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박원순 바람, 야권통합에 미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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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박원순 바람, 야권통합에 미치는 영향은?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9.22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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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신드롬 초기…“안풍, 탈(脫)정치 현상”
野 내부서 “박근혜 지지율 거품”…與 당혹
안풍 중반 이후 정당정치 부정론 대두…왜?
전문가 “탈정치 긍정…정당정치 부정 아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최신형 기자]

범야권이 딜레마에 빠졌다. 이달 초 안철수 신드롬이 여의도 정가를 강타한 가운데 제3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정당정치의 위기론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신드롬 초기까지만 해도 야권은 크게 반색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율을 위협하며 대권지형 새 판짜기가 초읽기에 들어가자 “박근혜 대세론은 역시 거품”이라는 말이 야권 내부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다. 이번엔 야권의 위기로 이어졌다. 민심은 당초 안철수 신드롬을 단순히 정치 불신에서 비롯된 탈정치로 해석하더니, 이제는 기성 여야 구도와 단절하는 정당정치의 부정론으로 해석하기에 이르렀다. 기성 정당체제에 대한 불신에서 파생된 새로운 정치의 갈망이 안철수 신드롬의 본질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안철수 신드롬 이후 특정 지지정당이 없는 이른바 ‘무당파’가 급증한 정황이 속속 포착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의 9월 둘째 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부동층 비율이 전주 대비 7.5% 급증한 33.8%를 기록했다. 같은 여론조사 기관에서 무당파 비율이 30%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 2009년 6월(32.2%) 이후 2년 2개월만이다.

당시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을 놓고 청와대-친이 VS 친박-범야권이 사즉필생으로 대립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여야가 정파간 이익을 볼모로 극한 대립을 일삼거나 안 교수 등과 같이 기존 세력과 차별화되는 인물이 나타나면 무당파 급증 현상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3세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열망이 일시적 현상을 넘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 박원순 변호사(왼쪽)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뉴시스

게다가 안 교수와 단일화에 성공한 박원순 변호사가 “범야권단일후보로 확정되기 이전, 민주당 입당은 없다”는 입장을 재차 주장하자 탈정치와 정당정치 부정론이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그러자 민주당은 즉각 “정당정치를 부정하지 말라”며 안풍(安風)-박풍(朴風)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후보 포기는 당의 포기고 정도가 아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대체할 수 있는 세력으로 인정받을 것인가. 행동해야 한다.(정동영 최고위원)”, “민주당에 대한 민심이 사납다. 제1야당 존재감을 상실하고 50년 민주정당 정통이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박주선 최고위원)”

안철수 신드롬, 정당정치 부정?…논란 증폭

안풍-박풍에 대한 민주당의 견제는 정당제도에 대한 필요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속내는 민주당이 떠돌이·들러리 정당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한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반면 안철수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민주당을 향해 “정당정치 만능론에 빠질 것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안철수 신드롬이 정당정치 부정론과 정당정치 만능론의 대립을 촉발한 셈이다.

정치평론가 박상병 박사는 22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안철수 신드롬으로 촉발된 정당정치 부정론과 관련, “안철수 신드롬이 정당정치의 부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맞지 않다. 정당정치의 부정 등은 언론에서 붙인 것이다. 어떻게 정당정치를 부정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 뒤 “(안철수 박원순 바람은) 정파 이익을 위해 이념적 대립을 일삼는 현 정당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탈정치는 긍정하되, 정당정치의 부정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진보진영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그간 한국 정치사를 좌지우지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다원화된 사회의 의견을 수용하는 데 실패한 것”이라며 “이제는 새로운 판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철수 신드롬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구도를 깰 수 있는 새 판짜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안풍-박풍이 야권통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통합이냐, 소통합이냐’를 놓고 접점을 좁히지 못했던 범야권이 안철수 신드롬 이후 제3세력으로의 야권통합이라는 새로운 현실에 놓였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복잡한 야권통합의 방정식이 안풍-박풍 이후 더욱 고차원의 방정식으로 돼버렸다는 얘기다.

특히 ‘원샷’ 통합론인 야권대통합론을 주장하고 있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로선 사실상 위기론이 더욱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당 내부에선 “대통합에 의지가 있는 것이냐”라는 비판을, 당 외부에선 “정책연대가 우선”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사실상 궁지에 몰렸던 손 대표로선 악재에 악재가 겹친 셈이다.

▲ 왼쪽부터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 나선 천정배 박영선 추미애 신계륜 후보.ⓒ뉴시스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 박 변호사의 민주당 입당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정치평론가 박상병 박사는 박 변호사의 입당 여부와 관련, “박원순 변호사가 전략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전제한 뒤 “지금의 박 변호사의 높은 지지율은 안철수 바람의 영향과 (박 변호사가) 과거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한 경력 등이 맞물려 일어난 것이다. 때문에 지금 민주당에 입당한다는 것은 지지계층을 배신하는 것으로, 서울시장 선거 전까지 무소속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가 외부에서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는 사이 제1야당인 민주당의 서울시장 경선은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실제로 지난 21일 한국사회연구소(KSOI)가 여야 서울시장 후보를 대상으로 후보 지지도 조사를 한 결과, 박원순 변호사가 28.4%로 1위를 기록한 가운데,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25.9%로 2위를 차지했다. 반면 민주당 경선주자들인 추미애(3.0%), 천정배(2.8%) 박영선 (2.4%) 신계륜 (0.7%) 등은 5% 이하의 낮은 지지율에 그쳤다.

정동영 최고위원 등 당내 비주류와 서울시장 경선에 나선 박영선 천정배 추미애 신계륜 후보 등이 박 변호사를 정조준하며 ‘박원순 때리기’를 본격화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김진표 원내대표도 지난 21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오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범야권 후보가 반드시 승리하기 위해선 우리 민주당 후보로 가는 것이 옳다”고 박 변호사를 압박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주장에 반론도 제기된다. 현재의 민주당 중심의 야권연대는 소수정당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대마불사(大馬不死)로의 회귀라는 것이다. 이는 지난 1980년대 DJ가 수혈이라는 명분으로 재야운동권 등 진보진영을 흡수시킨 ‘DJ를 향한 비판적 지지’의 연장선상이라는 얘기다.

민주당이 소수정당을 배려하지 않은 채 민주당 중심의 단일화를 계속 고집할 경우 2012년 총대선을 앞두고 야권연대에 파열음이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권대통합의 당위성과 관련해 박상병 박사는 “야권대통합이라는 것은 반 MB전선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일리가 있지만, 정치발전을 위해 적절치 않다. 민주당 등 자유주의 정당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과 같은 진보정당에 통합하자고 주장한 것은 사실상 진보의 간판을 내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보신당 관계자는 민주당의 선거연대 방식과 관련해 “언제까지 민주당 중심의 단일화를 요구할 것인가. 지금 유권자들의 새로운 요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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