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임오군란의 참극과 미국 대사관저 침입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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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임오군란의 참극과 미국 대사관저 침입 사태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9.10.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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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 민족주의에 빠져 외세의 침략을 앞당긴 임오군란의 전철을 또 다시 밟고 싶단 말인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감정적 민족주의에 빠져 외세의 침략을 앞당긴 임오군란의 전철을 또 다시 밟고 싶단 말인가? 사진제공=뉴시스
감정적 민족주의에 빠져 외세의 침략을 앞당긴 임오군란의 전철을 또 다시 밟고 싶단 말인가? 사진제공=뉴시스

임오군란은 민씨 정권의 개항정책에 대한 구식 군대와 도시 빈민의 반발로 발생한 비극이었다. 민씨 정권은 일본의 강압으로 체결된 강화도조약 이후 군제개혁과 군비증강을 도모했다. 특히 별기군은 양반자제들로 구성된 신식 군대로 일본군 공병소위인 호리모토가 교관으로 초빙돼 일본식 군대 훈련을 맡았다.

반면 별기군의 창설로 찬밥 신세가 된 구식 군인들은 불만이 팽배해졌다. 수백년을 유지해온 5군영이 폐지되고 무위영, 장어영의 2영으로 축소되자 자신들도 언제라도 도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더군다나 민씨 정권은 별기군과 구식 군대를 차별했다. 엎친데 겹친 격이랄까? 민씨 정권이 장기간 군량미마저 미지급하자 구식 군대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결국 이들의 분노는 폭동이 됐다.

1882년 6월 5일 선혜청 도봉소(都捧所)는 무위영 소속의 구(舊)훈련도감 군병들에게 1개월분의 급료를 지불했는데 선혜청 고직(庫直)의 농간으로 겨와 모래가 섞였을 뿐 아니라 양도 턱없이 부족하자 분노에 휩싸인 구식군대는 폭발했다.

도시 빈민들도 구식 군대의 봉기에 동참했다. 강화도조약 체결 이후 일본의 자본과 생산품들이 시장을 장악했고, 물가는 폭등했다. 도시 빈민들이 동참하자 사태는 통제 불능인 대규모 폭동으로 확대됐다. 또한 정권 재탈환을 노린 흥선대원군의 물밑지원도 확전에 한몫했다.

문제는 이들이 일본공사관을 포위 습격하고 일본군 교관과 일본인을 살해했다는 점이다. 폭동민의 공격에 놀란 일본 공사 하나부사 요시타다는 공사관을 포기하고 인천으로 도피했다. 일단의 성난 군민은 일본군 교관인 호리모토를 노렸다. 결국 호리모토 소위와 일본 순사 등 일본인 13명이 이들에 의해 살해됐다.

일본은 즉각 민씨 정권에 대해 사죄와 배상금 지불 등을 요구했다. 청군의 개입으로 임오군란을 진압한 민씨 정권은 일본의 요구에 굴복해 제물포 조약을 체결했다. 일본은 14명의 희생으로 조선 정벌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

특히 일본은 이를 기회로 삼아 공사관 경호를 이유로 일본군의 한양 주둔을 관철시켰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군의 첫 한양 입성은 후일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개전 초기 일본이 주도권을 잡게 된 교두보가 됐다.

임오군란은 외세의 침략과 무리한 군제 개혁을 감행한 무능한 민씨 정권과 감정적 민족주의를 교묘히 이용한 흥선대원군이 합작한 비극이다. 또한 감정적 민족주의에 빠져 오히려 일본의 침략을 도운 어리석은 군민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

지난 18일 오후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 등 17명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주한 미국대사관저에 침입해 시위를 벌이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들은 사전에 준비한 사다리를 통해 대사관저에 몰래 진입했다.

이들은 “(미국 대사) 해리스는 이 땅을 떠나라”, “분담금 인상 절대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과정에서 미국 대사관 직원 두 명이 부상을 입었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며, 미국 정부는 현 사태에 대한 일체 사과가 없는 문재인 정부의 태도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후문이다.

국제법상 대사관저는 대한민국의 영토가 아니다. 미국의 영토다, 마찬가지로 미국에 있는 한국대사관저도 미국의 영토가 아닌 우리 대한민국의 영토다. 이들의 침입은 단순한 월담이 아닌 외교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타국 영토 침범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미동맹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불행한 징후가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수시로 주한미국 철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고, 미국 조야에서도 일부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 분담금 대폭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한미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데도 반미 단체가 미국 대사관저를 습격한 것은 오히려 우리 협상단의 입지를 더욱 좁힐 수 있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도 표명하지 않은 점은 미국 정부를 자극할 수 있다. 외교는 다른 나라 사람의 마음을 얻는 고도의 정치행위다. 남의 집에 우리 자식이 침입했는데도 침묵을 지키는 가장의 모습은 옳지 않다.

임오군란을 자초한 민씨 정권과 이를 정치적 이해관계로 악용한 흥선대원군, 감정적 민족주의에 빠져 외세의 침략을 앞당긴 무지한 백성들의 전철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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