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비리공화국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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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비리공화국 인가?’
  • 박세욱 기자
  • 승인 2009.10.1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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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통해 농협 도덕적 해이·방만 경영 등 속속 들어나
농협중앙회(회장 최원병)의 도덕적 해이와 방만 경영 등의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지적시 됐던 총체적 문제뿐 아니라 예산 낭비, 무분별한 자금지원, 공금횡령, 성희롱 등 갖가지 문제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농협중앙회를 ‘비리백화점, 비리공화국’이라 불리기까지 한다.
 
지난 5일 국정감사에서 농립수산식품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농협중앙회의 도덕적 해이와 방만 경영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며 강하게 질타했다.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농협중앙회의 부정, 비리 등을 집중 추궁했다. 국감을 통해 드러난 농협의 문제들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무분별한 투자 부실경영 지적

먼저 농협의 무분별한 해외파생상품투자와 해마다 증가하는 부실채권 등을 들며 농협중앙회의 부실경영을 지적했다.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은 지난해 파생상품과 관련, 국감에서 지적당할 당시 투자손실 한도 및 공정평가 방법 등의 확보 대책을 마련하고도 손실이 늘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유 의원은 “상황을 그냥 놔두더니 손절매 당시 평가잔액이 800만달러이던 상품이 5만달러로 떨어지는 등 손해를 증가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농협 김태영 신용대표이사는 “시장상황이 불투명해 호전될 것으로도 봤지만 아쉬움이 있다”고 답했다.
 
같은 당 김성수 의원도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로 인한 손실 규모가 2007년 하반기 약 2억달러에서 올해 2분기까지 6억달러대로 증가한 것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투자 손실규모가 2007년 하반기 2억4200만달러에서 지난해 3분기 5억5710만달러, 올해 2분기까지 6억1580만달러로 불어났다”며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외화증권에 투자했다가 입은 손실이 6억1580만달러(한화 약 7223억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지적과 함께 농협이 기타 신용사업에서 1조 이상의 흑자를 내면서도 경제사업에 대한 투자가 부실한 것을 꼬집었다. “신용사업에서 돈 벌어 3년동안 4200억원만 경제사업에 지원했다.
 
향후 경제사업 투자 계획인 21.2% 목표에 모자란 7∼8% 수준밖에 안된다”고 전했다. 이에 농협 최원병 회장은 신용사업에서 나오는 수익은 경제사업으로 지원하는 것을 국회에서 특별법을 만들어 보완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 식구 감싸기’ 식의 솜방망이식 처벌하는 농협

국감을 통해 여·야 의원들은 농협의 대외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비리들도 지적했다. 의원들은 농협이 “금융사고를 일으켜도 손실만 보전되면 큰 징계를 내리지 않는다”며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한나라당 간사 이계진 의원은 농협의 ‘최근 2년간 징계 현황 및 내용’을 분석한 결과, “농협중앙회에서 최근 3년간 직원 35명이 약 137억 원의 공금을 횡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더욱 문제인 것은 횡령직원 35명 가운데 형사고발 조치된 사람은 전체의 23%인 8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정직, 감봉, 견책 등 가벼운 내부징계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고발여부가 죄의 경중을 떠나 자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이 농협의 지속적인 부정비리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농협 직원들의 공금횡령 수법은 친인척이나 고객 명의로 허위 서류를 작성해 돈을 빼돌리거나 고객 정보를 이용, 계좌를 만들어 횡령하는 등 다양했고, 건당 횡령 액수가 가장 많은 경우는 31억1천300만원에 달했다.
 
이와 관련 농협은 이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통해 “횡령 금액을 즉시 갚아 농협에 손실을 끼치지 않았거나 평소 조직에 기여한 점을 고려해 고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현행 국무총리 훈령인 ‘공무원의 직무관련 범죄 고발지침’에는 ‘공무원의 범죄 혐의사실을 발견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234조 제2항의 규정 및 이 지침에 의해 이를 고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형사소송법 제234조 2항은 ‘공무원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해야 한다’고 명시 돼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농협중앙회는 공무원 조직은 아니지만 공직자윤리법상 공직유관단체로서, 농협중앙회의 임원급 이상은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재산신고를 의무화하고, 퇴직 후 재취업에도 제한을 두고 있는 등 공공의 책무를 법에서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협중앙회는 최근 2009년 8월까지도 자체 내규를 통해 ‘고발을 원칙으로 하되 인사위원회에서 고발 여부를 결정한다’ 고만 규정하는 등 유리한 때에는 공공성을 등에 업으면서도, 불리한 경우에는 공공성을 회피하는 전형적인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다.
 
