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한국당 괴롭히는 박근혜 그림자
[시사텔링] 한국당 괴롭히는 박근혜 그림자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11.04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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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으로 산업화세력-TK 중심 정당 된 한국당…중도보수 확장 어려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산업화세력-TK가 중심이 된 자유한국당은 중도보수로의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산업화세력-TK가 중심이 된 자유한국당은 중도보수로의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이른바 ‘조국 사태’로 상승세를 타던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다시 제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YTN 의뢰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0월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실시해 11월 4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0.6%포인트 하락한 31.6%로 나타났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명되기 직전 지지율이 30% 전후였으니, 사실상 ‘사건 이전’ 지지율로 회귀한 겁니다.

이처럼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극우(極右)적 행보’가 그 원인이라는 지적입니다. 한국당은 최근 조 전 장관을 낙마시키는 데 기여한 의원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하고,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물리력을 행사해 수사 대상에 오른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애니메이션을 당 유튜브에 게재, 거센 비판에 직면하자 슬쩍 발을 빼는가 하면, ‘공관병 갑질’ 논란을 일으켰던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영입 대상 1호’로 점찍어 또 한 번 회초리를 맞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때 더불어민주당에 오차범위 내로 접근했던 지지율은 8.0%포인트까지 벌어졌죠.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대체 한국당은 왜 그럴까’ 라는 의문입니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선거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중도층의 표심’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아무리 ‘정치 신인’이라 해도, 중도층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총선이든 대선이든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중도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아놓고도 다시 ‘우클릭’을 반복하면서 ‘그들만의 정당’으로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총선이 불과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행보가 아닙니다.

바로 여기서 ‘박근혜’라는 이름이 등장합니다. 보수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여있긴 하지만, 사실 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이어져 내려온 대한민국 보수 정당에는 크게 두 개의 세력이 공존해 왔습니다. ‘3당 합당’ 당시 YS(김영삼 전 대통령)를 따라 민자당으로 들어간 민주계, 그리고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군부세력을 잇는 민정계가 그것입니다.

여기서 민주계는 YS를 구심점으로 민주화운동을 했던 PK(부산·경남) 기반의 정치세력입니다. 민정계는 TK(대구·경북)를 지역 기반으로 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 중심의 산업화세력이죠. 얼핏 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두 세력은 ‘정권 획득’이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때로는 연합하고 때로는 반목(反目)하며 팽팽한 긴장과 균형을 유지해 왔습니다.

문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이 긴장과 균형 관계가 깨졌다는 데 있습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새누리당을 ‘박근혜를 버릴 수 있는 쪽’과 ‘박근혜를 버릴 수 없는 쪽’으로 나뉘게 했고, ‘박근혜를 버릴 수 있는 쪽’은 바른정당을 창당해 탈당했습니다. ‘박근혜를 버릴 수 없는 쪽’은 한국당으로 이어졌고요.

여기서 ‘박근혜를 버릴 수 없는 쪽’이 누구였는지를 유추해내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TK를 기반으로 하는, 여전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는 산업화세력의 힘이 필요한 세력이겠죠. 이로써 민자당 이후 YS와 박정희, 민주화세력과 산업화세력, PK와 TK가 공존하던 보수 정당에는 박정희-산업화세력-TK만 남게 됐습니다. 이후 대다수 바른정당 의원들이 백기를 들고 한국당으로 복당했지만, 이미 ‘배신자’로 낙인찍힌 이들이 과거의 발언권을 회복할 리 만무했습니다.

이처럼 박정희-산업화세력-TK가 주류를 형성한 한국당에서 구(舊) 바른정당계, 그러니까 중도보수 세력과의 통합을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설프게 ‘좌클릭’을 하다가 ‘배신자와 손을 잡으려 한다’는 프레임에 걸려들면 자칫 정치 생명이 끝날 수도 있으니까요. 더욱이 현재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을 따르는 지지자들에게는 우리공화당이라는 대안도 존재합니다. 한국당이 중도 쪽으로 이동하려 하다가는 핵심 지지 세력을 우리공화당에 내줄 위험성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한국당은 박정희-산업화세력-TK를 벗어나기 어려워진 셈입니다. 과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는 언제까지 한국당을 괴롭힐까요.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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