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이해찬 퇴진론’과 ‘이낙연 역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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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이해찬 퇴진론’과 ‘이낙연 역할론’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11.06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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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성 전략, 대폭수정 불가피
복귀예정 이낙연 역할론 주목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지난해 8월부터 당을 이끌어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을 앞두고 흔들리는 모양새다. 급기야 이 대표 퇴진론까지 등장했다. 당으로 복귀할 이낙연 국무총리의 역할에 시선이 쏠린다.

이 대표 퇴진론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퇴 당시 한 차례 이슈가 된 바 있다. 조 전 장관에게 호의적이었던 민주당 지지자와 그렇지 않은 지지자들 모두 민주당 지도부를 성토했다. 전자는 조 전 장관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후자는 진작에 조 전 장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가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 이 대표 퇴진을 촉구하는 글이 상당수 올라오면서 이 대표 퇴진론은 본격 재점화됐다. 이 대표가 지난 달 30일 이에 대해 "민주당 권리당원은 70만명이고 당원게시판에서 사퇴 요구하는 사람은 2000명으로 극소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에 반발해 다음날인 지난 달 31일, "과연 (이 대표 사퇴 요구자가) 2000명밖에 안 되는지 국민의 의지를 모으기 위한 청원"이라며 청와대에 국민청원이 올라갔다. 6일 기준 이 청원의 참여자는 2만2000여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일각서도 공식석상에서 '사퇴론'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 의원도 5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이분(이 대표)이 사퇴하는 게 현재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도 "당원들은 물러나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것을  못하게 할 수는 없다. 단 1명이라도 물러나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그 요구에 대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지난해 8월부터 당을 이끌어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을 앞두고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해찬 퇴진론'은 민주당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뉴시스

선명성 전략, 대폭수정 불가피

현실적으로 이 대표의 사퇴 가능성에 대해선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나뉜다.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실 당직자는 6일 기자와 만나 "사퇴 요구는 있을 수 있지만, 명확한 사유가 없는데 선장(당 대표)을 교체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민주당의 한 충청권 의원실 관계자는 "이 대표가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스스로 물러나고, 총선을 대비해 새 동력을 찾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지만 공통적인 목소리가 있다. 이번 사퇴론을 계기로 '당 전략이 일부 변경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대표는 선명성을 기치로 내세워 전당대회에서 승리했다. 상대적으로 확장성을 강조한 후보였던 송영길, 김진표 후보를 제쳤다. 이후 이 대표는 지난 1년 여 간 문재인 정부와 호흡을 함께하면서, 선명성을 강조하고 지지층을 지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고공행진과 함께 민주당도 성세를 구가했다. 최고점을 찍었던 지지율이 하락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핵심 지지층의 '콘크리트 지지율'은 유지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40% 선을 상당히 긴 기간 지켜냈다.

치명적 문제가 생긴 것은 '조국 사태'였다. 조 전 장관 임명으로 인한 정치사회적 갈등이 절정해 달했던 10월 초,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론조사마다 최저치를 갱신했다. 40% 선이 붕괴되고 긍정평가와 부정평가의 데드크로스가 일어났다. 지지층에서부터 지도부에 대한 성토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태 수습 후엔 이철희·표창원·조응천·김해영 의원 등 초선들의 소신발언과 쓴소리도 줄을 이었다. 지금까지의 민주당의 분위기, 전략 등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이해찬 퇴진론'은 그런 불만들이 한데 모였다는 신호에 가깝다는 해석도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당직자 출신인 여권 정계의 한 핵심관계자는 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당 대표 퇴진론까지 나온 이상 더 이상 (민주당)지도부는 지금까지 하던 스타일을 밀어붙이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코어(핵심) 지지자들만 보고 달려 왔다면, 이제는 중도나 2030 남자들 등에게 손을 내미는 방향으로 좀 바뀔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실 당직자 역시 같은 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당내 쇄신론이 힘을 받고 지금 실현되고 있으니 지도부의 거취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사퇴론이 나온 배경을 충분히 고민하고, 아마 그에 따라 전략이나 방향의 일부 수정이 있을 수 있다. 사퇴론까지 언급됐다는건 정당으로선 상당히 좋지 않은 하나의 신호"라고 말했다.

복귀예정 이낙연 역할론 주목

이 대표의 사퇴론과 맞물리는 것은 이낙연 국무총리의 조기등판론이다.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로, 가까운 시일 내 사퇴를 시사한 이 총리는 당에 돌아올 것이 유력하다.

이 총리의 복귀가 주목되는 이유는, 민주당의 색이 바뀌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어서다. 이 총리가 이 대표에 비해 선명성 보다는 비교적 확장성을 중시하는 타입이라서다. 야권 정계의 한 소식통은 6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 총리가 돌아오면 지금의 이해찬 체제는 사실상 이낙연 체제로 바뀌게 될 거라고 본다. 이미 이해찬은 퇴진론으로 힘이 꺾인 상태"라며 "이해찬 사퇴여부와는 큰 관계가 없다. 선대위원장 아니면 비대위원장을 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복귀한 이 총리가 혼자가 아닌 공동으로 향후 선거나 당을 이끌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 지도부인 이해찬-이인영 원내대표가 모두 충청 연고 정치인인 상황에서, 호남 출신 이 총리가 영남 출신 중진과 호흡을 맞춤으로서 지역적인 균형을 맞춘다는 것이 골자다. 대구경북(TK)의 4선 김부겸 의원이나 부산의 3선 김영춘 의원 등이 그 후보군이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5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 총리 단독 체제는 민주당에 호남당 프레임을 씌워 몰아붙이기 너무 좋은 구도다. 국무총리 출신이라 문재인 정부와도 너무 가깝다"며 "영남 중진과 공동선대위원장 등을 맡는 것이 나아 보인다"고 풀이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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