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초선 엑소더스…‘출구전략’일까, ‘뉴 레프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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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초선 엑소더스…‘출구전략’일까, ‘뉴 레프트’일까?
  • 한설희 기자
  • 승인 2019.10.29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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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보수 야권에서는 '초선 엑소더스'를 두고 내년 총선을 노린 단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회의론을 보내고 있지만, 진보 측에서는 586세대 이후 진보를 대체하는 ‘뉴 레프트(New Left)’가 태동될 수 있다는 희망적 견지도 제기되는 모양새다. ⓒ시사오늘 그래픽 김유종
보수 야권에서는 '초선 엑소더스'를 두고 내년 총선을 노린 단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회의론을 보내고 있지만, 진보 측에서는 586세대 이후 진보를 대체하는 ‘뉴 레프트(New Left)’가 태동될 수 있다는 희망적 견지도 제기되는 모양새다. ⓒ시사오늘 그래픽 김유종

더불어민주당 초선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박용진 의원을 필두로 금태섭, 조응천, 김해영 의원은 ‘조국 사태’의 여진을 겪고 있는 당에 대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방송활동을 통해 인지도가 높았던 ‘스타 정치인’ 이철희, 표창원 의원은 각각 15일과 24일 아예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20대 초선 비례대표 의원들 중 3명 이상은 불출마 가닥을 잡은 상황이다. 이른바 ‘초선 엑소더스(Exodus)’라는 말도 나온다. 

‘초선 엑소더스’는 어디서 시작됐고, 또 어디로 가는가. 보수 야권에서는 이를 두고 내년 총선을 노린 단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회의론을 보내고 있지만, 진보 측에서는 586세대 이후 진보를 대체하는 ‘뉴 레프트(New Left)’가 태동될 수 있다는 희망적 견지도 제기되는 모양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임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내세웠던 박용진 의원과 금태섭 의원은 동료 의원과 당원들로부터 ‘자중하라’는 경고성 발언을 들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당내 민주주의가 훼손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민주당 중진들은 “충분히 내부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문제없다”며 침묵을 지켜왔다.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임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내세웠던 초선 의원들은 선배 의원과 당원들로부터 ‘자중하라’는 경고성 발언을 들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당내 민주주의가 훼손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민주당 중진들은 “충분히 내부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문제없다”며 침묵을 지켜왔다. ⓒ뉴시스

◇ 소신파 초선, 책임 떠넘기고 입 닫은 중진에 폭발… “이제는 침묵 깰 때”

민주당 초선 내 ‘소신파’는 민주당의 일방적인 ‘조국 감싸기’ 정국에서 부각됐다. 당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임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내세웠던 박용진 의원과 금태섭 의원은 동료 의원과 당원들로부터 ‘자중하라’는 경고성 발언을 들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당내 민주주의가 훼손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민주당 중진들은 “충분히 내부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문제없다”며 침묵을 지켜왔다.

‘조국 정국’ 당시 기자와 만난 한 재선 의원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이 정도의 잡음은 여권이든 야권이든 늘 있어왔다”며 내홍(內訌)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노무현 재단 운영위원이자 초선 의원인 전재수 의원도 지난달 본지와 만나 “내부 분열은 없다. 야권의 바람일 뿐”이라고 단언하며 “당 내부에선 의원총회와 카톡방을 통해 치열한 논쟁을 한다. 정당 민주주의에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 ‘소신파’의 의견은 항상 논외대상으로 치부됐으며, 소신을 밝힌 초선 의원들은 “총선 위해 일부러 튀려고 한다”는 공격을 받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당원들의 ‘문자폭탄’도 이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좌관은 지난달 “당원 게시판에는 ‘A의원 자녀는 (조 전 장관 자녀에 비해) 얼마나 깨끗하냐’며 소신파 의원 자녀의 신상을 공개하는 내용도 있다”며 “총선 때문에 다른 의원들은 반대하고 싶어도 말을 조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도 지난 12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일부 여당 의원들은 (조국 사퇴를 원해도) 직접 말 못한다. 조 장관에게 ‘그만두라’고 하면 내년 총선 때 민주당 경선에서 지고, 말하지 않으면 본선에서 지기 때문”이라며 당 중진들의 ‘계산적 침묵’을 비꼰 바 있다.

이 ‘계산적 침묵’을 견디지 못한 초선들의 폭발은 결국 ‘조국수호 최전선(最前線)’이었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나왔다. 조 전 장관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청문회에서 절대적인 방어 공세를 펼쳤던 법사위 소속 이철희 의원과 표창원 의원이 “조국 국면에서 정치에 대한 회의론을 느꼈다”며 공개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박용진 의원은 사태를 방관한 당 중진들의 책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28일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경험도 많고 생각도 깊을 중진의원들도 이제는 말씀을 주셨으면 좋겠다”며 오는 30일 열릴 의원총회에서 제대로 된 ‘당 혁신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시사했다.

이 ‘초선 엑소더스’의 불길은 이제 쉽게 무마되지 않는 수준까지 번졌다는 분석이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위 사태에 대해 구체적 메시지를 내놓아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뉴시스
이 ‘초선 엑소더스’의 불길은 이제 쉽게 무마되지 않는 수준까지 번졌다는 분석이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위 사태에 대해 구체적 메시지를 내놓아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뉴시스

◇ 이해찬 퇴진론, 결국 ‘586 기득권 퇴진론’… “정치 쇼” vs “뉴 레프트”

‘초선 엑소더스’의 불길은 이제 쉽게 무마되지 않는 수준까지 번졌다는 분석이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위 사태에 대해 구체적 메시지를 내놓아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이철희·표창원 의원은 지난 28일 이해찬 당대표와 면담을 갖고 “당을 젊게 혁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김성수·제윤경·최운열·서형수·이용득 등 대다수 비례 의원도 불출마 가닥을 잡고 있어, 오는 30일 초선 대 중진의 의견 충돌이 언론에 가시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28일 기자와 만나 “이해찬 대표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사람은 (이철희 의원) 한 사람 뿐”이라면서도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은 결국 지도부, 당권을 잡고 있는 386세대에 대한 저격”이라며 구 ‘386운동권’에 대한 비토의 목소리가 있음을 암시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초선들의 반란’을 계기로 진보 세력의 중심이 ‘386세대’에서 ‘젊은 세대’로 이동할 수 있지 않겠냐는 희망적 견해도 나온다. 

정치평론가로 활약하고 있는 신지호 전 의원도 지난 18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조국 사태를 맞아서도 유랑 진보가 형성될 것”이라며 “젊은 세대를 386세대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이 ‘586세대’의 과제다. ‘586 세대’는 이제 서포터로서의 역할로 가야할 때”라고 분석했다.

다만 보수 야권 측에서는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리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초선들을 앞장세운 ‘출구전략’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회의론도 제기하는 상황이다. 총선을 앞두고 비판적 지지자들, 특히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쇼’에 가깝다는 의혹에서다.

바른미래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두 의원의 진심을 왜곡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곧 물러날 이해찬 지도부에 책임을 돌리는 것이 우습다”며 “(조국 사태의)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그대로 있고, 원래 물갈이 될 사람들만 물러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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