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건 보수통합 열차…순항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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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건 보수통합 열차…순항할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11.07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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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성 공감대 이뤘지만…박근혜 탄핵·공천권 배분 문제 넘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보수통합 열차에 시동을 걸었다.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보수통합 열차에 시동을 걸었다. ⓒ뉴시스

보수 통합 열차가 출발을 알렸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 가치를 받드는 모든 분들과 정치적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21대 총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보수 진영의 핵심 과제로 꼽혀온 보수 통합이 본격적으로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이다.

제19대 대선과 제7회 지방선거에서의 완패 이후, 보수 진영에서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 등 범(凡) 보수가 참여하는 ‘빅 텐트’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보수 대 진보 이념 대립 구도가 뚜렷한 우리나라 정치 특성상, 세 개의 보수 정당이 선거에 뛰어들 경우 결과는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차기 총선을 앞두고 보수 통합이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박근혜 탄핵…보수 통합 관건될 듯

그러나 현실적 필요성과는 별개로, 보수 통합까지 가는 길 곳곳에는 만만찮은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이다. 바른정당 자체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사람들의 집합이었던 만큼, 이 문제에 대한 정리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화학적 결합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우리공화당은 황 대표의 보수 통합 추진 선언이 나온 직후 입장문을 내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묻어버리면서 하자고 하는 보수통합 논의는 불의한 자들의 야합이요, 모래 위의 성일 뿐”이라며 “유승민 포함 탄핵 5적을 정리도 못하면서 무슨 통합을 말하는가”라고 날을 세웠다.

반대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7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힘을 합치면 좋은데, 우리공화당은 더불어민주당 심판보다 보수 내의 탄핵 찬성세력 심판이 주목적인 정당”이라며 “우리공화당에서 변혁까지 다 통합하자는 이야기는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을 다 통합하자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도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우리공화당이 탄핵에 대해, 이미 헌법적 판단이 내려지고 역사 속으로 들어간 탄핵 문제에 대해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한다면 제가 말하는 보수 재건의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무조건 뭉치기만 하면 이긴다는 생각으로 (보수 통합을) 하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가 보수 통합 대상으로 지목한 두 정당이 탄핵에 대해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본격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대권후보들 간 지분 다툼이 치열할 전망이다. ⓒ뉴시스
본격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대권후보들 간 지분 다툼이 치열할 전망이다. ⓒ뉴시스

대권후보 黃·劉·安…지분 배분도 문제

‘지분 배분’도 변수다. 내년 총선은 2022년으로 예정된 제20대 대선후보 선출과 직결된다. 총선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자기 사람’을 공천해 당선시키느냐에 따라 대선후보 경선에서의 유불리가 갈리는 까닭이다. 차기 대선이 제21대 국회 중반에 치러지는 만큼,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보수 대권주자 기상도도 달라질 공산이 크다.

문제는 통합 협상 당사자들인 황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모두 보수 유력 대권주자들이라는 데 있다. 대권을 노리는 두 사람으로서는 총선 승리라는 ‘대의(大義)’를 위해 통 큰 양보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여기에 또 한 명의 대권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까지 가세할 경우, 협상은 더 복잡해진다.

역사를 봐도 유력 대권후보들끼리의 결합은 지분 분배 과정에서 파열음을 냈던 사례가 많다. 민주화세력의 한(恨)으로 남아 있는 YS(김영삼 전 대통령)와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1987년 대선 단일화 실패도 지구당(지금의 당원협의회) 위원장 임명을 둘러싼 갈등에서 시작된 사건이었다.

7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 관계자도 “황 대표는 아직 확실한 기반이 있다고 하기 어려워서 총선에서 세력을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고, 유 의원이나 안 전 대표는 황 대표보다도 더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세 분 모두 총선에서 자기 세력을 구축해서 대선으로 직행하려고 할 텐데, 그러면 지분 협상이 제일 큰 난관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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