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이낙연 뒤 민주당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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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이낙연 뒤 민주당의 그림자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10.29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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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빅 맨'에 기대는 마케팅 반복되나
조국사태 교훈 없으면 총선도 ‘첩첩산중’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뉴시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목받고 있지만, 돌아올 이 총리를 맞이할 더불어민주당의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민주당에서 또다시 이 총리를 중심으로 한 '빅 맨 마케팅'에 기대는 전략이 반복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뉴시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목받고 있다. 28일 재임 881일을 맞으며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된 이 총리는, 현 시점에서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다. 벌써 퇴임 후 더불어민주당에서의 역할론이 나온다.

이 총리의 부상(浮上)은 민주당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각종 악재로 얇아진 대권주자풀로 고심하던 민주당에 모처럼 활기가 돌 만한 이슈다. 선대위원장 등의 자리가 거론되고, 이 총리의 수도권 출마 등으로 바람몰이를 고대하는 현역 의원들이 많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러나 이 총리를 맞이할 민주당의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당이 절박한 상황이다. 조국사태로 인해 여권은 도덕성의 우위를 잃으면서 패닉에 빠졌다.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은, '빅 맨 마케팅'에 기대는 철지난 전략이 반복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민주당은 지난 2017년 장미대선을 시작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편승해서 정부와 함께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해찬 대표가 '20년 집권론'을 호언할 정도였다.

여당으로서 정부와 기조를 함께 하는 것은 별 문제 없다. 하지만 민주당의 '문재인 의존도'는 너무 높았다. 청와대와 차별화를 통해 정당으로서의 자립을 꾀하기 보다 문 정부의 지지율에 기대는 방향으로 바빴다. 그러한 경향성이 일본과의 무역갈등에서 드러난 반일기조, 그리고 '조국 사태'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강경대응을 철저히 지원했다. '반일 분위기를 총선 전략으로 쓰자'는 문건이 나돌 만큼 화력을 쏟아부었다. 이와 관련, 당내에서 이견을 내거나 고민하는 것은 사실상 '해당 행위'로 취급받았으며,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마다 '극일(克日)'을 골자로 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조국 사태에 이르러 민주당은 선택을 강요받았다. 추락하는 지지율과 분열하는 국론 사이에서 민주당은 청와대와 함께 가기를 택한다. '조국 수호'를 내걸며 이에 반하는 소수의견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박용진 의원은 조 전 장관 임명을 반대했다가 뭇매를 맞았고, 금태섭 의원은 조 전 장관을 비판했다가 빗발치는 항의에 직면했다. 

결국 조 전 장관의 낙마로 사태는 마무리됐고,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과 함께 폭락했다. '빅 맨 마케팅'이 가져온 최악의 후유증이다. 그럼에도 자성의 목소리는 작았다. 25일 의원총회에서도 당의 상황에 대해 우회 비판이라도 한 이는 김해영 최고위원, 조응천 의원 등 몇몇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이 총리의 등판론과 함께 민주당이 들썩인다. 이 총리가 당을 반등시켜줬으면 하는 바람이 섞여 있다. 이대로라면 문재인에서 이낙연으로의 간판바꾸기에 불과하다. 

미국에선 철저히 정당 중심의 정치가 이뤄진다. 정당은 추구하는 가치와 정치철학이 확실하고, 유권자들은 정당을 바라보고 투표한다. '빅 맨'에 의지하지 않아도 정당의 영향력은 강력하기 때문에, 도널드트럼프나 버니샌더스 같은 '아웃사이더'도 대통령 후보에 도전할 수 있고, 이는 안정감이다.

반면 한국은 공수만 바뀌는 모양새다. 당장 공수처 설치를 놓고 '한나라당 시절엔 찬성했네, 이해찬 대표는 반대했네' 하는 혼란스러운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빅 맨'마케팅에 의존하려는 듯한 움직임은 아예 정치적으로 퇴행에 가깝다. 조국 사태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면, 총선으로 향하는 민주당의 앞길은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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