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식의 正論직구] 지켜야 할 ‘통 큰’ 약속
[김웅식의 正論직구] 지켜야 할 ‘통 큰’ 약속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11.07 10: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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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 후 열린 공정경쟁과 자정실천 결의대회 때 국민께 고개 숙이며 사과하고 있는 건설사 CEO들. 그때 했던 2000억원 사회공헌기금 출연이라는 '통 큰' 약속은 아직까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인터넷커뮤니티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 후 열린 공정경쟁과 자정실천 결의대회 때 국민께 고개 숙이며 사과하고 있는 건설사 CEO들. 그때 했던 2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 출연이라는 '통 큰' 약속은 아직까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인터넷커뮤니티

“어려울 땐 거액의 기부 약속을 해 놓고 위기가 지나면 나 몰라라 한다.”

예전 한때 재벌 회장님은 경영권 후계 작업을 하다 배임·횡령죄로 구속이라는 위기를 맞는다. 그때 그들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1조원 사재 출연’이라는 ‘통 큰’ 약속을 했지만, 그 약속은 아직까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회사에 문제 생기면 돈 내놓겠다고 하고 고개 숙이는 회장님들이다. 

재벌 회장님의 자식사랑은 눈물겹다. 자신 한 몸 희생하더라도 피붙이에게 그룹 경영권을 물려주려 하기 때문이다. 불법을 무릅쓰고라도 핏줄에게 그룹 지배권을 물려주려는 욕심이 화를 부르기도 한다. 적은 지분으로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으려는 재벌 3세와 4세들이 그룹을 이끌어갈 자격과 능력은 있는 것일까? 회장님의 자식사랑이 올가미가 돼 여러 사람의 목을 조이기도 한다. 포승줄에 묶여 구속되는 그들의 모습이 처량하기만 했다. 

회장님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갖은 묘수를 짜낸다. 재산을 생전에 싸게 증여하거나,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로 재산을 불려주고, 세금이 면제되는 소유 공익재단으로 지분을 돌리기도 한다. 모두 위법은 아니라 해도, 당연해 보이지는 않는 행위다. 기업 경영권을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넘기는 게 선진국에선 흔한 일이 아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올바른 기부문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몇 년 전 딸이 태어났을 때 재산의 99%를 생전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약 52조원 규모다. “재산 대신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는 저커버그의 뜻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통 큰’ 약속을 하기는 건설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건설사들은 국민여론을 우호적으로 형성하기 위해 2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 조성이라는 약속을 할 수밖에 없었다. 

2012년에 17개 대형 건설사는 4대강 사업 입찰과 관련해 부당공동행위 위반으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고 공공공사 입찰 자격에도 제한을 받게 된다. 수주산업인 건설업에 입찰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경영에 큰 위험요소가 된다. 결국 이들 건설사는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을 신청했고 당시 정부에서 받아들여졌다. 특별사면에 대한 비난여론이 일 것을 염려한 건설사는 대국민 사과와 함께 2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는 표현이 이들 건설사에 꼭 들어맞는다. 행정제재 위기에서 벗어난 건설사들은 이후 여러 공사를 통해 수익은 늘어난 데 반해 국민과의 약속 이행에는 인색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그동안 사회공헌기금 납부가 저조하다는 지적에 ‘실적이 좋지 않다’며 무마해 왔다. 하지만 이들 건설사는 특별사면 이후 공공사업으로 모두 50조원 규모의 사업을 수행했고, 민간사업에서는 250조원 규모의 공사를 진행한 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 큰’ 약속을 한 건설사 중 16곳이 사회공헌기금을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억원 이상 납부한 기업은 삼성물산(17억원), 현대건설(16억6000만원), 대우건설(10억5000만원), 대림산업(10억원) 4곳이었다. 계룡건설산업은 1억7000만원을 납부했고, 한진중공업과 코오롱글로벌, 동부건설은 아예 납부를 하지 않았다. 건설사들이 현재 사회공헌기금으로 출연한 돈은 100억원으로 당초 약속했던 금액의 5%에 불과하다. 

건설사들이 국민과 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니 그들을 탓할 수밖에 없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 재벌기업 회장님들이 위기 때 여론무마용으로 ‘1조원 기부 약속’을 해놓고 ‘꼼수’를 부리는 것처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때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면피용 약속을 한 것이었다면 지탄받아 마땅하다. 약속은 지킬 때 아름답고 빛난다. 

담당업무 : 산업부 소속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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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숙 2019-11-07 13:19:50
대국민 약속도 헌신짝 처럼 저버리는 회장님, 일부 정치인,지자체장님 요즘은 약속 않지키는게 유행인가?
그러고도 뻔뻔하게 누구는 대권도전을 하겠단다. 대국민 약속도 않지키는 자 가 무슨 대권도전?
삶은 소머리가 웃을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