이 의원은 “농협중앙회는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의 지적에 따라 지난 9월 7일 부랴부랴 ‘200만원 이상인 경우 반드시 고발 조치한다’고 해당규정을 고쳤다”면서 “금액의 많고 적음과 더불어 죄질의 파렴치함, 상습성 등을 고려해 ‘일벌백계’의 관행을 만들어 국민과 일선 조합에 모범을 보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나라당 김학용 의원은 농협이 최근 4년간 45명이라는 가장 많은 비위면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는 같은 기간 2위인 중소기업은행(24명)의 약 두 배, 16위인 한국산업은행(4명)의 약 11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김 의원이 이날 국회에서 열린 농협 국정감사에서 최근 5년간 농협과 지역조합의 금융사고는 총 294건으로 그 사고액은 총 726억원에 이르고 중앙회와 조합 임직원 가운데 총 374명이 징계해직, 총 5,610명은 징계처분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내부직원의 소행으로 해마다 반복되는 금융사고에 대해 농협내부의 솜방망이식 처벌이 이뤄져 내부기강이 해이해졌고 전자상시감사시스템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농협중앙회가 농민을 위한 농협의 기능을 상실한 채 심각한 모럴 해저드에 빠져있다”며 농협이 금융사고를 줄이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주문하였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농협으로 거듭나기를 촉구했다.



적자에 허덕이면서 임직원은 억대 연봉

농협의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농협은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원들은 억대 연봉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농협 자회사 임원중 대부분이 농협 출신이거나 다른 자회사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황영철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협 21개 자회사 임원들의 2008년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 7천 2백만원이었으며 2009년 현재 자회사 임원 39명 중 77%에 해당하는 30명이 농협과 농협 자회사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2008년 농협 자회사 임원들은 40.87명(비재임 기간 제외)이 총 70억 4천 1백만원을 받아 1인당 평균 연봉 1억 7천 2백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6년 43.17명이 1인당 1억 6천 1백만원을 받았던 것에 비해 6.8%가 증가한 것이다.
 
21개 자회사 중 임원들의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3명이 평균 3억 6천만원을 받는 NH-CA 자산운용으로 2008년 4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임원들의 평균 연봉이 가장 낮은 곳은 임원이 1명 근무하는 NH 한삼인으로 2008년 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2008년 농협사료는 457억, 농협목우촌은 79억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임원들은 각각 1억 1천 7백만원(농협사료), 1억 3천 8백만원(농협목우촌)의 연봉을 받았고 농협경제연구소는 임원의 연봉(1억 8천만원)이 회사의 순이익(1억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목우촌 임원들의 평균 연봉은 2008년 적자에도 불구하고 2007년보다 3천만원 증가한 것이다.
 
현재 재직하고 있는 농협 자회사들의 임원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39명의 임원 중 77%에 해당하는 30명의 임원들이 농협중앙회 출신이거나 또는 다른 자회사에서 자리를 옮긴 낙하산 인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1개 자회사의 대표이사 22명(공동대표 포함) 중 68.2%에 해당하는 15명이 농협과 농협 자회사 출신으로 자회사 임원 자리는 퇴직 농협 직원들의 자리 보전용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또한 올해 초 5개 자회사(NH투자선물, 농협물류, NH무역, NH개발, 농협사료)의 대표 이사를 공개 모집했는데 이 중 1개 자회사의 대표이사(NH개발)는 여전히 농협 출신으로 선출되었고 올해 취임한 15명의 대표이사들 중 공모를 통해 취임한 대표 이사 4명을 제외하면 전부 농협출신으로 구성돼 올해 초 외부 전문가 영입으로 내부의 개혁을 이루어 내겠다던 농협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올 해 NH 투자증권 상근감사위원으로 취임한 임원은 전 금융감독원 신용정보실 실장 출신이며 농협경제연구소 대표이사로 취임한 임원도 전 재경부 차관 출신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영리 사기업체의 경우 고위 공직자가 퇴직 후 업무 연관성이 있는 영리 사기업에 2년간 취업이 제한되는데 농협의 자회사도 조합원들의 출자로 만들어진 일반 법인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공직자윤리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설사 이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감독 기관의 퇴직 공무원을 임원으로 채용해 전관 예우를 해줬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황 의원은 “매년 반복되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별로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비대한 농협과 자회사의 지금 모습이 국민들로부터 지탄받고 있는 이유”라고 말하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문제를 적극 지적하고 농협에 좀 더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농협은 820억원대에 이르는 골프회원권을 보유하고 있는가하면 중앙회 임직원 자녀들에게 지급된 11억원의 학자금도 논란도 제기됐다. 이같이 농협의 비리가 속속들이 들어나면서 농협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편 농협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국감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차차 나아 질 것”이라며 “지적된 해당부서에서 추후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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