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뉴라이트] “한국당, 극단주의 버려야 산다”
[일그러진 뉴라이트] “한국당, 극단주의 버려야 산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10.25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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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자유지상주의로 비판 휩싸여
한국당, 뉴라이트와 인적·사상적 교류 활발
뉴라이트에 박정희 결합…확장성 한계 지적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자유주의를 주장하는 뉴라이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결합시키면서 모순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사오늘 김유종
자유주의를 주장하는 뉴라이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결합시키면서 모순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사오늘 김유종

자유한국당에 훈풍(薰風)이 분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을 기점으로 지지율이 반등할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10월 15일부터 17일까지 실시해 1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지난주와 같은 27%로 나타났다. 조 장관 지명 직전인 8월 초만 해도 20%에 불과하던 지지율이 두 달 새 7%포인트나 치솟은 것이다. 한때 20%포인트 차이를 보이던 더불어민주당과의 격차도 어느덧 한 자릿수로 줄었다.

그러나 한국당 지지율 상승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제21대 총선에서의 선전(善戰)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품는 전문가들이 더 많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폭과 제1야당 지지율 상승폭이 연동하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탐탁찮게 여기면서도, 한국당을 대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 앞선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39%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36%와 거의 일치한다. 반면 문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53%에 달했지만, 한국당 지지율은 27%에 그쳤다.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한국당을 지지하지는 않는 응답자가 25%를 상회하는 셈이다.

한국당에 드리운 뉴라이트의 그림자

이처럼 한국당이 대안 야당에서 멀어진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 정도가 지목된다. 자유지상주의 철학, 친일 정당 프레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 등이다. 요컨대, 박 전 대통령 탄핵 여파가 여전한 상황에서 친일 프레임에까지 걸려든 데다, 돌파구로 제시한 정책마저 레이건주의(Reaganism)를 답습한 신자유주의적 방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중도층과의 유리(遊離)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한국당 위기의 기저에서는 한 가지 핵심 개념이 포착된다. 이명박 정부의 이론적 토대 역할을 했던 뉴라이트(New right) 사상이 그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 맹위(猛威)를 떨쳤던 뉴라이트는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기묘한 방식으로 변형돼 한국당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뉴라이트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유를 절대선(絕對善)으로 간주하면서 실증주의(實證主義)를 바탕으로 역사와 사회현상을 연구하는 집단’이라고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뉴라이트는 역사의 발전을 개인이 자유를 획득하는 과정으로 파악하고, 그 방법론으로 철저한 사료(史料) 위주의 과학적 탐구를 채택한다.

이 같은 자유지상주의적 기조와 실증주의를 강조하는 철학은 뉴라이트가 경제적·역사적으로 대중의 비판을 받는 원인이 됐다. 강정인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 <민주주의의 이해>에 “1789년 프랑스 대혁명으로 역사의 주역이 된 자유는 ‘종교·양심·사상의 자유,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토론하는 자유, 정당과 결사를 조직할 수 있는 자유,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자신의 노동을 포함해 상품을 자유롭게 사고팔며 그 이득을 보유할 수 있는 자유, 통치자와 정부형태를 선택하고 양자를 변경할 수 있는 자유 등을 의미한다”고 썼다.

또 박호성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평등론>에서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로운 정치·경제적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를 위해 국가의 역할과 기능을 제한하고자 노력했다”면서 “그러므로 자유주의는 재산권의 보호가 그 핵심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여러 이해관계들을 수호하기 위해 법치주의와 대의정부를 옹호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종합하면, 자유주의는 국가의 역할을 ‘자유롭게 활동하는 개개인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심판’ 수준으로 제한한다.

