 예고 없이 암이 다시 찾아올 지도 모른다는 사실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다.

유방암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받은 경우라면 방사선 폐렴이 발생할 수도 있다. 마른기침과 숨이 차면 병원에 가서 가슴 엑스레이를 찍고 스테로이드 등의 약을 복용하며 새로운 부작용에 대한 치료를 재개해야 한다.

호르몬 수용체가 양성인 젊은 유방암 환자들은 여성 호르몬의 작용을 억제, 몸을 폐경기 여성처럼 유지하는 것이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항 호르몬제를 복용하게 되는데, 이를 복용하기 시작하면 안면홍조나 식은땀, 불안감, 관절통 등의 폐경기 증상을 겪게 된다. 이런 증상을 느낄 때마다 자신이 유방암 환자라는 사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유방암 치료 기간이 길거나 치료의 강도가 셀수록 환자의 이전 생활과 치료 후의 생활 사이의 단절도 커지게 된다. 유방암 생존자들은 일상으로 완전히 복귀하고 싶어 하지만, 여전히 일반인들과는 다른 암환자로서의 여러 가지 의무와 불편함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완치 판정 이후에도 건강 염려증 환자가 되어 재발 위협에 대한 불안감 속에 살 수도, 일반인으로 돌아와 정기적인 추적관찰이나 몸의 변화를 아예 무관심하게 방치해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유방암 생존자들은 늘 이러한 갈등을 내재한 채 살아가고 있다.

유방암을 치료하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단순한 유방암 치료 후 생존율이라는 지표만이 아닌, 유방암 생존자에 대한 피로 및 우울증, 임신과 출산, 건강한 생활양식의 관리와 유지 등 유방암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여러 연구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증대되어 가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한국유방암학회 내에는 유방암생존자연구회를 따로 구성, 정기적인 세미나와 심포지엄 등을 통한 심도 있는 논의를 시도하고 있다.

수술 후 재발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단지 믿음과 격려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종의 극복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줄 수 있도록 의사뿐만 아니라, 가족과 동료들의 사랑과 격려가 절실히 필요하다.

삶의 질 향상 위한 프로그램 진행 필요

유방암 생존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생존자 스스로 자아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주위의 가족, 친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병행되어야 한다. ‘핑크리본’ 캠페인으로 알려진 유방암 대국민 홍보 프로그램과 유방암 환우회와 같은 모임이 대표적이다. 이대여성암병원에서는 ‘이유회’라는 이름으로 조직되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명상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은 불안과 우울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적이며, 요가 등 가벼운 운동을 통해 몸의 활력을 되찾는 노력도 환자의 육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진을 통한 조기 진단과 발전해가는 의학 치료법 등으로 이제는 암 진단이 곧 사망 선고와 같이 여겨지는 시기는 지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유방암은 조기 발견 시 그 예후가 매우 좋아, 수술 후에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삶의 질을 누리며 살 수 있도록 평생 의사와 상의하며 함께 관리해나가는 시기가 됐다.

유방암의 치료를 위해서는 유명 병원의 소문난 명의를 고집하기 보다는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좋은 의료진과 의료기관을 선택해 암을 극복하고 유방암 수술 후 이전보다 훨씬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용기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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