이러한 자유주의의 이론적 토대 위에 세워진 뉴라이트는 개인의 재산권 보호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신지호 전 한나라당 의원은 2004년 자유주의연대 창립기념토론회에서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처방전은 자유주의에 있다”며 “권위주의 시대의 국가주도형 중상주의 시스템은 ‘한강의 기적’을 이뤘지만, 2만 달러 시대 개척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간의 창의력을 중시하는 시장주도형 자유주의 시스템만이 그 해결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교 자유주의연대 부대표도 2005년 <월간 말>과의 인터뷰에서 “직관적으로 볼 때 부를 가진 사람들에게 거둬서 없는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 분배고, 그것이 빈부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진짜 복지고 분배다. 분배를 위해 파이를 키우자는 게 아니고 파이가 커지면 저절로 파이가 나눠진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심지어 “산업화세력, 즉 박정희 정권은 정부의 규제와 통제를 통한 산업화 전략을 내세웠다”면서 “때문에 나는 박정희 정권도 일종의 좌파 정권이라고 보고 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경제적 측면에서 뉴라이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마저 좌파적으로 해석할 만큼 자유지상주의적 세계관을 보인다.

자유지상주의적 세계관은 친일 논란과도 연결된다. 뉴라이트가 보기에 역사의 발전은 개인이 자유를 획득해가는 과정이고,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법률로 보장했을 때 마침내 근대(近代)가 수립된 것으로 본다. 즉 정치적 자유가 제도적으로 명시되고, 경제적으로 개인의 재산권이 보호되는 자본주의가 태동해야 진정한 의미의 근대화가 이뤄졌다고 판단한다. 아울러 이들은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원활히 작동하려면 생산력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전제한다.

여기에 뉴라이트의 탈(脫) 민족주의적이고 실증주의적인 역사 연구 방식이 적용되면서, 친일 논란이 촉발된다. 최근 문제작 <반일 종족주의>로 여론의 공분(公憤)을 산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는 대담집 <대한민국, 역사의 기로에 서다>에서 “민중의 정치적 지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가라면 당연히 민족주의적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민중의 정치적 지지와 무관한 차원에서 사고하고 행동할 자유가 있는, 혹은 그럴 의무가 있는 지식인조차 민족주의에 무비판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그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각종 통계와 사료를 근거로, 우리나라가 근대화된 시기는 일제강점기였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사료 검토 결과 17~19세기 조선에서는 자본주의 경제 형태를 발견할 수 없으며, 사유재산이 존재하긴 했으나 그것을 시스템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국가의 법제와 근대적 사권의 개념이 결여돼 있어 근대적 국가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민법 등 국가 법제가 도입되고, 자본주의 경제가 뿌리를 내린 것은 일제강점기 시기임을 강조한다.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이다.

뉴라이트는 191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조선의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3.6%에 달함을 밝힌다. 또한 우파 싱크탱크인 낙성대경제연구소가 각종 사료를 통해 1910년부터 1940년대까지 남한의 GDP를 수치화한 것에 따르면, 1911년 3억4400만 원에 불과하던 남한의 총 GDP는 10년 만에 12억9300만 원까지 증가했다. 즉 일제강점기에 급격한 생산력 발전이 이뤄지면서 우리나라에도 상품경제가 활기를 띠게 됐으며, 이것이 신분제 붕괴, 시민법의 도입 등과 맞물리면서 우리나라도 진정한 근대 사회로 진입했다는 것이 뉴라이트의 논리다.

물론 뉴라이트는 자신들이 친일이라는 주장을 부인한다. 이영훈 교수 본인도 저서 <대한민국 이야기>에서 “흔히 사람들은 일제가 토지와 식량을 수탈했다는 교과서의 서술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면 ‘그렇다면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미화하자는 말이냐’라고 불쾌해한다”며 “저는 제국주의 비판의 논리가 그렇게 단순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수탈 여부와 무관하게 제국주의는 그 자체로 비판의 대상이다. 인간 본성에 반하는 체제가 제국주의기 때문”이라고 명시한다. 다만 탈민족주의와 실증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일본 우익과 유사한 목소리를 내게 됨으로써 국민적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다.

뉴라이트와 박정희라는 극단을 핵심 가치로 삼으면서 한국당은 확장성을 잃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시사오늘 김유종
뉴라이트와 박정희라는 극단을 핵심 가치로 삼으면서 한국당은 확장성을 잃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시사오늘 김유종

뉴라이트와 박정희의 기묘한 결합

한국당의 고민은 뉴라이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맞닿아 있다. 기본적으로 ‘자유주의’라는 철학을 공유하는 한국당과 뉴라이트는 사상적·인적 교류가 활발하다. 대표적 뉴라이트 학자인 류석춘 연세대 교수는 한국당에서 혁신위원장을 지냈고, ‘뉴라이트 전사’로 불리는 전희경 의원은 현재 한국당 대변인을 맡고 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는 뉴라이트 성향 경제·행정 이론가인 홍성걸 국민대 교수를 ‘가치와 좌표 재정립 소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하기도 했다.

뉴라이트 성향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차명진 전 의원도 현재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당협위원장이다. 한국당이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특별검사 후보로 추천한 허익범 변호사 역시 ‘나라선진화 공작정치분쇄 국민연합’이라는 뉴라이트 단체의 자문변호사단에 이름을 올린 경력이 있다.

한국당이 내놓는 정책도 뉴라이트와 비슷한 시각을 견지한다. 일례로, 최근 황교안 대표가 발표한 ‘민부론(民富論)’을 보면 뉴라이트 철학이 다수 반영된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랜들리(business friendly)’와 별다른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

민부론은 2030년에 개인소득 5만 달러, 연 가구소득 1억 원, 중산층 70% 달성을 목표로 규정하고, 이를 위해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 △혁신적 규제개혁으로 경제적 자유 확대 △자본시장 글로벌화와 조세의 국제경쟁력 강화 △국민에게 힘이 되는 공공부문 전환 △WTO 체제 약화에 대비한 양자 통상체제 강화 △인적자본개발과 디지털·스마트 정부 시스템 구축 △탈원전 STOP, 국가에너지정책 정상화 △시장을 존중하고 국민 신뢰 받는 부동산정책 등을 내세웠다.

복잡해 보이지만, 이 모두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자유’다.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에 자유를 주고, 조세를 낮추고 공공부문을 민영화해 민간에 대한 국가의 개입 정도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민부론의 핵심이다. ‘민간의 창의력을 중시하는 시장주도형 자유주의 시스템’,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진짜 복지고 분배’라는 뉴라이트의 경제관과 일맥상통한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당은 뉴라이트가 주장하는 1948년 건국 주장을 그대로 가져가는 등, 뉴라이트가 현실정치에서 세력화한 집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뉴라이트와 한국당 사이에 사상적·인적 교류가 활발해지다 보니, 뉴라이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한국당으로 전이(轉移)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한국당이 ‘박정희의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뉴라이트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결합함으로써 지지 기반을 더 축소했다는 점이다. 뉴라이트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개인의 자유를 최우선으로 두는 사상이지만, 한국당은 TK(대구·경북)라는 지역기반과 산업화라는 유산을 계승하려는 목적으로 박정희 포섭을 시도한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독재 불가피론’이다.

신지호 전 의원은 저서 <뉴라이트의 세상읽기>에서 로버트 배로(Robert Barro)의 연구결과를 인용, “선 경제발전-후 민주주의를 선택한 나라들만이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했고, 이를 통해 볼 때 경제발전을 통해 중산층이 두꺼워지고 도시화가 진전돼야 경제적 자유에 대한 욕구가 상승해 자유민주주의의 진정한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썼다. 자유민주주의를 성립시키기 위해 독재가 필수 불가결했다는 논리를 설파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국민들에게 독재를 옹호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이처럼 뉴라이트와 박정희의 결합은 국가주의·권위주의와 경제적 자유지상주의의 공존으로 이어진다. 문재인 정부에 반대하지만 한국당도 지지하지 않는 25%의 비밀이 바로 여기 숨어 있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적으로 실정(失政)하고 있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국가주의·권위주의를 옹호함과 동시에 극단적 자유주의 정책을 내놓는 정당은 확장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뉴라이트와 박정희라는 극단적 요소들의 결합이 한국당의 지지율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는 의미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0월 25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지금 한국당은 너무 극단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문제다. 박정희를 안고 가다 보니 마치 독재를 옹호하는 세력처럼 됐고, 경제적으로는 뉴라이트 사상이 남아 있어 이미 실패한 시장지상주의를 말하고 있다”면서 “박정희를 버려 자유주의로 돌아가고, 뉴라이트를 버려 극단성을 버려야만 진짜 보수 정당, 진짜 자유주의 정당으로서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본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 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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